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 검토 중 관심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성사시키고 지배구조 개편에 큰 획을 그은 삼성그룹이 합병 과정에서 새로운 순환출자고리를 형성한 것으로 나타나 그 여파에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성사시키고 지배구조 개편에 큰 획을 그은 삼성그룹이 합병 과정에서 새로운 순환출자고리를 형성한 것으로 나타나 그 여파에 관심이 모아진다.
 
6일 공정위는 삼성그룹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새 순환출자구조를 갖게 된 사실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해소 의무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7월 공정거래법 개정에 따라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속하는 대기업이 새로 순환출자고리를 만들거나 기존 순화출자고리를 강화하는 것이 금지된 것에 따른 이슈다.
 
공정위 측은 검토중이라면서도 기본적으로 신규 순환출자고리가 해소되도록 삼성 측이 계열사 지분을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방침이 확정될 경우 삼성그룹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합병 여파로 순환출자고리 변동…어떤 고리 문제될까
지난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각각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합병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9월 1일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했다.
 
그런데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되는 과정에서 기존의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물산→제일모직’ 구조가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물산’으로 변했다.
 
이처럼 합병으로 인해 새로 만들어진 순환출자고리는 총 5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합병에 반대하던 엘리엇도 이 같은 점을 지적한 바 있다. 다만 공정위가 새로 발생한 순환출자고리라고 판단한 경우가 몇 건인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현재 삼성그룹의 순환출자고리는 총 7개에 달한다.
 
물론 모든 순환출자고리가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위의 예처럼 기존의 순환출자고리가 단순화된 것은 기본적으로 문제가 안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다수다. 순환출자구조가 딱히 강화되거나 새로운 고리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분이 합병으로 단일화돼 오히려 구조가 단순화됐다는 점에서다. 엘리엇이 지적했던 5개 고리 중 3개가 이 같은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주목하고 있는 고리는 삼성전기가 포함된 고리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기존의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전기→제일모직’에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의 고리로 바뀌었는데 공정위가 이를 신규 순환출자고리로 볼 수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전자→삼성전기→제일모직’이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으로 변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 6일 공정위는 삼성그룹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새 순환출자구조를 갖게 된 사실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해소 의무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시스
◆삼성전기의 삼성물산 지분 타깃 되나
물론 아직까지 공정위가 어떤 부분을 문제삼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시장에서는 삼성전기가 포함된 두 개의 고리에 주목, 공정위가 순환출자고리 해소를 요구할 경우 삼성그룹이 삼성전기 지분을 팔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지분을 팔거나,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팔거나, 삼성전자가 삼성전기 지분을 팔거나, 삼성전기가 삼성물산 지분을 파는 네 개의 방법이 있다.
 
이 중 가장 ‘싸게’ 먹히는 것이 삼성전기가 삼성물산 지분을 처분하는 방법이다. 삼성전기가 지닌 삼성물산 지분은 2.61%로 총 75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2.61%만 내다 팔면 공정위의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셈이다.
 
반면 가장 ‘비싸게’ 먹히는 방법은 삼성생명이 지닌 삼성전자 지분을 파는 방법인데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은 6.24%로 총 14조원에 이른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 확보가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법인 상황에서 사실상 가능성이 없다.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지분을 파는 경우에는 19.34%, 총 4조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야 한다. 삼성전자가 삼성전기 지분을 파는 경우는 22.80%, 약 1조원 가량의 주식을 팔아야 한다. 경우에 따라, 또는 삼성그룹의 선택에 따라 이 같은 방안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지만 일단은 삼성전기가 삼성물산 지분을 처분하는 것이 가장 파급효과가 적은 셈이다.
 
◆공정위 태도 불확실…해소 지시하면 6개월 유예 유력
다만 공정위의 태도가 아직까지 명확치 않다는 점이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조사와 검토는 하고 있지만 어떤 고리를 문제삼을지, 문제를 삼기는 하는 건지, 언제까지 해소를 해야 하는 건지 예단하기가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공정위는 문제가 있어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합병으로 발생한 신규 순환출자고리 형성이나 기존 순환출자고리 강화는 예외사유에 해당돼 곧바로 법위반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얘기가 공정위 내부에서 나온다. 곧바로 시정조치를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공정위가 최종적으로 해소 의무가 없다고 판단하면 제재는 내려지지 않는다. 해소 의무가 생긴다 하더라도 6개월의 유예기간이 부여되기 때문에 당장 삼성그룹이 행동에 나설 확률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지난 7월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를 합병했던 것이나 지난해 3월 KT가 KT캐피탈을 합병했던 사례는 참고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으로 현대차그룹은 ‘기아차→현대하이스코→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였던 기존 고리가 ‘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로 단순화됐다. ‘현대하이스코→현대제철’ 부분이 현대제철로 단일화된 것에 따른 것이다. 공정위는 이 부분에 대해 어떠한 통보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공정위는 지난해 3월 KT가 KT캐피탈을 합병하던 당시 새로 생긴 순환출자고리 2개에 대해 6개월 내 해소를 지시했다. 당시 KT는 KT캐피탈을 합병하면서 또 다른 계열사인 KT하이텔이 KT의 지분 0.1%을 취득했다. 이로써 ‘KT→KT CS→KT하이텔→KT’와 ‘KT→KT IS→KT하이텔→KT’ 등 기존에 아예 없던 순환출자고리가 2개나 형성돼 공정위의 지적을 받았다. KT는 합병에 따라 한시적으로 형성된 고리라고 밝힌 바 있으며 현재 이 고리를 모두 정리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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