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기업으로 거듭나…지분 매입 물밑 경쟁 벌써 치열

▲ 동양이 지난 2013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 2년 만에 빚을 모두 갚고 알짜 기업으로 재탄생한 가운데, 벌써부터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뉴시스
동양이 지난 2013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 2년 만에 빚을 모두 갚고 알짜 기업으로 재탄생한 가운데, 벌써부터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동양은 동양시멘트 지분을 8000억 원 가량에 매각하는 등 자구 노력에 힘입어 법정관리와 관련된 빚을 모두 변제했다. 2013년 10월 법정관리에 돌입한 지 2년여 만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6부는 지난달 20일 동양이 회생채권 중 미변제 잔액 1779억원까지 모두 변제했다면서 채무 변제를 모두 종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법원이 회생계획안을 인가한 지 1년 반 가량 만이다.
 
동양은 회생계획안에서 채무액 중 일부는 출자전환하고 일부는 10년간 현금으로 변제하기로 했는데 현금변제액인 7100억 원을 모두 청산하는 데 성공했다. 동양매직(2798억원), 동양파워(862억원), 동양시멘트(7943억원) 등의 계열사 매각이 큰 힘이 됐다.
 
법원은 당시 “회생신청 당시 3만7천 명의 대규모 채권자를 피해자로 만들고 파산까지 우려된 동양이 극적인 반전으로 실질변제율 100%를 초과 달성한 것은 국내 회생절차의 전무후무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로써 동양은 올해 안으로 법정관리를 종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금 보유량은 빚을 다 갚고도 5000억원이나 남는다.
 
◆법원의 애매한 입장에도 매각 가능성↑
이에 시장에서는 법원이 동양을 매각할 것이라는 얘기가 끊임없이 나온다. 특히 레미콘 업계의 강자로 자리매김한 유진기업이나 삼표 등이 동양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물론 법원 측은 현재 동양의 공개 매각보다는 시장의 자율적인 중 찾기를 선호한다며 인수합병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기는 했다. 법원은 현금이 많기 때문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매각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뚜렷한 대주주가 없는 동양의 특성상 적대적 인수합병에 노출되기 쉽다는 점에서 경영권 안정을 위해 새 주인을 찾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면 가까스로 회생한 동양이 안정적으로 경영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실제 법정관리 과정에서 동양은 3만7000여명의 채권자 중 상당수가 출자전환해 뚜렷한 대주주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 지분의 86%가 1% 미만 주주인 소액주주들의 몫이다. 최대 주주가 불과 7% 가량을 보유한 유진기업-유진투자증권일 정도다.
 
◆유진기업, 1위 수성 위해 움직이나
 
▲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레미콘 업계 1위 유진기업이다. 삼표에 밀려 동양시멘트 인수에 실패했던 유진기업은 9월 동양의 최대 주주로 올라서며 지분 매입을 본격화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지분 구조상 동양의 새 주인은 25~30% 가량의 지분만 확보할 경우 안정적으로 경영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적은 지분으로도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이미 유진기업이나 파인트리자산운용, 삼표 등이 지분 모으기에 나섰다는 신호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특히 동양은 전체 매출의 절반 정도를 레미콘 사업에 올리고 있어 레미콘 업계의 관심도가 높다. 동양은 강원과 영남, 호남 등에 레미콘 공장을 골고루 보유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레미콘 업계 1위 유진기업이다. 삼표에 밀려 동양시멘트 인수에 실패했던 유진기업은 9월 동양의 최대 주주로 올라서며 지분 매입을 본격화했다. 10월에도 유진투자증권과 함께 ㈜동양 지분 1.38%를 장내매수했다.
 
유진기업과 유진투자증권이 보유한 동양 지분은 7.04%다. 최대 주주이기는 하지만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행사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유진그룹 측은 동양 지분 매입이 단순 투자목적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를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특히 유진그룹의 공장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라도와 강원도, 충청도 등에 위치하고 있어 경상도가 주력인 동양을 인수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숨에 2대 주주로 떠오른 파인트리자산운용도 다크호스다. 파인트리자산운용은 지난 9월17일과 이달 14·16·20일 등 네 차례에 걸쳐 총 1489만1473주를 장내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 측에 따르면 파인트리자산운용의 지분은 6.27%로 유진그룹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파인트리자산운용은 부실채권과 부동산펀드 운용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으며 올해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의 국내 대체투자 NPL(부실채권) 펀드 위탁운용사로 선정된 바 있다. 파인트리 측 역시 지분 취득이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이 같은 목적은 언제든지 경영 참여로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파인트리자산운용이 동양의 경영 참여를 원하는 관련 업체와 연결됐을 확률도 제기하고 있다.
 
▲ 아울러 함께 주목해야 할 것은 동양시멘트 인수전에서 승리한 삼표다. 삼표는 레미콘 시장에서 유진과 1·2위를 다투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동양시멘트 품은 삼표도 참전 전망
아울러 함께 주목해야 할 것은 동양시멘트 인수전에서 승리한 삼표다. 삼표는 레미콘 시장에서 유진과 1·2위를 다투고 있다. 동양시멘트 인수전에서도 유진기업과 한 판 승부를 벌인 끝에 최종적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현재 시멘트 업계에 진출한 레미콘 업체라는 이력에 이어 내친 김에 레미콘 시장에서의 지배력까지 강화하겠다는 포석을 둘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업계에서는 삼표가 공시 의무 대상인 5%를 살짝 넘지 않는 수준으로 동양 지분을 확보해 놓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삼표가 동양을 인수하게 되면 유진기업과의 격차를 더욱 좁히는 효과가 있다. 이미 삼표는 2013년 동양의 충청지역 레미콘 공장 9곳을 사들이며 톡톡한 성과를 맛보기도 했다.
 
여기에 동양시멘트에 8000억원 가량을 쏟아부은 것도 동양 인수를 포석에 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삼표가 동양에 과감한 금액을 베팅함으로써 동양이 빚을 다 갚고도 5000억원 가량의 현금을 보유하게 됐는데, 삼표가 추후 동양을 인수해 이 대금을 회수하는 효과를 거두겠다는 포석을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다만 아직까지 법원이 가타부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인수가 급격히 가시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도 있다. 대규모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제3자에게 유상증자 등을 통해 매각할 이유가 없는 데다, 출자전환 주식 역시 팔 유인이 전혀 없다는 이유에서다.
 
노조나 동양 측 임직원들의 입장도 변수다. 아무래도 직원들 입장에서는 주인 없는 기업을 선호할 가능성이 우세하다. 이에 일각에서는 동양이 독자생존을 모색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실제 동양은 최근 새로운 사옥을 알아보고 있다는 소문에 휘말리기도 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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