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할 수 없는 상황 도래함에 따라 불확실성 가중

국회에서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됨에 따라 우리 경제가 심각한 혼란에 빠지고 있다. 당장 금융시장이 동요하여 주가가 급락하고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 과거 부동산 시장은 국내 정치적 상황과 경제의 여러 변수에 많은 영향을 받아왔다.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함에 따라, 경제의 가장 큰 악재인 '불확실성'이 더욱 가중되어 부동산 시장의 동향도 안개 속에 빠지게 되었다. 우리 경제의 현안은 원자재 값 상승이라는 변수에 의한 물가 불안과 내수위축에 따른 경기침체로 요약된다. 이런 문제들을 수출로 어느 정도 떠받치고는 있으나, 신용불량자 문제 등 내수회복을 위한 정책이 조금씩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국정공백'을 맞아 충격은 더 크게 됐다. 일부에선 탄핵이라는 결과가 어떻든 간에 극한 정치적 대립관계가 해소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과, 어떤 형식으로든 헌법재판소가 국정공백 상황을 길게 끌고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차원에서 일시적인 불안에 그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어찌됐건 전문가들은 대체로 기업의 투자 심리악화와 소비심리 저하로 경기 회복이 지체되고 대외 신인도에도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대책 기조 변함 없어 3월 12일,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탄핵과 관련, 정부 과천청사에서 '대통령 탄핵 사태에 대한 경제부총리 성명'을 통해 "흔들림 없이 일관성을 유지해달라. 그리고 경제회복을 위한 일자리 창출 등에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므로 국내기업도 동요하지 말고 경제활동에 전념해 달라"고 발표했다. 이 부총리는 성명서에서 "이번 사태는 우리경제에 어떤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니며 그동안 우리는 경제가 정치의 영향을 덜 받는 시스템을 구축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도 현재 추진중인 경제정책을 흔들림 없이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갈 것인 만큼, 경제활동에 관한 한 불안해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시장위축 타개 등 향후 전망에 대해 이 부총리는 "불안심리가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으며, 누가 경제 중심에 서서 확실하게 챙겨나갈 것인지 시장에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며 내가 그 역할을 맡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정부는 3월 10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김광림 재정경제부 차관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 전문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부동산시장 안정대책반 회의'를 개최하여, 최근의 부동산 시장과 건설 경기 동향을 점검하고, 향후 중점 추진해야 할 과제를 논의하였다. 정부는 최근 집 값이 상승하고, 지가가 개발 호재 지역을 중심으로 급등한 사실을 주목하고, 부동산 시장의 수급이 원천적으로 안정될 때까지는 '10.29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여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로 하였다. 정부의 이러한 방침은 이번 탄핵안 가결과 관련 없이 진행될 예정이다. 부동산 오를까 내릴까? 지난 해 정부의 10.29 대책 이후, 아파트 매매가격은 하락세를 지속하다가 금년 1월말부터 다시 상승세로 전환되었다. 대책 후 지난 1월까지 전국 1.2%, 서울 1.9%, 강남 2.8% 하락하 여 작년 8~9월 수준으로 하락하였다. 1월말 이후 봄철 이사 수요 등 계절적 요인과 주택 거래신고제 시행(3월말)전의 선취 매매 등으로 5주간 상승세를 지속했다. 3월 첫 주를 맞은 서울, 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매매, 전세 모두 0.2%대 이하의 보합세를 유지했다. 이사철이 막바지로 들어서면서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는 매물 부족으로 인해 가격이 소폭 상승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가격변동을 보이지 않은 채 거래도 간간히 이루어질 뿐이다. 이에 따라 수도권 전체 19,000여개 평형 중 아파트 매매값이 상승 또는 하락한 단지는 전체의 4.5% 인 850여개 평형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 2월 중순 서울과 신도시가 전체의 7%에 해당하는 아파트 단지의 가격이 변동한 것과는 대조를 보였다. 최근 부동산시장 관련 지표들은 상반된 신호를 보이고 있다. 미분양과 미계약 물량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아파트 가격은 4주 이상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법원경매 낙찰가율(낙찰가/최초 감정가)은 상승세로 돌아섰다. 부동산경기 위축으로 미분양 아파트는 물론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는 아파트가 늘고 있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중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4만1천1백37가구로전월(3만8천2 백61가구)에 비해 7.5% 증가했다. 미분양 아파트는 지난 98년 이후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5년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지난달 서울의 미분양물량은 직전월보다 6.7% 감소세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또 준공된 뒤에도 분양되지 않은 물량도 지난 1월 7천1 백1가구를 기록, 전월(5천8백74가구) 대비 20.9%나 늘었다. 서울시 동시분양에서도 미분양 및 미계약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말 서울 1차 동시분양 당첨자를 대상으로 계약을 마감 한 결과 강남구 청담동 동양파라곤 1곳만 계약이 끝났을 뿐, 나머지 4개 단지에서는 미계약 물량이 대거 발생했다. 수도권에서도 미분양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청약을 마감한 인천 1차 동시분양에서는 모집가구 4백91가구 중 절반이 넘는 2백54가구가 미달됐다. 경기도 구리시에서 공급된 '인창 대림 e편한세상' 역시 6백21가구 중 2백38가구의 아파트가 미분양 됐다. 아파트값의 선행지표 역할을 해온 법원경매 낙찰가율은 지난해 10월 이후 하락세를 보이다 지난달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 2월 중 서울 및 수도권 법원 경매시장에 나온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평균81.4%를 기록, 전월에 비해 3.0%포인트 높아졌다. 상승세가 둔화됐지만 아파트 값 오름세도 지난주까지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스피드뱅크가 3월 첫째주(1-7 일)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가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및 경기지역 매매가는 지난 한주 간 각각 0.11%,0.04% 오르면서 6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분양시장의 침체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기존 아파트값 상승은 주택거래신고 제 시행과 방학 수요가 맞물린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양도세 부담으로 매물 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거래 없는 호가상승이 재연되고 있다는 설명. 구체적으로 부동 산 시장이 4개월 이상 침체되고 있는 가운데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저가매수가 들어오면서 기존 아파트값이 일시적인 상승을 타고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서울지역 미분양 물량이 줄어들고 2차 분양에서 강남권 아파트에 수요자들이 몰린 점 등은 눈여겨볼 대목이라는 조심스런 낙관론도 대두되고 있다. 건설경기 위축 가능성이 문제 가뜩이나 경제가 좋지 않은데 이번 탄핵안 가결의 영향으로 환율 상승 및 금융시장의 동요로 원자재 값이 상승하고,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건설시장이 이번 에 더욱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건설시장마저 사그러들 경우 침체에 빠져 있 는 경제에 주름살을 더 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1995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지난해 7.4%)을 보이던 건설투자가 지난 4분기부터 건설수주를 중심으로 급격히 둔화돼 올 1월에 는 전년동기 대비 14.3%나 감소했다. 미분양 아파트(1월기준 4만1천1백37가구)가 지난해 10 월 이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는 것도 부담스러운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수주한 공사를 소화하는 상반기는 별 걱정이 없지만 1분기 수주감소가 현실화될 경우 3분기(7~9월)부터는 건설 경기 위축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건설경기 동향이나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필요성 등을 감안해 부동산 규제책을 완화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정부 부처 안에서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정책강도를 완화할 경우 시장에 '안정 의지 후퇴'로 잘못 전달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고민이다. 당분간은 '관망'이 바람직 경제는 무엇보다 회전이다. 기업들이 투자를 하고 개인들은 소비를 함으로써 경제가 돌아 가는 것이다. 그 동안 우리 경제의 문제도 이런 투자와 소비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서 발생한 것이다. 수출은 잘 되고 있으나, 기업들은 이를 국내에서 재투자하지 않았고, 개인들도 소비에 주저하고 있다.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엄청난 숫자의 신용불량자는 결국 경제적 사망선고로 경제와 사회 전체의 불안요인이 돼 버린 상황이다. 이런 국면에서 발생한 최악의 정치적 상황은 결국 이 같은 경제의 순환을 더욱 막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내수 위축 심화는 생산 증가 둔화로 이어지고 이는 경제 성장 지체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장기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시간을 두고 부동산시장에 직접적으로 반영된다. 안개 속의 부동산 시장. 투자자들은 당분간 관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여러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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