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진실한 사람’ 발언에 국회 뒤숭숭

▲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 도중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과 경제활성화 등과 관련한 법안 처리가 국회에서 늦어지고 있는 데 대해“국민을 위해서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일침을 가한 바 있다.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의 10일 국무회의 ‘진실한 사람’ 발언을 두고 여야 간 해석이 분분하다. 당장 야권에선 총선 개입 의도가 담긴 발언이라며 성토에 나서는 반면 여당인 새누리당은 ‘친박’ 의원들을 심어나가겠다는 의도인지 비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내심 의혹의 시선은 있으면서도 우선 민생 현안 처리에 집중하라는 대통령의 고언으로 당내 의견을 정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 지도부간 논의는 평행선을 달리며 지지부진한 상황인데다 오히려 박 대통령의 발언 해석을 놓고 여야가 설전을 벌이면서 의도치 않은 갈등까지 더 확대되고 있다.
 
◆ 野 “朴대통령 ‘진실한 사람’ 발언은 총선개입”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은 여야 간 합의가 지연되면서 법안 처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국회를 향해 “매일 민생을 외치고 국민들을 위한다고 하지만 정치적 쟁점과 유불리에 따라 모든 민생 법안들이 묶여있는 것은 국민과 민생이 보이지 않는다는 방증이 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앞으로 그렇게 국민을 위해서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는데 조속한 민생 현안 처리를 강조하며 덧붙인 이 발언의 해석을 두고, 내년 총선을 앞둔 국회는 대통령 발언 취지와 반대로 더욱 대치하는 형국을 보였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박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들만 선택받아야 한다’는 발언의 시점과 표현을 두고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중의적 표현을 사용해 현재 총선 출마 의사를 내비치며 사퇴하는 장관들과 청와대 관계자들을 지지하는 ‘총선 개입’ 의도에서 내놓은 것이라고 해석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표는 11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 간 법안 처리를 뒤로 하고 정쟁만 지속하는 걸 지적한 박 대통령에 대해 오히려 여야 정쟁의 원인이라고 역공을 폈는데 “박 대통령께서 국민을 통합하는 위치에 서지 않고 끊임없는 정쟁을 만들고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이번 역사교과서 정쟁을 만든 장본인도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꼬집었다.
 
문 대표는 이어 “대통령의 노골적인 총선 개입 발언도 유감”이라며 “장관과 청와대 출신들 등 측근들을 대거 선거에 내보내면서 한 이번 대통령의 발언은 자신의 사람들을 당선시켜 달라는 노골적인 당선운동과 동시에 야당과 이른바 비박에 대한 노골적 낙선운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박 대통령은 과거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어떻게 하였는지 되돌아보면서 자중하길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는데,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당시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을 내세운 한나라당이 탄핵하겠다며 나선 것을 꼬집은 발언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이종걸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을 겨냥해 “스스로 대구지역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축소시키고 있다”며 “측근 공천에만 몰두하는 대통령이 민생 운운하는 발언은 이제 우리가 쭉 얘기했던 유체이탈 화법을 넘어 ‘영혼 포기’의 발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이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분노조절장애가 나날이 심해지면서 국민들의 분노조절도 한계에 다다르는 것 같다”며 “부디 ‘유신의 밀실’에서 나오시기 바란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또 야당 내 비주류 의원들 역시 이번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계파를 막론하고 한 목소리를 냈는데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11일 오후 박 대통령을 향해 “나라가 어려운데 대통령이 국정이 아니라 선거에만 올인하고 있다”며 “청년 일자리가 아니라 심복들의 일자리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안 전 공동대표는 국가가 ‘미래가 아닌 과거로’, ‘정상이 아닌 비정상으로’, ‘새로움이 아닌 낡음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개탄했다.
 
심지어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자신의 사람들을 당선시켜 달라는 노골적 메시지”라고 혹평했다.
 
이런 야권의 주장에 부담을 느꼈는지 청와대는 11일 오전 정연국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경제와 민생을 위한 대통령의 절실한 요청과 충정을 제대로 이해해 주길 바란다”며 노동개혁과 경제활성화 법안 및 한중FTA 비준안 처리 등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언제 처리될지 기약이 없어 내놓은 발언이란 점을 누차 강조했다.
 
◆ 與 “朴대통령 발언, 민생 챙기란 것”, 野에 압박
 
반면 여당은 미묘한 반응을 드러냈는데 야당이 일단 한 목소리로 대응하는 만큼 여당도 외견상 의견을 통일해 야당에 맞서곤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비박계를 중심으로 ‘총선을 겨냥한 친박 밀어주기’ 아니냐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일단 새정치연합이 박 대통령을 맹비난한 부분에 초점을 맞춰 맞대응에 나섰는데 11일 이장우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막말 증후군에 걸린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국민 앞에 사죄하라”며 ‘탄핵’까지 거론한 데 대해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향한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인신공격성 폭언에 개탄을 금할 길이 없다”고 비판했다.
 
또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도 전날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민생을 위한 취지에서 나온 발언’으로 규정하고 야당에 ‘민생’ 카드로 압박을 가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대통령께서 국회에 대해 오죽 답답했으면 조목조목 설명하며 호소했겠나. 야당은 대통령의 진정어린 호소를 가벼이 여기거나 무시하지 말고 한번쯤 들어봐달라”며 “민생 우선을 외치면서 민생을 논하려면 야당은 온데 간데 없다. 야당은 양치기 정당”이라고 야당에 맞불을 놨다.
 
심지어 확실한 비박계로 분류되는 정병국 의원까지 “할 일을 하지 않는 국회는 대통령 말씀마따나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게 마땅하다고 본다”며 거들고 나섰다.
 
◆ 與 비박계, ‘불편한 속내’ 내비쳐
 
▲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11일 BBS라디오에 출연해 “행정부 장관들, 또 청와대 수석비서관들 이런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그냥 막 총선 대열에 동참, 러시라고 할 정도로 다 간다”며 불편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일부는 대통령의 ‘친박 밀어주기’가 아닌지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았는데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11일 BBS라디오에 출연해 “행정부 장관들, 또 청와대 수석비서관들 이런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그냥 막 총선 대열에 동참, 러시라고 할 정도로 다 간다”며 불편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지금 박근혜 대통령 임기가 마지막도 아니고 임기 반환점을 돈 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면서 “(총선에 출마할 것이었으면) 왜 장관을 하고 왜 수석비서관을 했습니까? 말이 안 되는 거죠”라고 직설적으로 날선 비판을 가했다.
 
그는 앞서 이날 발언 하루 전인 10일에도 MBC라디오에서 친박계인 윤상현 의원이 유승민 의원 부친상 빈소에서 ‘TK 물갈이론’을 거론한 데 대해 “빈소에 가서 정치적으로 예민한 그런 발언하는 건 상주한테 다시 한 번 매질을 하는 발언”이라며 “(정부 고위 인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총선 채비 차리고, ‘장미꽃길’이란 TK에 가려는 행태가 걱정된다”고 쓴 소리를 한 바 있다.
 
김무성 대표 역시 박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들’ 발언을 들은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침묵으로 일관하며 즉답을 피해 사실상 불편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이는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정부와 청와대 측 인사들이 대거 사퇴하거나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TK나 서울 강남 등 이른바 ‘유력지역’을 노리고 있는 데 대한 불편함을 드러낸 것인데 비박계가 내놨던 상향식 공천방식에 불만을 나타내며 당론화까지 했던 오픈프라이머리를 백지화시키고 유력지역 공천만을 고집하는 친박 인사들과의 충돌이 머지않아 불가피하단 것을 미리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의 ‘진실된 사람’ 발언에 이어 11일 청와대에서 ‘제11차 사회보장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이날 열린 6.25전쟁 전사자 관련 ‘턴 투워드 부산’ 행사를 언급하던 도중 “‘은혜를 갚는다는 것은 그 은혜를 잊지 않는다는 것이다.’ 잊지 않는다는 것이 바로 은혜를 갚는다는 그 말이 생각났다”고 중의적 표현을 또다시 내놔 ‘은혜’의 의미를 놓고 자신을 비판하는 여당 의원들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총선을 반년 남짓 남긴 시점인 만큼 대통령 발언의 ‘키워드 해석’을 놓고 장차 여야가 사소한 것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것은 물론이고, 특히 여당 내 비박계는 공천 룰을 둘러싸고 친박 공천을 염두에 둔 박 대통령과의 일전이 불가피해 보여 현재 ‘역사교과서 논쟁’과 ‘국회 정상화’로 잠시 수면 아래 잠긴 친·비박 간 갈등이 공천 룰 결정 시점이 다가올수록 점차 표면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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