투찰률 조작 담합 적발…솜방망이 처벌은 비난

▲ 호남선 KTX 건설 사업에서 수 천억 원대의 공사를 담합한 대형건설사 임직원들이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뉴시스
호남선 KTX 건설 사업에서 수 천억 원대의 공사를 담합한 대형건설사 임직원들이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대림산업·대림건설·포스코건설 등의 임직원에게 집행유예 및 벌금형을 선고했다.
 
대림산업 윤모 전 부사장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대림건설 염모 전 전무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포스코건설 김모 전 부사장 등 임직원 5명은 각각 벌금 2000만원이 선고됐다.
 
특히 윤 전 부사장과 염 전 전무는 2008년 1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2698억원 규모로 발주한 호남선 KTX 제3-2공구 건설공사 입찰 과정에서 투찰가 담합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집행유예와 벌금형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각 법인들은 공소시효(5년)가 개인보다 짧아 따로 기소되지도 않았다.
 
법원에 따르면 윤 전 부사장과 염 전 전무는 대림건설이 공사를 낙찰받도록 포스코건설과 남광토건, 경남기업, 삼환기업 임직원들에게 들러리 입찰을 제안한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이들은 대림건설이 공사 추정금액의 83% 이하로 투찰했고 나머지 기업은 84% 이상으로 투찰키로 합의했다.
 
실제 써낸 금액을 보면 대림건설은 82.76%인 2233억원을, 타 기업들은 이보다 조금 높은 2290억~2340억원을 써냈다. 대신 타 건설사들은 대림건설로부터 400억~600억 가량의 사업 지분 또는 사업 공사를 받기로 했다.
 
재판부는 윤 전 부사장과 염 전 전무에 대해 “대림건설이 공사를 낙찰받을 수 있도록 타 건설사들의 임원들에게 들러리 입찰을 제안하고 투찰금액까지 정해주는 등 담합을 실질적으로 주도했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담합으로 평균 낙찰률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만큼의 국고 손실이 생겼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개인적인 이득을 취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건설업계의 그릇된 관행을 죄의식 없이 따른 점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에 선고가 내려진 ‘3-2공구’ 비리는 지난해 8월 공정거래위원회가 호남선 KTX 공사 입찰 담합 혐의로 14개 건설사 법인과 임원들을 검찰에 고발할 당시엔 적발되지 않아 묻히는 듯했으나 작년 9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제보를 바탕으로 검·경이 10개월간 수사를 벌여 전모를 밝혀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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