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금융시장 지배현상 심화, '누워서 떡먹기'식 수익 올린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금융시장 '독식'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선진 투자기법으로 시장을 주도하면서 주식·외환·파생상품 시장 등에서 돈을 긁어모으는 양상을 이어가고 있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지난해 5월 이후 이날까지 거래소 시장에서 총 23조5252억원 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하며 '바이 코리아(Buy Korea)'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은 '떼돈', 개인은 '허탈' 채권시장은 정부의 안이한 시장규제책 발표로 외국인들이 '누워서 떡먹기'식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외국인들은 1월 6279억원의 채권을 순매수한 데 이어 2월에도 1조5952억원을 사들였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 대한 규제를 내놓자 외국에서 낮은 금리로 달러를 조달해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통화안정증권에 투자하는 무위험 차익거래 방식으로 더욱 쉽게 돈을 벌어들였다. 그러나 국내 기관들은 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로 1월에 5조6512억원을 순매도 하는 등 재미를 보지 못했다. 또한 종합주가지수가 지난해 5월2일 597.44에서 이날 900.10으로 오르고 삼성전자 주가가 지난해 5월2일 30만7000원에서 54만9000원으로 급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들은 이 기간 '떼돈'을 번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개인들은 지난해 5월 이후 이 달 4일까지 거래소에서 10조1566억원, 기관은 13조49억원을 각각 순매도 해 22개월만에 주가가 900선에 안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손에 쥔 것이 없어 허탈해 하는 모습이다. KOSPI 200 선물·옵션시장을 보더라도 외국인들은 지난해 3291억원의 이익을 올렸으나 개인들은 3589억원, 국내 기관도 2304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외국인들은 옵션 매도 및 차익거래 등에서 개인들에 비해 우월한 투자기법을 구사해 상당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국내 M&A 가능성 커져 한편 이 같은 외국인에 의한 금융시장 지배 현상이 심화되면서 국내주요 기업에 대한 적대적 M&A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LG경제연구원은 9일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주식 시장이 완전 개방된지 7년이 되면서 국내 증시가 서구 자본의 각축장으로 전락했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외국인의 국내 시장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적대적 M&A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 근거로 외국인의 지분율 급증, 외국인의 국내 시장에 대한 학습 효과,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로 인한 적대적 M&A 수용 등을 들었다. 또한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들의 상장기업 지분율이 40.1%에 달해 국내 증시가 외국인들의 손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기업으로 갈수록 지분율이 높았으며 삼성전자의 경우 57.3%, SK텔레콤 47.0%, 국민은행 73.3%, 포스코 66.7%, 한국전력 28.9% 등에 달했다. 소버린은 국내법과 규정들을 완전히 학습해 SK(주)를 주무르고 있어 외국인의 학습 효과가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파악된다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외국인의 공격 대상은 자본 효율성이 떨어지고 타법인 출자가 많은 기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자본 효율성이 낮거나 타법인 출자가 많은 기업일수록 자신들의 노하우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인원 감축, 유휴자산 매각, 계열 주식 처분 등을 통해 단기 수익 창출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구소 측은 "적대적 M&A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들은 경영권 수호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기업 경영을 선진화하는 길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은행 관계자는 "외국인 주도의 금융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이 차익실현을 위해 매도에 나설 경우 충격이 클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편 기업들이 적대적 M&A의 대상이 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본 효율성 제고, 독립성과 전문성 겸비한 이사회 구성, 기업 투명성 증대, 회계 기준 준수 및 제무재표 작성시 규정 엄수 등의 노력이 요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이성심 기자 lss@sisafocus.co.kr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