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운영자 결국 사실상 폐쇄 방침…LG전자 “강압적 분위기 아니었다”

▲ LG전자가 지난 2013년 출시한 전략 스마트폰 G2의 터치불량 현상에 대한 보상안에 대해 항의하던 카페 운영자에게 카페 폐쇄를 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LG G2 불량 유/무상 수리 사용자를 위한 모임’
LG전자가 지난 2013년 출시한 전략 스마트폰 G2의 터치불량 보상 문제로 곤욕을 치른 가운데, 기존의 유상수리 고객들에 대한 보상 방안에 항의하던 카페 운영자에게 카페 폐쇄를 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3일 네이버 카페 ‘LG G2 불량 유/무상 수리 사용자를 위한 모임’에 따르면 이 카페 운영자는 최근 LG전자 측으로부터 카페 폐쇄를 종용하는 듯한 전화를 받았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렸다.
 
운영자는 지난달 28일 게시한 ‘전화를 받았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오전에 LG전자 측에서 전화를 했다”면서 이 같은 내용을 설명했다. 운영자에 따르면 전화를 건 주체는 LG전자에 근무하고 있는 이모 부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제가 소보원에 피해접수를 포기한 사실과 LG전자 측에서 서비스를 받았던 이력들, 포인트 신청과 관련된 모든 상황들을 알고 있더라”면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지 묻길래 사실 그대로를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이 운영자는 “그 분은 폐쇄됐던 전 카페의 상황과 현재 카페의 상황을 모두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했다”면서 “이 카페로 인해 LG전자가 피해를 보고 있으니 카페 폐쇄를 진행해달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피해구제를 포기한 저는 이제 이해당사자가 아니라 사적인 목적의 카페를 운영하는 것이 맞지 않다더라”면서 “(그 직원이) 오늘은 단순히 고지를 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차후에 법무팀에서 연락을 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운영자는 “조용히 말씀하셨지만 듣는 저로서는 거의 협박에 가까운 수준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운영자는 “회원 여러분들께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여쭙겠다”면서 “전 카페처럼 모두 강퇴시키고 폐쇄를 하고 싶지는 않은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이 있는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결국 이 카페의 운영자는 게시글을 올린 지 6일여 만인 11월 3일 오후 결국 “일이 조금 커지지 않을까 염려스러운 부분이 있다”면서 “현 시간부로 카페를 비공개 전환하고 신규 회원을 받지 않을 것이며 11월 15일까지 모두 강퇴 처리를 하거나 모든 게시글들을 삭제할 것”이라며 사실상 폐쇄에 돌입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G2를 이용했던 인연으로 이렇게 같은 공간에서 인사를 나눌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면서 “LG전자의 휴대폰은 이게 마지막일 듯 싶다”는 심정을 남겼다.
 
▲ LG전자는 지난 9월 7일 터치불량 현상에 대한 무상수리 방침을 밝힌 데 이어 9월 23일 기존 수리자에 대해 LG베스트샵 포인트로 보상하겠다는 방안도 내놓았다. 하지만 포인트 보상에 대한 불만과 수리 사유에 따른 미보상 등에 대한 불만 등 때문에 일부 사용자들의 항의는 여전하다. ⓒLG전자
◆G2 터치불량 논란, 무상수리 방침에도 여전
가뜩이나 무상수리 방침을 얻어내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던 이전 카페의 운영자가 별 다른 언급 없이 3000여명에 달하는 회원들을 갑자기 모두 탈퇴시키고 카페를 폐쇄한 터라 누리꾼들의 의혹은 더욱 짙어져 가고 있다. 이전 카페 운영자는 무상수리 방침이 확정되고 유상수리자 보상 방침이 나오기 직전 카페를 폐쇄하고 돌연 잠적한 바 있다.
 
모든 논란의 발단은 G2를 1년 이상 사용해온 사용자들이 별다른 과실 없이도 점차 터치가 먹히지 않는다는 불만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일부 사용자들은 불편이 발생함에 따라 14만원 상당의 비용을 지불하고 액정을 교체했지만 많은 사용자들은 제품 결함에 따른 것이라며 무상 수리를 요구해 왔다. 2013년 출시된 G2는 400만~500만대 정도 팔린 것으로 추산된다.
 
많은 G2 이용자들은 별 다른 파손이나 부주의한 사용 없이도 1년여의 사용 기간이 경과되면 화면의 다양한 영역에서 터치가 먹히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화면의 상하좌우는 물론 화면 중간에서까지도 터치가 먹히지 않는 현상이 잇따라 목격됐다. 심한 경우 화면의 절반이 넘는 영역에서 터치가 먹히지 않는 사례도 있었다.
 
급기야 지난 7월 G2 터치불량의 무상 수리를 요구하는 사용자들이 힘을 모아 네이버에 카페를 개설하기에 이르렀다. 이 카페는 개설 한 달여 만에 2천~3천여 명에 가까운 사용자가 몰릴 정도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고 카페 회원들은 정보를 공유하고 LG전자와 한국소비자원에 지속적으로 진정 및 민원을 넣는 등 행동에 나섰다.
 
제품 결함을 인정하라는 사용자들과 무상 수리는 힘들다던 LG전자의 힘겨루기가 계속되던 와중에 한국소비자원이 조사에 착수, LG전자에 무상수리를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LG전자는 권고를 받아들이고 지난 9월 7일 1년여 동안 터치 불량 문제를 겪고 있는 사용자들에게 무상으로 수리해주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LG전자의 무상수리 방침으로 사태가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문제는 LG전자가 기존에 자비를 들여 이미 수리를 받은 사용자들에게는 아무런 보상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들은 파손 등 부주의한 사용이 없었음에도 터치불량이 발생한 것인데 이미 자비를 들여 수리를 마친 사용자들에게도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카페 회원들 역시 무상수리 대상 여부와 상관없이 연대해 유상수리를 진행한 사용자들에게도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며 항의를 멈추지 않았다. 결국 LG전자는 무상수리 방침을 밝힌 지 2주일여 후인 9월 23일 유상수리를 진행했던 고객들에게도 보상을 해주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보상안이 공개됐음에도 논란은 여전한 상황이다. 일단 현금 환불이 아닌 LG베스트샵 포인트로 수리 금액을 보상하겠다는 방안은 제한된 용처와 포인트의 실질 가치 등 때문에 빈축을 샀다.
 
특히 LG전자 측은 당시 침수와 파손 등의 고객 과실을 제외하겠다고 밝혔는데 실제 수리 당시 서비스센터에서 임의로 수리 사유를 파손 등으로 기입하거나 종용해 보상을 받을 수 없게 됐다는 사례가 여기저기서 목격되고 있다. 고객 만족 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이라는 방침도 결국 제품 결함을 인정하지 않고 생색을 내는 것 아니냐는 질타도 이어졌다.
 
◆누리꾼들 호된 질타 이어져
가뜩이나 LG전자는 기존에 불만을 제기하던 사용자들에게 응대하는 방식으로 호된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이처럼 수 차례 홍역을 치른 상황에서 이전 카페의 갑작스러운 폐쇄로 200여명의 가입자가 가입해 있을 뿐인 카페 운영자에게 전화를 걸어 법무팀을 언급하면서 카페 폐쇄를 종용했다는 얘기까지 나오자 이전 카페 운영자에게도 이와 같은 반협박을 가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한 누리꾼은 “이전 카페 운영자가 LG전자 측과 거래를 한 것이라고 생각해 많이 비난했는데 LG전자로부터 비슷한 전화를 받은 것 아니겠느냐”면서 “그 분한테 미안할 지경”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여기에 LG전자 측이 운영자의 전화번호를 알아내 전화를 걸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민원을 제기하면서 카페 운영자라고 밝힌 적이 없음에도 무단으로 LG전자가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매치시켜 전화를 건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LG전자 “억울한 부분 있다…강압적 아냐”
 
▲ 3일 LG전자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고 카페 폐쇄를 종용한 것이 아니라 잘못된 부분을 설명하고 정중하게 요청을 드린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반면 LG전자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제기되고 있는 많은 질타에 대해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해명했다. 그는 운영자에게 전화를 건 당사자에게 확인한 결과 억울한 점이 있다고 토로하더라는 얘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우선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이 분이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했기 때문에 조정 절차에 들어가게 돼 전화를 드린 것이고 카페의 내용과 맞물리는 분이 있어서 혹시 카페 운영자인지를 묻자 본인이 맞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분쟁조정 신청을 해서 그것과 관련된 얘기를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해당 카페의 운영자가 터치불량 문제를 겪은 것이 아니라 액정이 파손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하고 당사자의 사례와 무관한 내용으로 카페를 운영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알아보니 그 분은 액정이 깨져서 수리를 받으신 분이더라”면서 “그건 터치불량 보상과는 다른 문제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따라서 운영자의 경우 터치불량이 아닌 액정이 파손된 것이기에 해당 카페에서 진행하는 터치불량 관련 문제가 아니라 좀 그렇지 않느냐고 말한 것으로 안다”면서 “그래서 정중하게 카페 폐쇄 요청을 드린 것이며 절대 강압적인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적지 않은 이용자들은 단순 터치 불량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센터 및 기사 측에 의해 파손에 의한 수리로 기재돼 포인트 보상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법무팀을 언급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그 분이 계속 ‘안 그러면 어떻게 됩니까’라고 물어봐서 ‘그러면 다음 단계는 저희도 법무팀하고 상의를 해봐야죠’라고 얘기한 정도”라며 법무팀을 언급함으로써 반협박을 가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다만 그는 실제로 법무팀에서 진행하는 건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현재는 그렇겠지만 이제 나중에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어떻게 보면 많은 사용자들 모두에게서 터치불량이 일어나는 것도 아닌데 소비자 피해 구제 차원에서 무상수리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면서 “전에 카페를 통해 항의하신 분들도 무상수리를 이끌어 내고 카페를 폐쇄하시고 말씀하시는 불량에 대해 무상수리도 해드리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그 카페에서 이렇게 글들을 올리고 있어서 폐쇄 요청을 드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이전 카페 폐쇄 과정에서도 LG전자가 관련이 돼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것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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