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편찬위 ‘국정교과서 추진’ 회견과 동시간대 野 규탄회견 맞불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4일 대국민담화를 내고 헌법소원 제기까지 거론하며 국정교과서 저지에 나설 것을 천명한 가운데 원유철 원내대표는 같은 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나라를 도탄으로 몰고 가겠다는 반민생, 국론분열 선전포고”라고 맞불을 놨다. 사진 / 원명국 기자
지난 3일 황교안 국무총리의 국정교과서 확정고시 발표에 극렬하게 반발하던 야권은 4일 국사편찬위원회가 집필진 구성과 추진일정 관련 기자회견을 연 데 대한 맞대응으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직접 국정교과서 관련 대국민담화를 열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국정교과서 추진을 저지하겠다고 피력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역사 국정교과서 논쟁은 고시 확정과 동시에 이미 끝났다면서 민생법안을 조속히 처리하기 위해 야당이 투쟁을 중단하고 국회 일정 정상화에 협조할 것을 재차 촉구하는 한편 야당이 불응할 경우 단독으로라도 국회 일정을 진행하겠다고 압박을 가했다.
 
야당 역시 농성을 장기화해도 실익은 없을 거란 얘기가 당내에서조차 나오고 있어 적어도 ‘민생파탄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원내 복귀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나, 양측이 결국 국회 정상화에 나선다고 해도 아직 접점을 찾지 못한 ‘교과서 문제’로 인해 원활한 현안 처리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 野 ‘헌법소원’ 추진 등 강경대응 천명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4일 오전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맞서 국회에서 대국민담화를 내고 “정부여당은 확정고시만 하면 끝이라고 착각하고 있지만 절대 아니다”라며 전국순회 및 서명운동 등 기존 투쟁방식을 이어가는 한편 역사국정교과서금지법 제정과 헌법소원 등 제도권 내에서 가능한 모든 수단까지 동원해 국정교과서를 저지할 것을 선언했다.
 
문 대표는 이 자리에서 “앞으로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적어도 역사교육에서는 아이들에게 획일적인 교육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역사국정교과서금지법을 제정하겠다”며 “이미 헌법재판소가 1992년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사실상 위헌판결을 내린 만큼 헌법소원을 비롯해 진행 단계별로 법적 저지수단을 강구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또 “저와 우리 당은 전국을 돌며 국민 여러분을 만나겠다. 진실과 거짓 체험관을 확대운영하고 체험버스도 계속 운행하겠다”며 “국정교과서금지 입법 청원 서명운동을 전국적으로 벌이겠다. 전국 지역위원회별로 대대적인 거리홍보와 역사 강좌도 진행하겠다”고 향후 대응방안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 대표는 “이제 국민들이 나서달라”며 “(우리 당은) 다른 정당과 정파, 학계와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강력한 연대의 틀을 논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절차와 내용에 있어 국정교과서가 졸속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는데, 특히 내용과 관련해선 친일 논란을 일으켰던 과거 교학사 교과서와 같은 결과를 내놓을 것이 분명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는 2008년 5월 26일 뉴라이트 계열의 교과서포럼이 만든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던 박근혜 대통령(당시 의원)이 “청소년들이 잘못된 역사관을 키우는 것을 크게 걱정했는데 이제 걱정을 덜게 됐다”며 친일 논란이 있는 뉴라이트 역사교과서를 극찬했던 과거를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문 대표는 “정부가 국정교과서의 표본으로 삼으려는 교학사 교과서는 일제 식민지 지배 덕분에 근대화했다고 미화하고, 친일파의 친일행적을 의도적으로 왜곡, 누락한 교과서”라며 “무려 2122건의 오류가 있었고, 다른 교과서의 오타까지 복사해서 여기저기 붙여 넣은 곳도 적지 않아 표절 교과서라는 비판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절차적 측면에 대해서도 “교과서는 만들기까지 33단계가 필요해 중등교과서는 3~4년이 걸리고 초등학교 교과서도 1년 6개월이 걸린다”며 “(정부가 중·고등 교과서 제작을 위해) 1년 4개월 동안 이 과정을 전부 거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 대표는 “부실, 졸속 교과서는 학교에서 외면당할 것이며 교학사 교과서 전철을 밟을 게 뻔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의 국정화 추진 과정에 대해서도 “11월 2일 자정까지가 법으로 정해진 행정예고기간인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그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확정고시 방침을 발표했다”며 “명백한 불법 행정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 강행은 획일적이며 전체주의적 발상이다. 그 자체가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고 국정교과서는 한마디로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문 대표는 국정교과서 논란은 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여당이 먼저 일으켰다며 “경제실패의 책임을 면피하기 위한 교과서다. 민생파탄을 덮으려는 책임면피용”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여론을 수렴하겠다는 정부의 말은 모두 다 거짓말이었다. 수만 건의 반대의견과 백만 건이 넘는 반대서명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며 “어제 정부는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서슴지 않았다. 이미 그들이 지는 싸움을 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문 대표는 “그렇게 국정교과서를 만든다고 해도 정권이 바뀌면 곧바로 사라질 1년짜리 시한부 교과서일 뿐”이라고 혹평하며 “우리 당은 민생경제를 살리면서 역사국정교과서를 기필코 저지하겠다. 우리가 믿는 것은 오직 국민의 힘이다.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 野 비주류도 ‘국정교과서’ 한 목소리 비판
 
문 대표의 이 같은 규탄성명에 발맞춰 새정치연합 비주류로 꼽히는 안철수·박영선 의원도 같은 날 ‘국정교과서’ 문제에 있어선 모처럼 문 대표와 한 목소리를 내며 정부여당에 맹공을 펼쳤다.
 
안 의원과 박 의원은 이날 오후 대구에서 공동명의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은 반민주적, 반국민적 폭거”라며 “(대통령과 정부여당이)과거로의 폭주를 계속한다면 그 결과는 정권의 실패, 정치의 실종, 민생위기의 심화를 가져 올 뿐”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또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여당의 ‘좌편향’ 주장에 따라 이념전쟁으로까지 비화된 데 대해 “국민을 편 가르고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동원정치로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국정운영의 성패는 국민의 삶을 위한 정책 성과로 평가받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이들은 “(동원정치를 한다면)문제와 모순만 더욱 커져 갈 뿐이고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게 될 것”이라며 “국민 편 가르기를 즉각 중단하라. 대한민국 국민은 좌우 이념적으로 편향된 교과서에 반대하지만 권력이 개입하는 획일화된 국정교과서도 분명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4일 경북대 특강에서 국정교과서와 관련해 “진단과 처방이 모두 잘못됐다”고 정부여당을 비판하면서도 “당이 전면에 너무 나서서 주장하면 아무리 옳더라도 정쟁화돼 문제를 푸는 데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본다”며 문 대표와 투쟁방법론에 있어 시각차를 드러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다만 안 의원은 이날 박 의원과 합류하기에 앞서 ‘대구의 미래, 정치인에게 묻는다’란 제하의 경북대 특강에서 국정화와 관련해 “진단과 처방이 모두 잘못됐다”고 정부여당을 비판하면서도 투쟁방법에 있어선 “당이 전면에 너무 나서서 주장하면 옳음에도 불구하고 정쟁화돼 문제를 푸는 데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본다”며 문 대표와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이는 대선주자로서 문 대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안 의원이 국정교과서 사안에 있어서도 차별화된 입장을 보이지 않으면 주류인 문 대표 측에 밀려 자신만의 정체성이 묻혀버릴 수도 있는데다 문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던 천정배 의원까지 교과서 문제로 문 대표 측과 야권 연대를 이루자 초조해진 부분도 없지 않은 데서 비롯된 행보로 보인다.
 
◆ 野 국회 보이콧에 與 ‘단독 진행’ 압박
 
반면 새누리당은 야당의 합동공세에도 불구하고 ‘국정교과서’와 관련해선 재고의 여지가 없다며 문 대표가 헌법소원으로 대응하겠다는 데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문 대표의 ‘헌법소원’ 추진에 대해 “헌법소원을 하든 할 거 다 하시고 국회로만 와 주길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 발 더 나아가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우에 따라서는 (국회를) 단독으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단독으로라도 해야 한다”라며 문 대표의 대국민담화에 대해선 “한마디로 나라를 도탄으로 몰고 가겠다는 반민생, 국론분열 선전포고”라고 야당을 압박했다.
 
마찬가지로 문 대표의 헌법소원 제기 주장에 대해서 원 원내대표 역시 “절차적으로도 문제없고, 법적으로도 문제없는 그런 상황인데 저희가 거기에 대한 별도의 대책을 강구할 필요는 없다”며 김 대표와 마찬가지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만 그는 국정교과서 홍보에 있어선 김 대표와 약간 입장차를 보였는데, 앞서 김 대표나 이인제 최고위원 등은 확정 고시 이후엔 그 자체로 정쟁을 끝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한 반면 원 원내대표는 “새누리당과 정부가 왜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써야 하는지 계속 국민에게 알리고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이야기할 것”이라고 밝혀 야당의 여론전에 맞대응할 뜻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여야 원내수석부대표가 5일 오전 11시 국회에서 회동키로 합의하면서 꼬일 대로 꼬인 정국을 풀고 국회 정상화가 이루는 전환점이 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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