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 상인들 고혈 뜯은 50대女 영장

대전시 서구 정림동을 무대로 무허가 대부업을 하다 대전 서부경찰서에 붙잡힌 사채업자 A모(56·여)씨는 정림동 상인들 사이에서 '왕언니'로 통한다. 말투가 남자처럼 걸걸하고 욕설도 거침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돈을 빌린 뒤 이자를 갚지 않을 경우 협박이나 주먹질 등을 서슴지 않았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경찰조사 결과, A씨가 지난 2003년 7월부터 최근까지 30여명의 영세상인들로부터 부당하게 짜낸 '고혈'은 2억원이지만, 십수년 전부터 사채를 한 점이나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까지 감안하면 피해액은 상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림동 상인들은 "왕언니 때문에 여럿 절단났다"고 말한다. 이자가 월 10∼15%로 고리인 데다, 급전의 경우는 3개월치 선이자를 떼고 돈을 빌려주는 바람에 몇 개월 사이 이자로 떼인 돈이 원금을 넘어서는 상황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경찰과 정림동 상인 등의 말을 종합하면, A씨에게 고리 사채 피해를 본 사람들은 주로 정림동지역 상인들로 물건값이나 카드대금 등 급하게 필요할 때 이용했다. 하지만 장사는 안되는 반면 이자는 너무 높아 또다른 사채를 빌려야 했고, 이런 악순환은 끝내 폐업 등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실제 A씨의 사채로 의류판매점을 차린 B(여)씨는 3년간 1억원 가량의 이자를 내야했다. 처음에 빌린 사채와 함께 영업부진 등으로 A씨에게 추가로 돈을 빌리면서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김씨는 자신의 가게는 물론 아파트까지 날릴 위기라고 한다. 또 다른 상인 C(여)씨는 떨어져 지내는 남편이 보내는 돈의 90%를 사채 이자 갚는데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또 돈을 받아내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채무자 점포에서 돈을 내놓을 때까지 앉아 있거나 저녁시간 집을 찾아가고, 남편 몰래 돈을 쓴 공무원 부인의 경우는 '남편에게 말하겠다'는 등 채무자의 약점을 이용해 협박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욕설에 폭력까지 휘둘렀다. 한 상인은 "A씨의 돈을 빌린 사람은 사생활이 없을 정도로 노예 생활을 해야 했으며, A씨의 악랄함 때문에 경찰 등에 신고할 엄두도 못냈다"면서 "오죽 악랄 했으면 감옥에 가면서까지 A씨의 돈을 갚고 가는 사람이 있겠냐"고 말했다. 수사 관계자는 "A씨는 지난 2001년 수사기관의 내사를 받았는데 발빠르게 관저동지역 악덕사채업자를 언론에 제보, 자신을 '의리있는 사채업자'로 부각시켜 수사망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면서 "진작 단죄됐어야 할 사람이 뒤늦게 붙잡혀 피해자가 더 늘어난 것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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