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낙하산 예의주시해야
지자체 낙하산 예의주시해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케이블 채널로서는 이례적으로 최고 시청률 10%대를 돌파하기도 했던 미생이라는 드라마를 보면 유독 낙하산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능력과 적응도에 대한 정식 심사 절차를 밟지 않고 소위 ‘윗선’에서 낙하산을 타고 한 번에 내려왔다 해서 낙하산이다. 당연히 낙하산으로 채용된 사람들은 대부분 능력 미달과 조직 부적응 등의 문제를 일으키기 마련이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시선이 차가울 수밖에 없다.

낙하산이었던 주인공 장그래 역시 위아래를 가리지 않고 따가운 눈총을 한 몸에 받았다. 동기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업무에서도 보이지 않는 수 많은 차별을 받았다. 장그래가 이 같은 시선을 극복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계약직으로 채용된 이후에도 낙하산이라는 딱지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 사실 조직 내에서의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낙하산 인사는 지양돼야 한다. 따라서 장그래가 받은 대우는 어찌 보면 현실적이고 정당하다. 능력이 있든 없든 낙하산은 부끄러운 일이 맞다.

그런데 드라마와 다르게 사실 요즘은 낙하산 인사가 오히려 떵떵거리는 세상이다. 소위 ‘빽’으로 불리는 윗선과 연줄이 닿아 있다는 점이 이 같은 적반하장을 부추긴다. 특히 정부 기관은 말할 것도 없고 금융권처럼 정부의 눈치를 세심히 살펴야 하는 업종이나 정부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공기업들의 수장이나 주요 임원이 낙하산 천국이라는 점은 더 이상 별다른 뉴스거리도 안 된다. 오히려 낙하산 채용 과정이 ‘경력’으로 포장된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온갖 ‘x피아’들의 실태가 드러났지만 그 뿐이다.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다.

그나마 정부 기관들은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실상이 종종 드러나기도 하고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적어도 어디가 문제인지 알 수는 있다. 실상 가장 중요한 문제는 지자체의 낙하산 행태다. 지자체는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관심도가 떨어져 암암리에 낙하산 인사가 이뤄져도 이슈화 자체가 잘 안 된다. 무관심 속에 지자체 산하기관들은 이미 낙하산 천국이 된 지 오래다.

지자체의 낙하산 행태는 집행부와 의회를 가리지 않는다. 최근 경기도의 한 지자체에서는 전직 공무원 간부들과 전 시의원들이 관내 시설관리공단 등 산하기관 및 지방공기업 수장에 대거 취임해 말썽이 일고 있다. 말은 공모라고 하는데 이를 믿는 사람이 있을까. 지역 일부에서 지적을 해 봐도 그들은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 비교적 이슈화 강도가 높은 중앙 정부의 낙하산 행태도 바뀌는 게 없는데 지자체가 꿈쩍할 리가 있나.
 
또한 대부분 지자체들에는 지자체의 수장이 논공행상을 통해 산하기관의 주요 보직을 나눠먹는 행태가 만연하다. 구청장 선거 당선에 기여했던 구의원이나 친인척들, 측근 인사가 매우 심각하다. 실례로 한 지자체에서는 단체장 선거 캠프에서 사무국장을 맡았던 인물이 시설관리공단이나 인재육성재단, 문화센터 등 지자체의 입김이 강한 산하기관 수장 자리를 떡하니 차지하는가 하면 지역구 의원의 자녀나 친인척까지 각종 산하기관에 채용되고 있다. 임원은 말할 것도 없고 계약직들도 낙하산이 판을 친다. 낙하산 인사 때문에 짤렸던 한 직원이 자살하는 일까지 있었다고 하니 정당하게 세금을 다 내고도 이런 꼴을 봐야 하나 싶다.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곳은 학계와 언론, 시민단체 등이 꼽힌다. 그리고 감시와 견제를 수행하는 주체에게 그 힘을 주는 것은 결국 국민이다. 선거로 심판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국민이 관심을 기울이면 정부도 긴장하고 조심스러워 하기 마련이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원칙이자 작동 원리이고 국민들이 진정한 국가의 주인이 되는 길이다. 마찬가지로 지자체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곳도 지역 언론과 지역 단체들일 게다. 그런데 지자체에는 이처럼 감시와 견제 역할을 수행하는 주체들의 힘이 아무래도 모자라다. 지자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지역 주민들이 적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지자체와 관련된 단체나 공기업들의 주요 보직들이 낙하산 인사로 채워질수록 조직 내부의 분위기가 흐려지는 것은 물론이고 비리·부패와 비효율의 정도가 높아져 간다. 그리고 그 손실은 주민들의 세금으로 메꿔진다. 국가의 주인이 국민이듯 지역의 주인은 주민이다. 그리고 주민이 주인이 되는 길은 어렵지 않다.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지 못하더라도 지자체와 지방의회에, 또한 지역 언론과 지역 단체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부터 출발하면 된다. 감시와 견제의 출발은 바로 ‘관심’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