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측 절충안에 사실상 합의…극적 반전 거듭한 인수전 마무리 수순

▲ 유수의 후보들이 모두 이탈한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전이 난항을 거듭한 끝에 결국 매각가격을 확정하고 본계약 협상에 돌입, 현대백화점이 웃을 가능성이 높아져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유수의 후보들이 모두 이탈한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전이 난항을 거듭한 끝에 결국 매각가격을 확정하고 본계약 협상에 돌입, 현대백화점이 웃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동부익스프레스의 실질적 최대 주주인 KTB PE는 전날 현대백화점과 만나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는 것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입찰에서 현대백화점이 4700억이라는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금액을 써낸 지 한 달여 만이다. 양 측이 한 때 매각가를 두고 온도차를 보여 매각 무산 가능성이 대두되기도 했지만 결국 초기 7000억원~1조원 대까지 기대하던 KTB PE가 현대백화점에 한 발짝 물러서는 모양새가 연출되게 됐다.
 
◆흥행 열기 순식간에 가라앉아…뒤바뀐 주도권
현재 양 측이 세부 협상에 돌입해도 현대백화점의 안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주도권 자체가 현대백화점으로 넘어갔다는 점에서다. 이는 인수전 상황이 과거와 크게 달라져 KTB PE가 별다른 선택지를 갖지 못하게 된 것에 기인한다.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전은 당초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됐다. 동원과 한국타이어, 신세계, MBK파트너스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측됐고 CJ대한통운의 인수 의지도 남달랐다. 여기에 현대백화점도 인수 의지를 내비치면서 예상 매각가가 7000~8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특히 동부익스프레스가 지난해 기준 815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는 점과 업계 3위의 시장 점유율과 보유 항만 및 터미널 운영권의 시장성 등은 큰 매력으로 꼽혔다.
 
하지만 데이터룸 실사가 진행된 후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주요 인수 후보들이 실사 후 저마다의 이유로 발을 빼기 시작했다. 동원은 동부인천항만의 수익성 하락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진다. MBK파트너스는 매머드급 덩치를 자랑하는 홈플러스 인수전 때문에 인수 의사를 철회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여기에 한국타이어나 한앤컴퍼니나 신세계 등 다른 후보들도 동부익스프레스의 높은 내부 거래 비율에 인수 의사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내부 거래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 인수 후 배정 물량의 대폭 축소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여겨졌다는 얘기다. KTB PE가 후보들 사이에 감도는 부정적인 기류에도 7000억원대를 고수했다는 점도 후보들이 이탈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 극적인 반전을 거듭한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전이 양 측의 ‘윈-윈’으로 마무리될지 이제 협상 결과로 세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동부익스프레스
◆양 측 다른 속내에 협상 장기화
여기에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였던 CJ대한통운마저 이탈하자 사실상 남은 후보는 현대백화점 뿐이었다. 진지하게 거론되던 후보들만 6~7군데이던 상황에서 순식간에 단독 후보 구도로 급변한 셈이다. 특히 강력한 인수의지를 보이던 CJ대한통운의 이탈이 뼈아팠다.
 
지속적인 수익창출력에 의문을 받으면서 현대백화점은 4700억원 이상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순식간에 바뀐 협상 주도권은 KTB PE를 당혹케 했고 이를 쉽사리 받아들이기는 힘들었다는 후문이다.
 
KTB PE는 적어도 현대백화점의 제안가보다 1000억원 이상을 더 받아야겠다는 제안을 내놨고 현대백화점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현대백화점 측으로서는 데이터룸 실사 후 매각가 인하 요인이 발생했으니 4700억원을 제안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현대백화점은 KTB PE 측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장치도 내놨다. 당초 KTB PE의 안은 지분 100%를 파는 방식이었지만 현대백화점은 100%를 일단 사되 30%의 지분을 매각할 때와 동일한 가격으로 KTB PE가 추후 사갈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에 현대백화점은 동부익스프레스의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기업공개가 실패하더라도 5년간 일정 수준의 배당과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조건도 내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회사를 인수해 잘 운영해서 나중에 KTB PE에 추가로 수익을 더 안겨주겠다는 제안이다. 일단 엑시트(자금 회수)를 하고 다시 투자자(LP)로 참여해 IPO시 구주매출로 수익을 보라는 얘기다.
 
◆선택지 없는 양 측 결국 절충안 선택
결국 이 같은 제안에 KTB PE는 장고를 거듭했지만 딱히 현대백화점 외의 선택지가 없었던 만큼 KTB PE가 이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욱이 4700억원이라는 금액 자체도 사실 손해를 보는 금액은 아니다. KTB PE가 동부익스프레스를 가져온 금액은 3700억원 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당장 매각 금액 만으로도 1000억원 정도의 차익을 볼 수 있는 데다가 향후 추가로 수익을 기대할 수 있으니 KTB PE 내부에서는 현대백화점의 제안에 응해도 무방하다는 기류가 그간 형성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매각을 늦출 경우 유력 인수 후보들이 떨어져 나간 상황이라 매각가가 더욱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현대백화점 측도 보전 장치를 마련해주지 않고 4700억원으로 버티기에 돌입하기에는 아쉬운 면이 있었다. 유찰될 경우 시장 상황이 급변해 다시 대형 후보들이 나올 수도 있고 실제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하면서 그룹 내 물동량을 맡길 경우 예상되는 시너지가 확실하다는 점에서다.
 
본입찰 후 4~5주가 지났는데도 협상 테이블에 앉지도 못한 현대백화점이 끝내 인내해야만 했던 점도 여기에 있다. 유통회사인 현대백화점은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할 경우 전국 12개의 백화점 점포와 현대홈쇼핑은 물론 현대백화점그룹 내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와 현대리바트 등까지 계열사 물류 비용을 크게 절감하고 경쟁력 향상을 꾀할 수 있다. 현재 현대백화점그룹은 자체 물류사 부재로 CJ대한통운과 한진택배 등을 이용해 배송에 나서고 있다.
 
결국 이처럼 양 측의 속내가 맞아떨어지면서 양 측은 본격적 협상에 돌입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올해 안에 주식매매계약 체결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극적인 반전을 거듭한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전이 양 측의 ‘윈-윈’으로 마무리될지 이제 협상 결과로 세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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