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자들, 공고에 없던 운전 테스트로 탈락 호소

▲ 지난 1월 소셜커머스 업체 위메프(위메이크프라이스)가 신입사원 채용 갑질 논란에 휘말렸던 것에 이어 업계 1위 쿠팡도 채용 과정에서 갑질을 했다는 지원자의 글이 올라와 누리꾼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쿠팡
지난 1월 소셜커머스 업체 위메프(위메이크프라이스)가 신입사원 채용 갑질 논란에 휘말렸던 것에 이어 업계 1위 쿠팡도 채용 과정에서 갑질을 했다는 지원자의 글이 올라와 누리꾼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2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전날 한 누리꾼은 “쿠팡맨 채용팀의 갑질..”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렸다.
 
이 누리꾼은 게시글에서 자신을 11월 초에 송파구 쿠팡맨에 지원했던 지원자라고 소개했다. 이 지원자는 “쿠팡은 쿠팡맨을 수시모집하는 과정에서 서류전형과 면접으로만 채용하겠다고 공고했으나 채용 과정에서 사전 고지 없이 갑자기 운전 테스트가 추가됐고 신설 전형에 대한 문의를 하지 말라는 문자까지 받은 끝에 결국 탈락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지원자가 지원한 것은 쿠팡맨 채용 수시모집으로 공고에는 채용 절차에 서류전형과 면접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따라서 서류전형을 통과한 후 면접을 보면 채용이 되는 것으로 알았다고 호소했다.
 
이 지원자는 채용 공고에 “운전에 미숙하더라도 열정이 있으면 지원하라고 돼 있고 연봉도 쎄고 스펙 없이 그 사람의 인성을 면접만으로 뽑는다기에 지원했다”면서 지원 동기를 밝혔다. 다만 현재 ‘운전에 미숙하더라도’라는 문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지원자는 쿠팡이 사후에 이 문구를 지웠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현재 채용 공고에는 ‘배달 경험이 없더라도’라고 돼 있다.
 
면접에 합격했던 이 지원자는 “면접관이 전혀 운전 테스트 관련 사항을 알려주지 않았고 면접 후 면접 합격자들이 최종합격자라고 했으며 합격 후 운전교육이 있다는 설명이 있었던 점들 때문에 별도의 운전 테스트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합격 1주일 후 쿠팡이 갑자기 메일로 “면접에 합격했지만 운전 테스트가 있다”고 통보했고 이 메일에는 문의를 하지 말라는 내용과 함께 테스트의 시간과 장소만 적혀있었다고 전했다.
 
이 지원자에 따르면 운전 테스트는 운전면허시험과 비슷해 기능과 도로주행으로 구성돼 있었다고 한다. 그는 “기능에서도 실격되지 않았고 도로주행에서도 실격 기준에 해당하지 않았기에 합격자 발표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쿠팡 채용 담당자가 2~3일 내로 결과를 알려준다고 했던 것과 달리 1주일 후 불합격이라는 통보가 왔다”고 호소했다.
 
그는 쿠팡이 취업 준비생들의 지위를 이용해 채용 전형을 마음대로 바꾸는 갑질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절차와 기대감에 대한 배신인 셈이다.
 
이 지원자는 “쿠팡은 (최종 절차로 알고 있던) 면접 때까지도 운전 테스트에 대한 아무런 공지를 받지 못했는데, 갑자기 메일로 채용방식이 바뀐 것을 알리고 장소와 시간만 알려주는가 하면 문의도 하지 말라는 식으로 통지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저뿐 아니라 (운전 테스트) 감독관에게 칭찬까지 받았던 지원자들도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이 지원자에 따르면 운전 테스트에서 떨어진 사람들 중에는 배송직에 이미 몸담았던 경력자나 수동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면접 후 합격인 줄 알고 있던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공지 없이 추가된 테스트를 통해 결국 탈락했다는 호소다.
 
또한 그는 “테스트 후에도 사후 통보 없이 애초 공지했던 발표 일정보다 두 배 이상의 시간을 기다리게 해 쿠팡에 올인했던 지원자들은 바보가 됐다”고 토로했다. 이 지원자는 “이것이 쿠팡만을 바라보고 있던 취업 준비생들에게 갑질을 한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지원자들 “공고된 전형 통과했는데 갑자기 운전 테스트?”
현재 해당 게시글에는 함께 지원했다가 탈락했던 지원자들의 후기가 댓글로 달려 있다. 대체로 이 게시자와 유사한 내용으로 합격된 줄 알았던 지원자들이 소요됐던 시간 등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들이다.
 
한 지원자는 “한 달 가량을 쿠팡에 올인하고 2차 면접때까지 운전 테스트 얘기는 듣지도 못했다”면서 “운전 경력은 오래 됐지만 스틱 운전은 안 한지 좀 됐다고 했더니 면접관이 교육을 받으니까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회사들에도 면접을 다녔지만 쿠팡의 면접에 합격해서 합격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추가된 운전 테스트에서 탈락했다”면서 “결과도 며칠 내내 기다렸는데 결국 불합격이었다”고 덧붙였다.
 
군대에서 운전병을 했다고 소개한 다른 지원자는 “쿠팡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지원해 서류를 통과하고 난 후 일주일 후 지방에서 올라와 방도 잡고 면접을 봤는데 결과도 일주일 뒤에 나왔다”면서 2주간 한 것도 없이 시간이 흘렀다고 설명했다.
 
그는 “면접 보고 합격 날짜만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운전 테스트를 받는다고 연락이 오더니 1주일 뒤 테스트 받으러 오라고 해서 갔다”면서 “도로주행까지도 합격했는데 2~3일 뒤에 통보해 준다던 결과는 일주일이 더 지나야 나왔고 결국 불합격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가 운전 능력이 떨어지나 생각했는데 나 같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더라”면서 “많은 인원이 왜 떨어졌는지 왜 떨어졌는지도 모른 채 교통비 하나도 안 주면서 한 달이라는 시간이 그대로 흘러갔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 다른 지원자 역시 “정식 채용전형에 없던 운전 테스트가 갑자기 면접 합격 통보와 함께 공지됐다”고 전하고 “테스트 당일의 진행 자체도 허술했고 최종 합격여부 통보도 알려줬던 일자보다 늦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채용심사는 분명한 사기”라면서 “쿠팡맨을 간절히 원했는데 이제는 어디와도 별 다를 바 없는 단순한 배송기사 같다”고 덧붙였다.
 
▲ 게시글을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지만 대체적으로 “기업이 원하는 이들을 뽑겠다는데 뭐가 문제냐”라는 반응과 “취업 준비생들의 절실함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다”는 반응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쿠팡
◆“운전 테스트 당연” 반대 의견도 거세
게시글을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지만 대체적으로 “기업이 원하는 이들을 뽑겠다는데 뭐가 문제냐”라는 반응과 “취업 준비생들의 절실함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다”는 반응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한 누리꾼은 게시글을 올린 지원자를 이해할 수 없다며 “전혀 상관이 없는 전형이 추가된 것이면 문제가 되겠지만 채용 과정에 자질 확인을 추가한 것 뿐”이라면서 “전혀 비상식적인 것이 없는데 이게 왜 갑질인지 모르겠다”는 의견을 남겼다. 그는 “결론은 쿠팡이 시험을 추가해서 나 떨어졌다고 징징대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다른 누리꾼은 “회사가 운전 잘하는 사람을 뽑겠다는데, 운전 못해서 사고내면 회사에 막대한 손해인데 뭐가 문제냐”면서 “쿠팡맨에 꼭 필요한 자질이라 채용 규정이 바뀔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칭찬받은 사람이 떨어졌다는 것은 주관적인 것 아닌가”라면서 “빈 말로 할 수도 있는 것인데 속상한 마음은 알겠지만 떨어졌다고 이런 식으로 쿠팡 측을 매도하려고 하는 것을 보니 쿠팡이 사람을 볼 줄 아는 것 같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적지 않은 누리꾼들은 오히려 “이렇게 섬세하게 운전 테스트까지 보는 쿠팡에 대해 더욱 신뢰감이 생겼다”든지 “꼼꼼하게 사람을 뽑는 것 같아서 오히려 쿠팡 이미지가 좋아졌다”면서 지원자에 대해 반감을 드러냈다.
 
◆찬반 양론 팽팽…”채용 공고에 명시 했어야“
반면 쿠팡 측이 절차를 마음대로 변경하는 등 취업 준비생들을 두 번 울렸다는 질타도 함께 맞서고 있다.
 
한 지원자는 “겉으로는 스펙 파괴, 인성만 보고 뽑는다 이러지 결국 기업의 이미지 메이킹에 취업 준비생들을 이용만 한 것”이라며 “쿠팡맨 채용에 문제가 많다”고 비판했다. 다른 지원자 역시 “퇴사까지 했는데 붕 떴다”면서 “위메프가 갑질로 업계 3위로 내려간 것을 교훈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지원자의 여자친구라고 자신을 소개한 누리꾼은 “남자친구가 쿠팡 때문에 두 달을 날렸고 자존감까지 많이 떨어졌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이 사람은 그저 쿠팡이 공고한 시험일정에 따른 정당한 합격자였다”면서 “그런데 쿠팡이 일방적으로 면접에서 합격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기업 연수가 아닌 3차 면접을 봐서 실질적인 최종 면접을 다시 보게 한 셈인데 다들 무슨 얘기인가”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다른 누리꾼 역시 “공고에 없던 운전 테스트 전형을 만들어서 운전 테스트 결과에 따라 채용기회가 사라진 것 아니냐”면서 “공고를 보고 지원한 지원자에 한해서는 그 내용대로 면접을 보고 채용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 다른 누리꾼 역시 “운전 테스트는 당연히 할 수 있지만 그러면 채용 공고에 명시했어야 했다”면서 “왜 취업 준비생들을 상대로 몇 달간 희망고문을 한 것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한 누리꾼은 “공고에 적혀 있지 않은 전형이 추가되고 그것으로 당락이 갈라졌는데 이게 왜 문제가 아니냐”면서 “운전 실력이라는 중요한 기준을 공고하지도 않은 채 막무가내로 시험을 치르는데 그냥 넙죽 엎드리며 시험을 쳐야 한다는 얘기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쿠팡 “미리 계획됐던 테스트…억울한 부분 많다”
한편 쿠팡 관계자는 이날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게시글을 올린 지원자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이 사안으로 비판받는 것은 조금 억울한 부분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운전 테스트는 갑자기 추가된 것이 아니고 원래 계획돼 있었던 것인데 공고에 공지만 안 돼 있었던 것뿐”이라며 운전 테스트가 면접 후에 갑자기 추가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운전 테스트 내용이 공고에 없었던 것은 맞지만 운전 테스트를 보기 전에 면접을 통과한 사람들에 한해 소정의 테스트가 있을 것이라고 운전 테스트 관련 안내를 드렸고, 또 테스트를 준비할 수 있는 일주일 간의 기간도 드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운전 테스트에서 칭찬을 받았던 지원자들까지 떨어졌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것은 본인의 추정이자 개인적인 생각일 뿐 우리는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 지원자는 미리 알고 준비를 더 많이 했으면 붙었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에 작성한 것 같은데 탈락하신 분이 속상한 마음에 글을 올리신 것에 대해 저희도 매우 안타깝다”면서 “어떻게 저희가 위로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는 심정을 전했다. 이어 “하지만 너무 개인적으로 느낀 부분으로 글을 올린 것 같아서 우리도 정말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지원자 수와 합격자 수에 대해서는 “거의 매주·매월 많은 인원을 채용하고 있기 때문에 명확하게 말씀드리기는 조금 힘들다”고 설명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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