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매입자에 다양한 장점 있어 각광

▲ 대기업과 계열사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잇달아 사옥을 매물로 내놓고 있는 가운데 최근 ‘세일 앤 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전략이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시사포커스DB
대기업과 계열사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잇달아 사옥을 매물로 내놓고 있는 가운데 최근 ‘세일 앤 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전략이 관심을 받고 있다. ‘세일 앤 리스백’ 방식은 기업들이 사옥을 매각하되, 기존 영업장 또는 사무실 용도로 임차해 사용하는 것이다. 이 방식으로 매매가 이뤄지면 매각자는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고 매입자는 임차인 모집 걱정 없이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다. 더욱이 향후 빌딩가격이 오를 경우 시세차익도 보장받을 수 있어 기업들로부터 각광 받고 있다.
 
12일 삼성엔지니어링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달 22일 서울 상일동에 있는 본사 사옥을 매각하기로 했다. 이 사옥의 장부가는 35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엔지니어링은 올 3분기 1조5000억원의 영업 손실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내년 3월까지 1조2000억원의 유상증자와 사옥 매각을 결정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생명이 이 빌딩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엔지니어링은 그간 사옥 매각에 대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업계는 이 회사가 매각 후 임차인으로 들어가는 ‘세일 앤 리스백’ 방식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종 불문 잇달아 채택
 
최근 기업들이 본사 사옥 등 보유 부동산을 매각하면서 ‘세일 앤 리스백’ 방식을 잇달아 채택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방식이 도입된 건 비교적 최근인데, 그간 업종을 불문하고 여러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 사용돼 왔다.
 
총 5조원대의 대규모 영업적자를 낸 대우조선해양도 현재 이 방법으로 본사 매각을 추진 중이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 본사 사옥과 영등포구 영등포로 당산빌딩이 매각 대상이다. 본사 사옥은 종로와 을지로 사이에 위치한 요충지로 꼽히며, 지난달 초 매물로 나오자 부동산시장의 관심이 높았다고 전해진다.
 
대우조선해양은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키움자산운용 두 곳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두 기업의 입찰가와 ‘세일 앤 리스백’ 계약 조건 등을 따져 이달 말까지 최종 매각 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사옥 매각 후 전체 면적을 임차하고, 임차 후 5년·10년이 되는 시점에 우선매수권을 갖는다. 대우조선은 이번 사옥 매각으로 1800억원대의 유동성을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 동국제강이 본사 사옥인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를 삼성생명에 매각하고 현재 임대해 사용 중이다. 매각 규모는 4200억원이었다. 사진/시사포커스DB
지난 4월에는 동국제강이 본사 사옥인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를 삼성생명에 매각하고 현재 임대해 사용 중이다. 매각 규모는 4200억원이었다.
 
지난 2013년에는 건설사들이 잇달아 이 방식으로 매각을 단행했다. 당해 3월 두산건설은 서울 논현동 사옥을 최장 15년간 임차하는 조건으로 1440억원에 매각했다. 대우건설도 같은해 4월 도이치자산운용에 신문로 본사 사옥을 매각한 후 임대해 사용 중이다. 동부건설 역시 서울 동자동 ‘아스테리움 서울’의 오피스를 칸서스자산운용에 매각한 후 이 건물로 사옥을 옮겼다.
 
‘세일 앤 리스백’은 유통업계에서도 애용하는 전략이었다. 지난해 8월 롯데쇼핑은 KB자산운용과 백화점 및 마트 등 점포 7곳을 매각하고 다시 재임대하는 자산유동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홈플러스, 하이트진로, 이랜드 등도 일부 보유 점포 등을 같은 방식으로 사용 중이다.
 
최근에는 애경그룹이 AK플라자 분당점에 대해 4200억원대의 ‘세일 앤 리스백’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매입자 서로 윈윈
 
부동산 전문가들은 여러 장점을 가진 이 전략이 기업들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우선 매각자에게는 해당 건물을 계속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 매각 후 회사를 이전할 필요 없이 그대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리스’를 조건으로 ‘세일’을 하겠다는 계약 내용이 명시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매입자에게도 득이 된다. 매입 후 공실의 위험이 없기 때문에 자산을 매입한 직후부터 임대료 이익이 발생해 안정적이다. 매각자금으로 인한 유동성확보와 시세차익은 덤이다. 여기에 계약기간 만료 시 매각자에게 우선매수권을 갖게하는 경우도 있다.
 
단점이랄 건 임대료 정도다.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미미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기업의 현금창출에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일 앤 리스백’은 우리나라 기업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각광받고 있다”면서 “이같은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사포커스 / 신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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