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여행을 떠나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바로 면세점이다. 면세점에서는 평소에 비싼 가격 때문에 사기 힘든 다양한 고가의 제품들을 비교적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관광객들은 평소에 관심 있던 물품을 미리 봐뒀다가 면세점에서 한 번에 구매하기도 한다. 특히 한류라는 말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은 요즘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 수가 크게 늘면서 면세점 사업의 성장세는 폭발적이다.
 
어느새 우리나라 면세점이 12%의 점유율로 세계 1위라고 하니 면세점 사업의 중요성이 새삼 실감이 된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들의 매출은 무려 8조를 넘었다고 하니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면도 상당하다. 당연히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로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하려고 할 것이고 정부로서는 면세점 사업을 가다듬고 발전시켜서 이 같은 활황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업들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오히려 면세점 사업의 기를 꺾고 있으니 곳곳에서 뒷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특허 기간이 5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투자를 해 놓고도 이를 5년 뒤에 원상복구시켜야 할 수도 있다면 과연 대규모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질까. 5년 전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었던 SK는 리모델링까지 해 놨는데도 이번에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하면서 만만치 않은 비용을 치르게 됐다. 월드타워점에서 발을 빼게 된 롯데까지 합하면 재고만 2000억원이라는데 비용은 물론이거니와 직원들은 또 어떻게 되는 것인지 발생하는 문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물론 이 같은 리스크를 감안하고서라도 사업성이 있으니 기업들이 면세점 사업에 뛰어든 것은 맞다. 이들이 손해를 봤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신세계와 두산이 뛰어든 것도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일 게다. 현대백화점과 이랜드 등이 뛰어든 것도 마찬가지다. 5년 짜리임에도 굴지의 대기업들이 뛰어들고 각종 공약까지 쏟아낸 것은 그만큼 면세점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면세점 정책의 심각성이 부풀려져 있다며 볼멘 소리를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조금 더 거시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면세점 사업자들은 단순히 물건만 파는 것이 아니다. 면세점 사업도 관광문화 정책의 중요한 축이다. 해외 관광객들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국가 이미지 제고에도 적지않은 부분을 차지한다. 해외 여행을 다니다 보면 반드시 들르는 곳이 면세점인데 시설이 초라하다거나 서비스가 불편했던 동남아 국가 일부에서는 자연스럽게 좋지 않은 느낌이 들기 마련이다. 이를 방지하는 일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다. 핵심은 투자 유도라는 얘기다.
 
당연하게도 이는 단순히 갱신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바꾼다고 해서 달라지지는 않는다. 10년이 아니라 100년이라고 해도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소수의 장기 독점에 따른 폐해만 늘어날 뿐이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일부 대기업만 넘어설 수 있는 진입 장벽을 더욱 낮추고 더 많은 사업자들이 경쟁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경기 불황해도 20%가 넘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면세점 사업이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전체 파이를 더욱 키워야 한다.
 
영국의 한 언론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정부가 자기 발에 총을 쏜 셈”이라고까지 평가했다고 하니 정말 관광을 통한 경제활성화를 부르짖고 있는 정부가 맞나 싶다. 정부가 구성한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는 면세점 허가 기간을 과거처럼 10년으로 다시 늘리고 기존 사업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하는데 완전히 핵심을 잘못 짚었다.
 
기존 사업자의 지위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조건을 지닌 사업자들이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를 통해 더욱 많이 참여토록 해야 한다. 사업자 선정으로 경쟁을 시킬 것이 아니라 실제 시장 속에서 경쟁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뚜렷한 관광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면세점 사업이 세계 1위로 올라선 것 자체가 기적이다. 기를 꺾을 것이 아니라 면세점 시장의 전체적인 발전을 위해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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