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구와 보수에 무너진 ‘미래모임’ 여기서 끝인가?

한나라당 7.11 전당대회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큰 파장을 일으키며 대선을 향한 한나라당의 행보에 어두운 그림자를 만들고 있다. 특히 지난 20일 미래모임 주최로 열린 ‘7.11 전당대회 평가와 한나라당의 진로’ 토론회를 통해서는 전당대회를 통해 드러난 대리전 및 색깔론에 대한 토론자들의 성토가 이어지며 상황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이날 토론회의 발제자로 나선 이각범 IT전략연구원 원장, 성한용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강재섭 대표 등 지도부 일색이 모두 ‘극보수’ 양상을 띠게 된 것에 대해 극도의 우려와 비난을 하며, 이러한 상태로 한나라당이 차기 정권 창출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임을 전망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날 토론회를 통해 제기된 우려와 비난들은 사실상 강재섭 대표를 주축으로 한 지도부를 향한 것이 아닌 중도개혁 소장파로 분류되는 ‘미래모임’을 향한 것이기에 토론회의 흥미를 더했다. ◈‘미래모임’ 사실상 여기서 끝 미래모임은 이미 잘 알려졌듯이 한나라당의 ‘새정치수요모임(수요모임)’과 비주류 모임인 ‘국가발전전략연구회(발전연)’, 중도 성향의 ‘푸른모임’, 초선 의원 모임인 ‘초지일관’ 등 중도개혁 성향의 4대 모임 소속 의원들의 연대 형식으로 한나라당의 신진 세력으로 부상했었다. 당초 전당대회를 통해 개혁적인 지도부를 구성하겠다는 목표로 114명이라는 상당수의 원내외 인물들이 규합해 당권 도전을 했지만, 정체성이 부재한 이들 모임은 예상 외로 참패를 하고 말았다. 따라서 ‘7.11 전당대회 평가와 한나라당의 진로’ 토론회는 사실상 미래모임의 자기비판과 도로 민정당이 되어버린 지도부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미래모임의 단일 후보로 전당대회에 나섰던 권영세 의원은 지도부 5명 안에도 포함되지 못하는 6위를 차지해 선출직 지도부가 되지 못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동안 전당대회의 최대 다크호스로 거론되어 왔던 점을 생각한다면 결과는 너무나 참담한 것이었다. 결국 미래모임은 이로 인해 당권을 놓치게 된 것은 물론, 당 내에서 존재의 이유마저 사라지게 되었다. 실제로 이날 토론회에서 미래모임 소속의 토론자들은 모임의 해체를 기정사실화하며, 중도 개혁 성향의 4대 모임이 연대를 한 것 자체가 전당대회를 위한 반짝이용이었다는 데 어느 정도 시인을 하는 분위기를 이어갔다. 더욱이 미래모임의 후보 단일화에도 적극 경쟁에 참여했었던 박형준 의원의 경우 토론회의 사회를 맡으며 “미래모임을 어떻게 새로 구축할지는 시간을 갖고 진지하게 다시 논의하자”며 현재로써 명확히 대책을 세우기는 곤란한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다시 말해 박 의원 역시도 당내에서 미래모임의 역할 비중이 협소해졌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었다.
◈미래모임의 실패가 도로 민정당 만들었다 토론회에 참석했던 발제자 및 토론자들은 대체로 미래모임의 실패가 도로 민정당으로 읽혀지는 수구 지도부의 탄생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차기 정권창출에서도 심각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개혁’과 ‘수구’의 싸움에서 ‘개혁’이 완패를 당한 데 따른 우려인 것이다. 더욱이 이날 토론에서는 “한나라당이 오만하고 방자해졌다”, “5, 6공 수구정당이다. 경상도당이다”, “한나라당은 절대로 정권을 잡을 수가 없다”, “색깔론이 벌어졌다는 것 자체가 개그 수준이다” 등의 자기비난이 무성하며 미래모임의 실패가 지금의 수구 정당을 탄생시키는 핵심적 계기가 되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컸다. 토론회에 참석했던 IT전략연구원 이각범 원장은 “한나라당이 분수를 잊어버리고 오만하고 방자한 모습으로 국민에게 비쳐지고 있다. 그 결과가 지난 전당대회와 이번 재보선 공천이다”며 “한나라당은 절대로 정권을 잡을 수 없겠구나 하는 확신을 이번에 국민들에게 보여주게 된 것이다”고 지도부 구성의 문제점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더욱이 이 원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싹쓸이하면서 ‘견제 받지 않는 지방권력은 부패합니다’라는 여당의 공격이 구체적인 사례로 나올 때 여전히 한나라당은 구태와 수구, 냉전 등의 수식어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며 “이런 숙제를 짊어지고 한나라당이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의 발언처럼 한나라당은 현재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고 독주를 하고 있는 형상이기에 내부 개혁이 꾸준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부패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읽혀지고 있다. 최근 발생한 한나라당 소속 지자체장들의 비윤리적인 모습(수해지역 골프, 전당대회 참여로 민심 외면, 오세훈 서울시장 호화 헬스 논란 등)은 예고 된 상황이나 다름없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결국 민심은 돌고 돌 수 있는 것이기에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 한나라당을 보며 또 다른 대안 세력을 찾아 떠날 것임은 자명하다. 적절한 견제의 필요성을 스스로가 인정하고 있는 것이었다. 성한용 한겨레신문 선임 기자는 “전대에서 한나라당이 ‘도로 민정당, 도로 영남당’이라는 소리를 듣고 이회창 전 총재와 김영삼 전 대통령까지 일부 비판에 가세한 원인은 재보선과 지방선거의 연승으로 한나라당이 오만해졌기 때문”이라며 “지난 전대에서 강재섭이냐, 이재오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색깔론이 벌어졌다는 것 자체가 개그 수준이었다”고 시대착오적인 현상이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얻고 있는 당에서 벌어졌다는 것에 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미래모임’의 대안 세력 등장 예고 한나라당을 가까이 하고, 당에 소속되어 있는 인물들마저 이처럼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그만큼 현재 한나라당의 모습이 옳지 못하다는 뜻이 될 수 있다. 결국 이들의 성토는 미래모임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며, 전당대회를 위해 급조된 임시용이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맹공을 퍼붓기도 했다. 이각범 원장은 “희망을 가지려면 이념과 정책을 분명히 해야 했음에도, 포퓰리즘적 이념과 정책을 따라가기에 급급했다”며 “정말 이 시대를 여는 미래 비전을 가지고 미래 세력을 선보이려 한다면 사즉생의 각오를 보여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성한용 기자는 “한나라당의 소장파 정치인들이 오세훈 서울시장 경선 당시 결집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번에 한계가 드러나고 말았다는 비판이 있다”며 “미래모임의 실패는 내부에서 먼저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속력도 약할 수밖에 없었고, 정체성 또한 명확치 않은 모임을 급조한 탓에 모임의 시작 당시 보여줬던 강한 포스는 오래 가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이다. 이어서 성 기자는 “작전세력이 있었다고 하지만, 그들을 빼고 남은 50~60명이 전력을 다해도 권영세 의원이 선출직 지도부에서 떨어졌겠는가”라고 미래모임 내부에서도 권 의원에게 표를 던지지 않은 인물이 많았음을 지적하고, “미래모임은 수요모임과 푸른모임 등이 중심체인데, 권영세 의원이 푸른모임이니까 수요모임이 열심히 안 뛴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며 미래모임 내부에서의 알력이 권 후보를 선출직 지도부에 올리지 못한 원인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또, 박찬숙 의원의 경우 미래모임의 지난 과오에 대해 “앞으로 가면서 털 게 아니라 이미 미래모임은 실패했다”며 “개혁적 보수는 계속 살아있어야 하는데 이미 미래모임은 소멸됐으니 다른 이름과 다른 회원으로 새로운 모임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미래모임의 해체와 그 대안 세력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명주 의원의 경우에도 “미래모임은 완전히 실패했다. 초기에 미래모임이 목표한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대권 대리전을 막는 것이었는데 막기는 커녕, 대리전에 따른 후유증까지 겪고 있다”며 “실패의 원인은 우리 주체의 역량이 부족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이날 토론회를 통해 미래모임은 사실상 해체를 선언한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 연출되었으며, 토론회에 참석했던 대부분의 의원 및 각계 인사들은 한나라당의 현재 모습이 미래모임의 실패에서 비롯되었다는 데 어느 정도 의견의 일치를 보였다. 개혁과 보수는 언제나 상호 견제와 마찰을 빚고 있어야만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주류와 비주류가 서로 위치를 바꾸게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모았던 ‘미래모임’의 거침없는 전진은 여기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에 ‘미래모임’을 대체할 수 있는 또 다른 신진 개혁 세력의 등장이 멀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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