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조선후기 문화재 전시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건무)에서는 상설전시실 역사관 내 인쇄실에서 7월 25일부터 조선후기 교서관(校書館: 조선시대 서적의 인쇄 등을 담당했던 관청) 등 중앙관청에서 활자를 보관할 때 사용했던 활자보관장을 처음으로 전시한다. 조선시대에는 1403년(태종 3) 계미자(癸未字)를 시작으로 수 십 차례 금속활자를 제작할 만큼 인쇄와 출판에 관심을 가졌으며, 금속활자의 제작과 보관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조선시대 중앙관청에서는 금속활자를 만든 후 부수 또는 특정한 활자별로 분류하여 서랍장에 담고 이를 활자보관장에 넣어 보관하였다. 그리고 각 보관장에 어떤 글자가 얼마나 보관되었는지를 기록한 책을 만들었는데 이 책을 ‘자보(字譜)’ 또는 ‘자수(字藪)’라고 한다. 자보에는 활자를 주조한 사실, 활자를 만들 때 감독하거나 담당한 관리의 이름 등을 기록하였다. 이와 함께 각 보관장 별 책임자가 기록된 경우도 있어 국가에서 활자를 매우 중요하게 여겨 철저히 관리했음을 알 수 있다. 규장각(奎章閣)에는 1772년(영조 48) 주조한 임진자(壬辰字)의 자보인 「신정자수(新訂字藪)」를 비롯한 9종의 자보가 남아 있으며, 이 가운데 7종의 자보는 7개로 구성된 보관장 별로 보관된 글자와 그 수를 기록하였다. 이번에 전시하는 활자보관장은 이들 보관장 가운데 하나로 추정된다. 「신정자수(新訂字藪)」에 따르면 임진자는 큰 글자, 작은 글자 합하여 142,767개이며 이를 부수별로 분류하여 7개의 장에 나누어 보관하였다고 한다. 각 장에 보관된 임진자의 숫자는 최대 17,055개, 최소 12,291개이다. 활자 보관장과 함께 전시되는 활자 보관 서랍 가운데 하나에는 서랍 뒷면에 1857년(철종 8) 정리자(整理字)를 새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기록되어 있어 흥미를 끈다. 이번 활자보관장 전시를 통해 ‘자보’에 기록된 활자보관장과 보관방식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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