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불법시위, ‘드론’ 활용 채증해야” - 野 “경찰 살수차 예산 불허할 것”

▲ 여야 원내대표는 17일 지난 주말 도심집회와 관련해 날선 발언을 주고 받았다. 사진 / 원명국 기자
한시가 급한 선거구 획정 문제로도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는 여야가 갑작스런 프랑스 파리 테러로 대두된 ‘대테러방지법’ 처리 문제와 지난 주말 도심집회 관련 쟁점으로 19대 마지막 국회의 주요 안건들을 회기 내 정상 처리할 수 있을지 불안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민중총궐기 대회’ 시위 여파로 정치권은 여전히 요동치고 있다. 여야는 전날 과격시위냐 과잉진압이냐를 두고 설전을 벌인 데 이어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 강신명 경찰청장까지 호출해 당시 집회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고 시위 주동자에 대한 사법처리를 강조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경찰의 살수차를 ‘살인 물 대포’라며 관련 예산 삭감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시위가 끝난 지 며칠이 지난 시점인데도 양당이 한 치도 의견접근에 이르지 못한 채 격론을 이어가는 가운데 다음 달 초 무렵 이번 시위의 연장선상에서 또다시 대규모 시위가 치러질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국 또한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 與 “野, 폭력집회 두둔하나…채증 강화해야”
 
새누리당은 17일 지난 주말 서울 도심에서 있었던 ‘민중총궐기 대회’를 불법·폭력 집회라고 주장하며 야당을 겨냥해 “복면을 쓰고 쇠파이프를 휘두른 폭력 집회를 두둔하는데 여념이 없다”고 성토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2006년 참여정부 당시 담화문을 언급하며 “문재인 대표는 청와대 민정 수석으로 있을 당시 ‘폴리스 라인을 힘으로 무너뜨리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고 꼬집었다.
 
원 원내대표는 이어 “문명사회, 선진국일수록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되지 않고 용납이 안 된다”며 “폭력 시위 근절은 정파나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시각으로 보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법은 안전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룰이며 약속”이라며 “경찰은 불법 폭력 행위 엄단을 위한 후속 조치에 만전을 다해달라. 또 야당도 억지 주장을 그만두고 법치사회를 위해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뒤이어 같은 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야당은 폭력 시위를 옹호하고 진압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나섰다”며 “야당은 강경 진압이라고 사과를 요구하지만 과격 폭력 불법 시위를 진압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물리력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경찰을 두둔하는 한편 야당을 압박했다.
 
아울러 그는 “또 야당은 경찰의 치안 기능을 약화하기 위해 경찰 버스 구입 예산과 채증 예산 등을 삭감하겠다는데, 경찰 치안이 약화되면 이를 반기는 세력은 불법, 반사회적 세력”이라고 지적했다.
 
또 황진하 사무총장도 “새정치연합이 불법 집회에 대한 경찰 진압을 과잉 진압으로 매도하고 급기야 국정조사를 요구하는데 기가 막힌다”며 “야당이 일부 극단 세력의 후원자가 아니고 온 국민의 정당이라면 불법 폭력 시위에 대해 단호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여기서 황 사무총장이 언급한 ‘국정조사’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주말 집회에 대한 경찰의 진압 대응과 관련해 “정부는 국민에게 사과하고 국회의 국정조사와 엄정한 수사를 통해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한 발 더 나아가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야당을 겨냥해 “대한민국 경찰을 때리고 쇠파이프로 버스를 부수고 거리를 점령하려는 테러 분자에 동조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은 어느 나라 정당이냐”며 맹비난했다.
 
◆ 경찰 “불법 시위, 엄정 조치…경찰도 피해입어”
▲ 강신명 경찰청장은 17일 새누리당 원내대팩회의에 참석해 지난 주말 시위를 대전환점으로 삼아 앞으로 불법 폭력 시위는 엄단하겠단 방침을 천명했다. 사진 / 원명국 기자
 

한편 이날 회의에는 이례적으로 강신명 경찰청장까지 참석해 당시 시위 상황과 사후 대응방침에 대해 설명했는데, 강 청장은 “경찰은 어떤 희생과 대가를 치르더라도 불법 시위 문화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이번 사태를 전환점으로 삼아 불법 시위를 주도한 사람은 물론 배후 단체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사법 조치를 실시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다만 그는 시위에 참여한 가톨릭농민회 소속의 백남기 씨가 시위 중 경찰의 물 대포를 맞고 중태에 빠진 것과 관련해 부담을 느꼈는지 “시위 과정에서 농민 한 분이 중상을 당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했는데 이와 관련해 제기된 여러 논란도 엄중 조사해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새누리당 의원들은 강 청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으면서 시위 참여자들의 신원파악을 위한 ‘채증’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했는데 홍철호 의원은 “드론이 상층에서 몇 대가 돌아가면 심리적 압박수단이 된다”며 “경찰청에서 (채증 목적으로) 드론을 활용할 생각이 없나”라고 물었다.
 
홍 의원은 “효율적인 방어를 우리가 하기 위한 방법으로 심리적 압박을 (시위대에) 주는 것도 유용한 방법이니 드론 사용을 고민해 달라”고 거듭 제안했다.
 
이에 강 청장은 “지금 현재 카메라 채증도 야당에서 여러 가지로 규제를 많이 하고 논란이 되고 있다. 지금 드론을 활용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답했는데, 사실상 활용하고 싶어도 야당의 ‘규제’를 여당이 먼저 풀어줘야 가능하단 것으로 풀이된다.
 
또 같은 당 이한성 의원은 “채증이 아주 철저하게 돼서 그에 맞게 영장이 신청돼야 한다”며 “우연히 채증된 사람은 영장을 신청하고 더 무겁게 불법시위에 가담한 사람은 채증에 실패해 영장 신청이 안 되면 영장신청 단계에서부터 비례성 원칙이 떨어지니까 이런 책 잡히지 않도록 채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 청장에게 요구했다.
 
이와 관련, 강 청장은 “대부분이 마스크와 선그라스, 모자 등을 착용해 판독에 어려움이 많다”며 “철저히 채증해 영장에 첨부해서 영장이 기각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또 강 청장은 이번 시위 현안보고를 통해 경찰의 피해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하며 시위로 인한 피해현황을 강조했는데 “도심 교통이 10시간 이상 마비됐으며 경찰관 113명이 부상하고 경찰 차량 50대가 파손되는 등 많은 피해가 발생했고 경찰에서 중상자가 2명이 나왔다”라며 “한 분은 팔에 힘줄이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고, 또 한 분은 깨진 보도블럭에 맞아 머리에 부상을 입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울러 그는 “경찰 차량 중 완파 버스는 3대, 나머지 47대도 상당히 파손된 상태”라며 “구체적 피해금액은 다시 산정해 민사소송으로 제기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강 청장은 “경찰청 내에 관련 TF를 구성해 당일부터 즉시 수사에 착수하고 있다”며 “집회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과 배후 단체에 대한 압수수색 등을 진행하고 현장에서 검저한 53명 중 8명에 대해선 금일 중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최종 판독자료로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형사책임에 대해서도 끝까지 묻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앞서 주말 집회 이전인 지난 12일 강 청장은 경찰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광화문 광장은 아예 (집회)신고가 안 돼있다”면서도 “정말 (청와대로) 안 가겠다는 진정성이 담보된다면 경찰도 (광화문 광장까지 행진은) 생각해 볼 순 있다”고 유연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野 “경찰, 살수테러살수차 구입 예산 불허할 것”
 
이처럼 정부여당은 시위의 과격·폭력성에 방점을 두고 이를 계기로 엄정 대응할 방침을 세운 가운데 야권은 시위대가 과격화된 것은 경찰의 과잉대응 때문이라며 책임자를 찾아 엄중처벌하고 시위진압 장비 구매 등을 위한 경찰 예산에 대해서도 삭감 조치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주말 시위 당시 농민 백남기 씨가 물 대포를 맞고 사경을 헤매는 것이 경찰의 과잉대응한 증거라며 “마음 편히 농사만 짓게 해달라는 백 선생의 소박한 꿈을 박근혜 정권이 살수테러로 짓밟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원내대표는 특히 물 대포와 관련해 “경찰이 쏜 물 대포의 세기가 규정을 크게 초과해 농민이 중태에 빠졌다”며 “새누리당과 경찰은 시위대가 먼저 불법을 저질렀으니 경찰의 잘못은 없단 식인데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해괴한 논리”라고 반발했다.
 
이 원내대표가 언급한 ‘물 대포 사용규정 초과’란 본래 ‘시위대가 20m 거리에 있는 경우 2000rpm 내외’로 살수토록 한 ‘살수차 운용지침’을 어기고 경찰이 당시 2500~2800rpm의 세기로 백 씨에게 물 대포를 사용했다고 지난 16일 밝혔던 점을 꼬집은 것이다.
 
경찰도 물 대포의 위험성 논란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신당동의 기동본부에서 살수차를 가져다 기자들 앞에서 시연회까지 열었으나 살수 대상도 없었고 시위 당시보다 훨씬 약한 세기로 시연해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혹평을 받았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경찰에 물 대포의 사거리와 rpm별로 실험한 비공개 매뉴얼은 존재한다면서도 정작 이를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설정한다는 것과 같은 구체적 규정이나 강제적 지침은 없이 순전히 조작자의 의지에 맡겼단 점인데 이런 부분으로 말미암아 야당에선 과잉진압이란 주장을 펴며 살수차 구입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단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야당 간사인 안민석 의원은 “공격용 살수차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높다”며 “살수가 방어용이었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 공격용 살수차 구입예산은 단 한 푼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다.
 
안 의원은 이어 “경찰 경비활동사업 9억원, 치안정보활동 18억원도 감액대상”이라며 “경찰 기동력강화사업도 113억원가량이 기동대버스가 본래 목적과 달리 진압장비인 차벽으로 오용되고 있어 관련예산은 전액 삭감할 필요가 있다”고 경찰 측에 압박을 가했다.
 
이에 국회 예결위의 여당측 간사인 김성태 의원이 이날 브리핑을 열어 “경찰장비를 두고 공격용이냐, 방어용이냐 따지는 것은 시민과 경찰을 이간질하는 대결적 발상”이라며 “시위 현장에 나가보면 시위대와 경찰이 감정적으로 격앙되기도 하고 예기치 않게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일종의 양비론을 폈다.
 
그러면서도 김 의원은 “살수차는 불법시위를 해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하는 장비인 만큼 공공질서 유지 차원에서 필요한 예산”이라며 “경찰이 살수차를 구매하지 않아도 될 만큼 성숙한 시위문화를 만들어 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시위대의 책임에 무게를 뒀다.
 
이런 가운데 ‘민중총궐기’ 집회를 주도한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이날 오후 백 씨가 입원한 서울대병원 앞에 모여 그의 쾌유를 기원하면서도 강신명 청장의 파면과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며 맞대응에 나서고 있어 한동안 이를 둘러싼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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