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인사권이 왜 단체장에 있나
지방의회 인사권이 왜 단체장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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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권분립이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입법과 행정, 사법을 분리해 서로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제도로 민주주의의 핵심과도 같은 대원칙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항상 입법과 행정이 명확하게 분리돼 왔던 것은 아니다. 미국에는 정치와 행정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엽관주의로 대표되는 정치행정일원론이 대세가 된 적도 있다. 역사적으로 정치와 행정의 거리는 가까웠다가 멀어졌다가를 반복해 왔다.
 
물론 정치와 행정이 서로 완전히 분리돼야 하는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은 민주주의의 영원한 숙제다. 행정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입법기구와 행정이 어느 정도는 긴밀하게 연결돼야 한다는 주장으로 대표되는 정치행정일원론류의 주장이 있는가 하면 행정과 정치의 영역은 구분돼야 한다는 정치행정이원론류의 주장도 있다. 양 주장이 격돌한 지 수 백년이 지나가지만 아직 어느 것이 답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사회가 고도로 발달되고 복잡한 양상을 띄면서 양 주장의 경계는 예전보다 훨씬 모호해지고 있다.
 
다만 현재의 시점에서 어느 한 쪽이 주도권을 쥐고 다른 한 쪽에 영향력을 행사하면 안 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명확하다. 행정이 정치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쳤던 엽관주의는 온갖 폐해를 야기했다. 그런데 기관대립형 구조를 취하고 있는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 하의 지자체에서는 이 같은 일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현재 민선 지방자치 시대가 열린 지 20년이 지난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특히 지방의회의 구성원들에 대한 인사권이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있다는 것은 한 편의 아이러니다. 현재 지방자치법상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지방의회 의회직 공무원의 인사권은 지자체장에게 있다. 지방의회 의장이 추천을 하기는 하지만 전적으로 지자체장이 인사권을 행사한다. 지방의원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사무처 직원은 물론 의정활동을 보좌하는 전문위원들 역시 지자체장의 인사권 아래에 있다.
 
일례로 적지 않은 지자체에서 집행부를 질타하는 지방의원이 나오면 해당 의원을 보좌한 직원들은 집행부에 소위 찍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고 한다. 조례 등의 입법 과정에 전문적인 의견을 제공해주는 전문위원들은 또 어떤가. 해당 분야의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지방의원들이 조례나 규칙 등의 입법활동을 전문위원들의 도움 없이 차질없이 진행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하지만 인사권자가 지자체장이기 때문에 전문위원들은 집행부와 대척점에 서지 않으려고 할 확률이 높다. 이는 지역 주민들의 선택으로 선출된 지방의원들이 지역 주민들을 위한 조례나 규칙을 만들 때 집행부의 입맛에 맞지 않는 입법을 추진하면 제대로 된 의정활동을 하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사권이란 것이 그만큼 막강한 것인데 어찌 지방자치 20년을 맞은 2015년에도 지방의회 직원들의 임명권이 지자체장에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현 제도 하에서는 감시와 견제는커녕 지방의회까지 지자체장이 장악하는 꼴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몇 몇 지자체에서 지방공무원들이 의회직으로 발령날 경우 그 직위에 상관없이 좌천으로 여긴다는 얘기가 도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요, 의정활동이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 심지어는 밀고자 역할까지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세금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지자체장이 가진 권한을 넘어서는 월권행위나 다름없다.
 
적지 않은 지방의회에서는 이 같은 문제점을 진작에 인식하고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을 촉구해 왔지만 키를 쥐고 있는 중앙 정치권에서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눈치다. 바로 얼마 전에만 해도 전국 시·도의장단 협의회가 새누리당에 지방자치법 개정안 건의서를 전달했지만 다른 사안들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언제 통과가 될지는 미지수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역시 당 차원에서 지방자치법 개정을 지원한다고 했지만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에 그치는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중앙 정치나 정부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는 지자체의 전횡은 어둠 속에 가려져 잘 드러나지 않는다. 지자체장이 인사권을 이용해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지방의회까지 좌지우지하게 되면 그 막강한 권한을 대체 누가 견제한단 말인가. 하루 빨리 지방의회의 인사권이 지방의회에 돌아가 건전한 감시와 견제가 어우러지는 지방자치제의 진수가 펼쳐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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