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인데 수십억 보유…‘흙수저는 한숨뿐’

▲ 최근 고려아연 오너일가가 이 회사의 주식을 잇달아 사고팔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최창영 명예회장은 보유주식을 잇달아 처분하고 있고, 손자와 손녀들은 반대의 모습을 보여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사진/시사포커스DB
최근 고려아연 오너일가 중 일부가 이 회사의 주식을 잇달아 사고팔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최창영 명예회장은 보유주식을 잇달아 처분하고 있고, 손자와 손녀들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미성년자인 이들 손자와 손녀들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수십억원에 달해 최근 대한민국을 관통하고 있는 ‘금수저 논란’을 부채질 하는 모습이다.
 
◆최창영 명예회장, 매년 수차례 주식 팔아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 명예회장은 지난 4일과 10일, 12일 각각 2000주, 2200주, 2800주 등 총 7000주를 장내매도했다. 이로써 최 회장은 약 33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됐다.
 
앞서 최 명예회장은 지난 6월 29일과 30일 이틀에 걸쳐 2000주(약 11억원)를 매각한 바 있으며, 올 초에도 총 5000주(약 22억원)를 장내매도했다. 이에 따라 최 명예회장은 올해에만 총 1만4000주를 매각해 66억원의 현금을 취득하게 됐다.
 
최 명예회장의 주식매각은 연례행사처럼 이어왔다. 지난 2010년 2만주의 주식 처분을 시작으로 ▲2011년 1만주 ▲2012년 5000주 ▲2013년 3만주 ▲2014년 2만5000주 등 총 9만주(약 330억원)를 매각했다.
 
이처럼 확보된 현금은 최 명예회장이 아들과 함께 설립한 회사를 지원하기 위해 사용됐다. 최 명예회장은 지난 2008년 장남인 최내현 알란텀 사장과 자동차매연저감장치 업체 알란텀을 설립했는데, 사업은 녹록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알란텀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40% 증가한 21억원을 기록했지만, 198억원의 영업손실과 23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알란텀은 신성장동력으로 중국, 유럽을 중심으로 디젤 차량용 매연저감장치의 판매망을 확대한다는 전략을 세웠지만, 영업망 확보가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다.
 
주력 사업인 메탈폼 개발도 좌초됐다. 알란텀은 지난달 21일 메탈폼 공장이 들어설 예정이었던 충주시 소재 토지 5만 2268㎡(1만5811평)를 93억원에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두 부자(父子)는 알란텀의 위기에 해마다 사재를 털어 돕고 있다. ▲2010년 150억원 ▲2011년 95억원 ▲2012년 300억원 ▲2013년 350억원 ▲2014년 50억원 등 모두 1000억원에 달한다.
 
▲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과 장남 최내현 알란텀 사장 ⓒ알란텀 홈페이지

◆금수저 문 4대孫…보유주식 가치 수십억
 
이와 반대로 최 명예회장의 손자와 손녀들은 상당수의 고려아연 주식을 사들였다. 최 명예회장의 장남 최 사장에게는 두 아들이 있는데, 진하(11)군과 윤하(9)군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최근 고려아연 주식을 일부 사들여 각각 1027주씩 보유하고 있다.
 
최 명예회장의 차남 최정일씨의 자녀인 윤지(5)양과 재윤(2)군은 현재까지 각각 1240주와 1021주를 받았다. 장녀 최은아씨의 아들 이승원(10)군은 오너일가 미성년자 가운데 가장 많은 주식인 5451주를 받았고, 동생인 세림(6)양도 1047주를 보유 중이다.
 
최 명예회장의 맏형인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손자 등도 눈에 띈다. 최창걸 명예회장의 차남 최윤범 SMC(고려아연 호주법인) 사장의 자녀 승민(6)군과 수연(5)양이 각각 1736주와 1596주를 취득했다. 미성년자인 이들이 보유한 주식(총 1만4145주)의 가치는 19일 종가(45만3500원)로 환산하면 총 64억원에 달한다.
 
이 어린이들은 모두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을 취득했는데, 경영참여 목적이 아닌 오너일가 미성년자의 주식 장내매수는 우회적인 상속 방편으로 간주된다. 주식 증여는 취득세 등을 내고 이뤄지는 적법한 활동이지만, 기업가치의 상승으로 인한 차익은 고스란히 이들의 몫이어서 편법 증여라는 비판도 상당하다.
 
더구나 최근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금수저 논란 탓에,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장인은 “말도 하지 못하는 아이가 수억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상대적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며 “최근 논란이 되는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은 우스갯소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사포커스 / 신현호 기자]
 
비철 ‘빅3’ 고려아연은?
 
고려아연은 아연, 금, 은 등을 제련해 판매하는 비철금속업체다. 풍산, LS니꼬동제련 등과 함께 비철업계 ‘빅3’로 불린다.
 
故최기호 창업주는 1949년 故장병희 창업주와 함께 영풍그룹을 일궜으며, 최 창업주 일가가 고려아연을, 장 창업주 일가가 ㈜영풍과 전자부품 계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고 최기호 창업주는 5남을 뒀으며, 첫째 최창걸 명예회장과 둘째 최창영 명예회장이 고려아연에서 물러난 뒤 현재 셋째인 최창근 회장이 이끌고 있다. 넷째는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 다섯째는 최정운 서울대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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