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2의 늪에 미디어 사업까지 격차 확대

▲ 유·무선 통신 시장과 유료방송 시장에서 하위권에 쳐져 있는 LG유플러스가 공격적 행보에도 불구하고 경쟁사들의 잰걸음을 따라잡지 못하며 위기에 처했다. ⓒLG유플러스
유·무선 통신 시장과 유료방송 시장에서 하위권에 쳐져 있는 LG유플러스가 공격적 행보에도 불구하고 경쟁사들의 잰걸음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등 주요 실적 지표들이 모두 하락하면서 단통법과 선택 약정 확산 등의 여파를 고스란히 맞았다.
 
LG유플러스의 3분기 매출은 2조7168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에 비해 1.6%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1745억원으로 1.4% 줄어들었다.
 
이동통신 3사의 매출이 모두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지난 5월 1조원 가량을 구조조정에 쏟아부었던 KT가 기저효과로 소폭 증가한 것을 빼면 사실상 3사 모두 감소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점은 위안거리다.
 
하지만 이동통신사들의 수익을 가늠할 때 중요한 지표로 꼽히는 무선 가입자당평균매출(ARPU)마저 LG유플러스가 감소를 겪었다는 점은 우려를 낳고 있다. LG유플러스는 3분기 ARPU가 3만6294원으로 나타나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만6600원에 비해 0.8% 줄어들었다. 반면 SK텔레콤은 3만6729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0.9% 늘어났고 KT는 3만6193원으로 1.2% 증가했다.
 
◆수익성 악화에 5:3:2 늪까지
이동통신사들은 단통법 시행에 따른 단말기 구매 비용 증가에 따라 고가 요금제 비중이 줄면서 공통적으로 매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요금의 20%를 할인해주는 선택 약정의 확산으로 ARPU마저 정체된 상황이다.
 
다만 LTE 관련 망 투자가 사실상 거의 완비됐고 무제한 음성 통화를 제공하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확산되면서 평균적인 요금제 수준이 올라감에 따라 이를 벌충하고 있는 상황인데 LG유플러스만 홀로 ARPU가 하락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는 지적이다.
 
가뜩이나 만년 점유율 3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위기감은 점차 고조되고 있다. 15년 이상 유지되고 있는 ‘5:3:2’ 구조는 LTE 시대에도 재편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SK텔레콤의 점유율이 45% 가량으로 내려가면서 ‘판갈이’에 대한 기대감도 잠시 있었지만 최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로 이 같은 기대도 무산됐다.
 
문제는 1년여를 넘긴 단통법이 성벽을 공고히 하면서 이를 뒤집을 수단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이다. 특히 보조금 규제가 강력하게 유지되고 있는 상황은 LG유플러스가 공격적인 행보를 펼치더라도 그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LG유플러스는 새로운 타개책으로 동영상과 사물인터넷 등 데이터 사용량을 늘리는 분야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얼마나 효과가 나타날지는 아직 미지수다.
 
▲ 케이블TV 업계까지 포함한 유선방송 시장에서 LG유플러스는 IPTV 가입자가 220만 명에 불과해 이번에 CJ헬로비전을 품에 안은 SK브로드밴드의 745만명이나 KT의 848만명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미디어 분야도 만년 하위권…격차 더 벌어져
여기에 LG유플러스는 미디어 분야에서까지도 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 IPTV 시장에서는 역시 마찬가지로 만년 3위 사업자다.
 
케이블TV 업계까지 포함한 유선방송 시장에서 LG유플러스는 IPTV 가입자가 220만 명에 불과해 이번에 CJ헬로비전을 품에 안은 SK브로드밴드의 745만명이나 KT의 848만명과의 격차가 상당하다. 씨앤앰 등 일부 케이블TV사에게도 가입자 수에서 밀리는 형국이다.
 
초고속인터넷 역시 마찬가지다. SK브로드밴드는 CJ헬로비전의 88만명을 끌어 안으면서 기존의 500만명에 더해 총 6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게 된다. KT는 이미 828만명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LG유플러스는 344만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로 순위 역전이 더욱 더 멀어진 LG유플러스가 이번 인수 합병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는 것도 당연하다.
 
LG유플러스는 지난 5일 서울 용산 본사에서 “정부의 승인을 받고 대주주 변경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갈 길이 멀다”고 언급했다. 정부 인가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지만 그만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승인될 경우 심각한 상황이라는 얘기도 된다.
 
이날 안성준 전무는 “케이블TV는 권역단위의 사업자이고 IPTV는 전국단위 사업자인데 두 사업을 동일 사업자가 하는 게 가능한가 하는 의문이 든다”며 “대기업이 방송까지 다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인수합병 방침이 공개됐을 때도 LG유플러스는 공정경쟁 저해에 대한 우려를 내놓은 바 있다.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은 신세기통신을 인수하면서 우량주파수인 800MHz 대역을 독점하고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통해 시장 독점력을 유선시장까지 확대한 데 이어 이번에 CJ헬로비전 인수를 통해 유료방송 시장까지 왜곡시키려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특단 조치 내놓나…귀추 주목
실적은 물론 주변 상황까지 악화되면서 결국 LG유플러스가 적극적인 인수 합병 외에는 이 상황을 타개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업계에서는 시장에 나온 케이블TV 3위 사업자 씨앤앰을 인수할 후보로 LG유플러스를 꼽는 분위기다.
 
KT가 이미 유료방송 시장에서 공룡의 지위를 공고히 한 상황에서 SK가 이번 인수를 통해 KT의 대항마로 떠오르자 LG유플러스도 마음이 조급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LG유플러스가 씨앤앰을 품에 안을 경우 총 457만명의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물론 SK나 KT를 넘기는 힘들지만 단박에 격차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유일한 카드다.
 
다만 MBK파트너스가 많은 금액을 요구하고 있는 점은 걸림돌이다. 케이블TV 시장이 불황에 늪에 빠진 만큼 아무리 마음 급한 LG유플러스라도 2조5000억원 가량의 매각가를 지불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도 매각 요구가가 지나치다고 판단하고 씨앤앰에서 CJ헬로비전으로 대상을 바꿨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CJ헬로비전이 총 1조원 가량에 넘어갈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만큼 씨앤앰 매각가도 조만간 현실화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가격 수준에 따라 LG유플러스가 씨앤앰 인수에 관심을 비출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다만 안성준 전무는 “씨앤앰 인수는 회사 전체의 방향과 맞아야 하기 때문에 답변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밖에 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가 글로벌 IT 기업이나 케이블TV 등과의 제휴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도 유력한 옵션으로 보는 분위기다.
 
이처럼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LG유플러스가 조만간 반격에 나설 확률만큼은 적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는 점에서 LG유플러스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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