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탈락·신동주 회장 보호예수 반대 등 꼽혀

▲ 롯데그룹이 호텔롯데의 상장을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호텔롯데의 상장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점들이 부각되고 있다. 사진/시사포커스DB
롯데그룹이 면세점 수성 실패에도 호텔롯데의 상장을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이 가운데 호텔롯데의 상장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점들이 부각되는 모습이다. 월드타워점 수성 실패에 따른 기업가치 하락과 신동주 SDJ 코퍼레이션 회장이 롯데의 보호예수 반대 등이 상장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23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이르면 다음달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면세점 선정 결과와 무관하게 계획에 따라 무조건 진행할 것”이라며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일본 지분을 축소시키고 주주구성을 다양화해서 그룹의 전반적인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이 강화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롯데는 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 상실이 결정된 지난 14일에도 “호텔롯데 상장 약속은 반드시 지켜나갈 것”이라며 상장 추진 의사를 확실히 했다. 지난 9월 기업공개(IPO) 주간사를 선정하고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등 속도를 낸 상장을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롯데로서는 당초 목표인 내년 2월까지 상장 절차를 마무리하려면 예비심사를 더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호텔롯데가 ‘패스트트랙(상장심사 간소화)’을 적용받더라도 심사 결과를 통보받기까지 최소 4주가 걸리고 이후 6개월 이내에 상장 신청서와 첨부서류 등을 거래소에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가치는 상장예비심사를 신청 직후 산정할 계획이다. 현재 KDB대우증권을 비롯한 주관사들은 기업가치 파악을 위해 실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점 탈락, IPO 걸림돌 우려
 
그러나 속도를 내고 있는 호텔롯데의 상장에 걸림돌도 만만치 않다. 우선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권을 잃게 된 데 따른 기업 가치 하락이 꼽힌다. 면세점 축소로 인해 공모가가 예상보다 낮게 결정되거나 공모 흥행에 실패할 경우 그룹 내 순환출자 고리를 끊을 충분한 재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되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면세자 선정 결과로 호텔롯데의 매출이 1조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4820억원의 매출을 올린 월드타워점의 영업이 중단되는가 하면, 소공동 본점 인근인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3만3400㎡ 규모의 면세점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 월드타워점 수성 실패에 따른 기업가치 하락과 신동주 SDJ 코퍼레이션 회장이 롯데의 보호예수 반대 등이 상장에 차질을 빚을 걸림돌로 우려된다. ⓒ뉴시스
호텔롯데의 실적이 지난해보다 못하다는 점도 문제다.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3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8억원 줄었다. 면세사업부의 이익은 529억원이 늘었으나 호텔사업부와 월드사업부(롯데월드)는 부진했다.
 
롯데렌탈과 뉴욕팰리스호텔 인수 등으로 크게 늘어난 순차입금도 기업가치 산정에 부담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호텔롯데의 지난해 말 1조8533억원 수준이었던 순차입금은 올 3분기 말 기준 3조8227억원으로 2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신동주 회장 선택은?
 
호텔롯데의 지분 일부를 신동주 SDJ 코퍼레이션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광윤사가 갖고 있기 때문에 대주주 지분의 의무 보호예수(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못하게 한 제도)를 어떻게 해결할지도 상장에 걸림돌이 될 우려가 있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의 5.45% 지분을 보유한 광윤사의 지분 ‘50%+1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호텔롯데의 상장 일정은 광윤사가 보유한 지분의 보호예수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신 회장이 광윤사 지분을 이용해 호텔롯데의 보호예수에 반대하면 상장 자체가 불가능하다. 신 회장은 사실상 호텔롯데의 상장은 반대하지 않지만 경영권 분쟁 과정이 끝난 뒤에 상장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신 회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호텔롯데 기업공개는 필요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며 “롯데그룹 계열사간 순환출자고리를 100%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동주 회장의 이같은 의지에 맞춰 SDJ 코퍼레이션 측도 호텔롯데 상장과 관련해 반대 의사와 이를 위한 방법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롯데그룹 측은 신 회장이 반대하는 경우라도 싱가포르 등 해외상장을 대안으로 상장 작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황각규 롯데정책본부 실장은 지난 11일 “호텔롯데는 내년 2월까지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만약 신동주 회장이 반대할 경우 싱가포르 증시 상장을 대안으로 삼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 일각에서는 롯데그룹 쪽 입장에서는 신 회장이 보호예수에 반대를 해줄 경우 ‘손 안 대고 코 풀기’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본다.
 
호텔 롯데가 내년 2월까지 상장 작업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최대 주주 중 한 명인 신동주 회장이 반대하는 바람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명분을 챙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영권 분쟁도 지배구조 안정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다. 롯데그룹 측은 호텔롯데를 성공적으로 국내에 상장시키기 위해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사포커스 / 신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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