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화갑 대표 단독 인터뷰

지방선거 이후 정치권에서는 호남의 주가가 급상승하고 있다. 제아무리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한나라당이라고 할지라도 호남의 표를 잡지 못하고서는 대선에서 그 어떤 장담도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한나라당뿐 아닌 차기 대권을 노리는 모든 정파와 정당들은 전에 없이 호남에 대한 애정공세를 펼치고 있다. 호남의 주가 상승은 곧 민주당 부활론으로 직결된다. 그것은 누가 뭐라 하더라도 호남을 연고에 두고 있는 적통 세력은 열린우리당이 아닌 민주당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열린우리당은 지방선거를 통해 이제 호남지역에서조차도 목소리를 높이기 힘든 상황에 직면해 있다. 여러 가지 상황들을 조합해서 분석했을 때 현재 민주당은 적어도 호남지역에서만큼은 과거의 영광을 확실히 되찾고 대의를 이루기 위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권창출 열쇠는 민주당이 쥐고 있다 정당의 궁극적인 목적은 정권 창출임이 분명하다. 민주당 또한 이러한 궁극적인 목적을 차 순위로 여길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지방선거는 민주당에게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민주당은 기대했던 것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었고, 지방선거를 통해 확실한 승리의 깃발을 쥐고 부활의 신호탄을 높이 쏘아 올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러한 승리가 완전한 승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정권을 창출하기 위해서 그것은 2% 아쉬운 승리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당에게는 정권을 창출할 수 있을 만큼 더욱 확실한 승리를 위해 지방선거에서 얻은 ‘가능성’을 최대한 확장해야만 하는 숙제가 남겨져 있다. 다행히 민주당에는 그만한 숙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한화갑 대표이다. 한 대표의 노련한 지도력을 바탕으로 민주당이 확실한 부활의 가능성을 점치게 되었다는 증거는 정치권에서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일부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바탕으로 민주당으로의 흡수통합을 주장하는 세력이 늘어가고 있는 것은 물론, 영남권 지역을 연고로 하며 오랜 정치역사 속에서 언제나 대립각을 세워오던 한나라당 또한 민주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가 바로 그 증거이다. 그들 모두는 호남을 잡지 못한다면 정권 창출은 허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민주당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에도 밝은 빛을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가 있다. 바로 한화갑 대표의 정치자금법 문제이다. 이를 놓고 사건의 내막을 알고 있는 이들은 “형평성에도 어긋나고,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만일, 그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정치자금법 문제는 한 대표 개인의 법적 문제가 아닌 민주당의 운명이 걸린 문제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누군가 민주당이 커지는 것을 탄압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시사포커스]는 민주당 한화갑 대표를 장시간에 걸쳐 단독 인터뷰하고 민주당 부활론 및 향후 정계개편, 정치자금법 문제 등 깊이 있는 이야기들을 들어보았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와의 인터뷰 전문 ▲기자 : 정치권에서 민주당 부활론이 확산되고 있는데 ◎한 대표 :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민주당을 지지해 주신 국민들께 우선 감사하다는 말씀부터 전한다. 하지만 아직 민주당이 부활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부활한 것이 아닌, 부활이 시작된 것이다. 사실 본전 찾아오려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 ▲기자 : 민주당의 부활과 관련해 열린우리당으로 떠났던 의원들이 많이 떨고 있다고 한다 ◎한 대표 : 사실이다. 열린우리당에서 다시 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받아주겠다. 그들이 떨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열린우리당은 없어질 당이기 때문이다. 없어질 당에 있어봐야 당선이 어렵다. 그래서 민주당에 오려고 하는 것이다. ▲기자 : 7.26 보궐선거에 조순형 전 대표를 후보로 내세웠는데, 조 전 대표가 당선 돼 당에 들어오면 내부 갈등이 염려되지 않는가? ◎한 대표 : 그런 것 전혀 없다. 내부 갈등에 대해서 사람들 말이 많은데 그걸 왜 어려워진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민주당에서는 진심으로 조순형 전 대표를 기대하고 있다. 조 전 대표가 당선 돼 들어오면 국회의원 수가 늘어나는 것이고, 또 서울에서 당선 된다는 것은 민주당의 부활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어느 쪽으로 생각해도 조 전 대표가 당선되면 민주당에는 플러스 요인이다. 조 전 대표와 나와의 관계에 있어서 내분을 걱정하기도 하는데 그런 것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당내에서의 당권경쟁은 정치인이 있는 곳에는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다. 혹자는 ‘한화갑이가 당권에 위협을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니냐?’고 묻기도 하는데, 이 상태에서 내가 민주당 당권을 천 년 가지고 있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나. 자신도 뜻을 펴지 못하고 민주당 지지자들에게도 희망을 못주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떻게든 수를 늘려서 발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파이가 커져야 당원들이 희망을 가지게 된다. 또, 조 전 대표가 아니더라도 당권에 도전하려는 인물은 얼마든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것을 오히려 발전의 계기로 활용하고, 민주당 당원들에게 어떤 희망을 주느냐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사람이 오면 내가 불리하니까 방어해야겠다’ 이런 식으로는 당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는 것은 물론, 그런 민주당에 누가 표를 주겠느냐 이거다. 엊그제(7월 6일) 조 전 대표가 당에 왔었다. 그때 조 전 대표에게 이번에 당선되면 내가 큰 절을 올리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선배님이 당선되면 선배님 개인의 영광이 아니라, 민주당의 완전한 승리를 말하는 것이니 좌우간 당선만 돼 달라고 말했다. ▲기자 :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 대표께서는 연대 가능성이 있는 세력들에 대해 유연한 모습을 많이 보이고 있다. 그러나 조 전 대표는 다소 강건한 입장인데 그 사이에서 갈등이 생기지는 않겠는가 ◎한 대표 : 내가 현재 고건 전 총리나 다른 곳에 대해서 유연한 자세라는 것은 누구든지 같이 힘을 합쳐서 그 틀 안에서 경쟁하자는 것이다. 조 전 대표도 그것에 대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조 전 대표의 경우 아버지가 민주당을 키운 지도자 중의 한 분이시다. 그렇기 때문에 조 전 대표가 민주당에 진출하는 것은 작게는 아버지를 계승하는 것이고, 넓게는 아버지의 정치적 사상을 확대 계승하는 것이다. 조 전 대표가 다른 세력과의 연대 등에 대해 강건하게 비춰지는 이유다. 민주당의 전통성을 버릴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데 민주당의 전통성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다면 M&A를 할 수도 있는 것이고, 새로 설립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야 한국 야당의 맥을, 과거 정당의 맥을 지속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M&A나 새로운 회사를 설립한다고 하더라도 과거 민주당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당에 재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정계개편 과정에서 재 창당 수준의 창조적 파괴도 감내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민주당’이라는 당명까지 바꾸는 것도 용납할 수 있다. 이것은 민주당이 어디에 흡수되고 다른 정당이 와서 민주당에 흡수되라는 얘기가 아니다. 대등하게 전부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데 발기인이 되자는 것이다. 단, 수십 년 이어온 민주당의 전통은 그대로 가지고 가자는 것이다. 신익희, 조병옥 이런 지도자들의 투쟁 경력 등을 그대로 민주당 것으로 가지고 가자 이거다. 그러면 민주당이라는 이름은 안 써도 괜찮다. 사람이 운동경기를 하더라도 큰 무대에서 겨뤄야지 조그만 우물 안 개구리처럼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기자 : 정계개편 과정에서 민주당이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나라당 측에서조차도 호남권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한 대표 : 한나라당이 호남에서 표를 얻으려고 하는 것에 대해 환영한다. 소비자가 소비경쟁을 해야 생산자도 자기 상품에 대한 질을 높이고 돈벌이가 되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호남에서 표를 얻으려고 노력한다면 우리도 그렇게 노력을 해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봉사를 하게 될 것이다. 서로 발전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환영한다. 그리고 호남 유권자들이 정치적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의 폭도 넓어질 수 있게 된다. 넓어지면 생각의 틀이 좁은 공간에 머물지 않고 확대, 재생산을 해서 멀리 보게 된다. 멀리 보게 되면 그 속에서 민주당을 아끼는 사람들은 민주당에 더 많은 충고를 하게 되고 그러면 민주당도 변하게 될 것이다. 결국 각 정파들 간에 또는 정당 간에 국민들에게 봉사하기 위한 경쟁이 일게 될 것이고, 경쟁의 무대는 넓어지게 될 것이다. 국민들에게는 이로운 일이지 않을 수 없다. 다음으로 민주당의 연대 논의와 관련해 충청권과 DJP 연합처럼 얘기를 하는데, 지난 지방선거 때 충청권과 우리가 연합이 안 된 것은 그쪽에서 연대를 거부한 것이다. 우리는 연대를 주장했었다. 앞으로 그쪽(국민중심당)과 어떻게 되느냐는 대의를 좇아가느냐 실리를 좇아가느냐의 문제이다. 그것은 그쪽에서 결정할 것이다. 적어도 민주당 입장에서는 대의를 좇아가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실리를 포기하고 대의만을 좇아가자는 것은 아니다. 만일 대의를 버리고 실리만 좇아갔더라면 민주당이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다. 이미 없어졌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표를 주고받겠다는 의미이다. 민주당이 전라도 지역만을 고수하려고 하면 전국정당이 될 수 없다. 전라도의 지지를 기반으로 해서 수도권으로 올라가야 한다. 정치 시장을 넓히려면 상대방이 내 시장에 경쟁하러 뛰어든 것을 용인해야 한다. 과거의 영호남 대결 같은 경우 거의 무조건적이었다. 생리적인 거부감이었다. 그런데 지난 4.15 총선 이후 달라지고 있다. 내 해석이지만, 전에는 전라도 사람들이 경상도 가면 민주당을 욕하고 그랬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경상도 사람들이 ‘왜 우리는 차떼기 당이었는데도 한나라당 찍었는데, 너희는 민주당 안 찍었는가?’라고 묻는다. 다시 말해 상대방의 정서를 인정해 주는 것이다. 나는 이것도 하나의 발전이라고 본다. 전에는 ‘너희 입장은 말도마라 너희들은 나쁜 놈들이다’ 이런 식이었지만, 지금은 ‘너희 입장을 우리가 이해한다. 우리 입장은 우리 입장이다’는 식으로 변했다. 그래서 이 관계가 더 발전하면 ‘그래 이제 우리 친구하기로 해보자’한다든지 이런 단계가 될 것이다. 즉, 상대방의 공적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자 : 그렇다면 국민중심당이나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향후 관계 전망은 ◎한 대표 : 우리는 언제나 같이 가는 것에 대해 문을 열어놓고 있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국민중심당에서 결정하라 이거다. 그 어떤 세력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열린우리당과는 절대 연대 논의를 하지 않겠다. 그들과 연대를 위한 연대라든지 통합은 안 한다. 왜냐하면 없어질 당이고, 역사 속에서 오류를 범한 당이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이 가지고 있는 나쁜 속성을 한 뼘이라도 가져가면 우리는 암이 전이 되는 것이나 똑같다. 그렇기 때문에 (열린우리당과의 통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흡수는 가능하다. 국회 내에서 힘을 합쳐 누구를 견제하자, 연대하자 이런 것은 하지 않겠다. ▲기자 : 고건 전 총리가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에서 지지 세력 모두를 아우르려는 욕심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한 대표 : 그 분이 그런 말은 한 적 없다. 고 전 총리가 협조를 안 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느 정파에도 협조를 안 했다. 언젠가 나는 ‘밥상론’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남이 차려 놓은 밥상 가지고 수저 들고 와서 얻어먹을 생각하지 말고, 와서 같이 농사지어 밥상을 차리자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정대철 전 의원과 후보 경쟁을 했던 것을 생각해야 한다. ▲기자 :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한 대표 : 한숨부터 나온다. 나는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하고 거국 내각을 만들 것을 주장한다. 그래서 국민과 연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나라당과 연정을 하는 것은 영남 출신의 대통령이 영남 당과 연정하는 모습이기 때문에 역사 발전에 보탬이 안 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과 연정을 얘기하면서 모든 권력을 넘겨주겠다고 얘기했었다. 그렇게 해서 다음 번 정권을 한나라당이 잡게 된다면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게 하는데 일등 공신이 되는 것이다. 그래야 노 대통령에게도 지분이 생긴다. 지금 이 상태로 가면 노 대통령에게는 어떤 지분도 없다. 경상도를 가든, 전라도를 가든 대통령을 환영해주는 사람이 없다. 그러니까 자기 살길 찾는 것이다. 국가 경영 차원에서의 연정을 거론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살길 찾기 위한 연정을 제안하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본다. ▲기자 : 그렇다면 노 대통령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한 대표 : 노 대통령은 준비 없이 대통령이 된 사람이다. ‘우리 대통령 한 번 해보자 왜 우리라고 못하나’라는 생각으로 그냥 대통령이 된 것이다. 대통령이 되려는 욕심만 있었지 ‘국가 경영을 어떻게 하느냐’ 이런 생각은 못한 것이다. 그러니까 ‘행정수도이전’ 같은 즉흥적인 공약이 나온 것이다. 표를 얻는데 보탬이 된다는 것만 생각했지 ‘국가 경영에, 국가 발전에 이것을 꼭 실천 해야겠다’하는 생각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런 차질이 온 것이다. 지도자는 충분한 준비와 능력, 철학을 가져야 한다. 특히 국가 경영에 대한 자기 철학이 매우 중요하다. ▲기자 : 노 대통령의 내각 구성이 너무 코드 위주인 것 같다 ◎한 대표 : 모든 것을 대통령이 직접 다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훌륭한 사람을 들여야 한다. 그런데 과거 정권에서는 정권이 교체되어도 계속 총리나 장관을 이어서 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 경우는 그들의 경험을 활용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정권은 개혁이니 뭐니 자기들끼리만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권력을 사유화 한 것이다. 권력을 얻었으면 봉사하는데 행사를 해야 하는데, 이들은 ‘내가 대통령이 됐으니까 이 권력은 내 것이다, 내가 쓰는데 너희들이 무슨 잔소리냐’ 하는 식이다. 그러니까 아무리 정부에서 소리쳐 국민을 위한다고 해봐야 국민들은 ‘그것이 너희들 것이지 우리들 것이냐’ 하는 반응이다. 과거 정권마다 총리나 장관으로 봉사했던 사람들, 전 정권에서 이 사람들이 잘했다고 생각하니까 다음 정권에서도 이 사람들을 기용하는 것이다. 경험과 경륜을 활용하는 것인데, 현 정권은 그런 것을 모두 무시한다. 이러한 것들에서 오는 하나의 시행착오가 국민을 고달프게 하고 있다. 따라서 노무현 정권을 경험한 것은 한국의 정치 발전이나 국민의 성숙도에 크게 보탬이 될 것이다. ▲기자 : 북한의 미사일 문제에 대해서 어떤 입장인가 ◎한 대표 : 노무현 정권은 우리로 하여금 참 많은 공부를 하게 한다. 나름대로 유익한 정권이 될 수 있는 이유다. 공부를 함에 있어서 남의 지식을 그대로 빌려 쓰는 것은 금방 잊어버리게 된다. 그러나 내가 직접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은 평생을 잊지 않게 된다. 지금 우리는 노무현 정권 때문에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르고 있는가. 이런 대가는 비단 국내 뿐 아니라 외교적으로도 치르고 있다. 대포동 미사일도 과거에는 이런 일이 터지면 재빨리 미국, 일본하고 협의를 이뤄 합의된 대책을 가지고 북에 대응했다. 그런데 지금은 미국이나 일본은 떠들어도 한국의 대통령은 입을 다물고 있다. 묘안이 없는 것이다. 북한에 끌려 다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현재 북한은 북한만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닌, 한국까지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문제를 가지고 일본과 손잡고 군비증강의 구실로 삼고 있다. 북한이 계속 미사일을 가지고 미국에 대응하다보니 일본이 군국주의로 갈 구실을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전에는 이런 일이 터지면 미국이 UN안보리에 결의안을 냈는데, 지금은 일본을 시켜서 하고 있다. 결국 동해를 일본이 맡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구실을 북한이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이 같은 대응은 결국 우리 민족의 공멸을 자초하게 되는 것이다. 일본이라는 거대 제국주의 세력이 또 등장하게 된다면 한반도가 당장 위협을 받게 된다. 중국이 우리를 막아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도 않는 것이 좋다. 이미 백 년 전에도 중국 밑에 있다가 나라가 망하는 아픈 역사를 경험한 바 있다. 남북이 함께 민족 문제를 슬기롭게 대처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 말씀처럼 북한은 핵을 만들려고 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준 것을 지렛대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북한은 자신들의 말을 들어주면 민족공조이고, 말을 안 들어주면 민족반역자로 치부한다. 그걸로 남한을 대하고 있다. 우리가 준 것들에 대해 고마워하는 것도 없다. 주고도 당하는 형상이다. 더욱이 우리는 우방까지 잃고 있다. 주고, 고립되고, 당하는 것이 정부의 대북정책의 현실이다. ▲기자 : 정부의 대북정책과 햇볕정책의 차이는 무엇인가 ◎한 대표 : 다르다. 햇볕정책은 통일을 위해 남북간의 교류 협력을 촉진하고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해 가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우리가 북한을 도와줌으로써 통일이 되었을 때 통일비용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독일만 보더라도 그렇다. 통일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간다. 지금 당장 통일이 되면 북한 동포들을 남한 사람들처럼 먹여 살릴 자신이 없다. 남북이 다 고달파진다. 그래서 교류협력을 촉진해서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통일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남한에서 북한을 도와주는 것이지 퍼주기 위해서 이 정책을 쓴 것이 아니다. 개성공단도 따지고 보면 우리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북한의 싼 노동력을 가지고 우리 중소기업이 가서 물건을 만들어 팔면 손해가 안 난다. 국내에서 하면 손해가 나니까 싼 노동력을 찾아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인데 북한에 가면 더 싼 노동력이 있다. 그걸 활용하면 북한도 돈벌이가 되고, 우리 기업도 돈벌이가 되니까 활용을 하는 것이지 북한에 공장을 지어주기 위해서 개성공단을 유치한 것이 아니다. 그걸 알아야 한다.
▲기자 : 민감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정치자금법에 얽혀 정치적 활동 제약이 생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 대표의 정치 생명에 타격을 입게 될 위험도 있어 보이는데 ◎한 대표 : 재판 때문에 할말 못하고 그런 것 없다. 공개적으로 연설할 때도 얘기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나를 기소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통합에 응했었을 지도 모르겠다고. 그런데 나를 기소했기 때문에 내가 통합에 응하면 정치적으로 합의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게 되었다. 따라서 나는 그것(통합)을 죽어도 못한다. 내가 여기서 끝나더라도 그건 못하겠다. 그리고 내가 당에서 쓰러지는 것이 낫지 이 상황을 면하려고 권력을 좇아가면 나는 영원히 죽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여기서 정치적 활동을 못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끝까지 내 주장을 하는 것이 사는 길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나는 민주당으로 끝까지 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내 사건이 부당하다는 것을 탄원서 식으로 대법관에게 보내기도 했다. ▲기자 : 탄원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 그리고 한 대표가 주장하는 것은 무엇인가? ◎한 대표 : 우선 형평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경선 자금을 불법적으로 한도 초과해 썼다. 그러나 그 자료를 모두 파기했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도 정치자금을 불법적으로 쓴 것이 나타났는데 기소조차 안 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또한 당내 대통령 후보 경선 때 2억 6천만 원의 불법자금을 썼다고 양심고백 했는데 조사조차 안 했다. 그런데 왜 한화갑이만 경선 자금을 조사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것이 정치적인 표적수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하는 것이다. 둘째, 2004년 총 선거 전에 당시 안대희 중수부장이 한화갑 의원 건은 노무현, 정동영 건을 조사할 때 함께 조사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야 조사하게 되어 있다. 그러니까 노 대통령은 조사도 안 하면서 나만 기소한 것이다. 결국 검찰 스스로 자기 약속을 깬 것이다. 그러니까 이것 또한 부당한 것이다. 셋째, 내 사건이 터지기 전에 현직 장관이 내게 와서 자기와 같이 가자고 했다. 내가 거부했다. 그 직후에 내 사건이 터진 것이다. 그러니까 이것은 정치적인 의도였다고밖에 볼 수 없다. 넷째, 당내 대통령 후보 경선 자금과 당 대표 경선 자금을 정치자금법으로 다루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기자 : 말씀 중 죄송하다. 어차피 당 대표 경선 또한 정치의 일환이 아닌가? ◎한 대표 : 물론, 그렇다. 하지만 원래라면 국회의원들의 정치자금법에 관한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정책 활동을 하는 데 최소한의 비용을 조달하는 것이지 당내 대표 경선이나 후보 경선 자금에 있어서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정치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현재의 정치자금법대로라면 범법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범죄를 구분할 때도 절도, 강도 이렇게 구분해서 형사소송법에 있는 것이지 그냥 도둑질이라고 해서 강도, 절도를 하나로 규정해서 다루지 않는다. 이렇게 정치자금법이라고 해서 전부를 다 규정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주장하는 것이 남았다. 탄원서에도 기록된 내용이다. 당내 경선에서 문제가 된 6억은 내가 돈 대준 사람들에게 ‘나 돈 좀 대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고, 또 나를 추대해달라고 사정해본 적도 없다. 그런데 자신들이 영남 대통령 후보에 호남 대표가 돼야 당시 노무현 후보가 당선될 수 있다고 해서 스스로 추대위원회를 만들고 돈을 걷어 쓴 것이다. 그러면서 내게 돈을 대준 것이다. 그렇기에 나를 처벌하려는 것은 공모일 수밖에 없다. 왜 공모인가 하면 그 돈 6억을 댄 사람이 제주도에 와서 나를 만나고 ‘나도 돈을 내겠으니 나와 주시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 돈을 믿고 내가 나왔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그래서 유죄가 인정된 것이다. 그러나 내가 정말 그 돈을 가지고 나왔더라면 그 사람 만나서 얼마를 줄 것인지 물어봤어야 되는 것 아닌가. 그리고 선대위원장에게 누가 얼마를 대주기로 했으니까 거기서 돈 받아다 써라 이런 말을 했어야 되는 것 아닌가. 그리고 당시 선대위원장이었던 김원길 의원이 ‘여러 국회의원들과 함께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았다 걱정하지 마라’ 이렇게 얘기 했었다. 그러니까 자신들의 돈을 쓰면서 자신들이 한화갑이 선거운동을 해준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게 한화갑이 죄가 되냐는 것이다. ▲기자 : 양심적으로 정치자금법에서 문제가 됐던 나머지 부분들에 대해서는 인정을 했는데 ◎한 대표 : 그렇다. 계속 얘기하는 것이지만, 나 역시 잘못한 것은 있다. SK에서 4억을 받아 쓴 것은 내가 받아 쓴 것 인정한다. 그러나 왜 노 대통령은 조사를 안 하고 나만 조사를 하느냐 하는 것이다. 김근태 의장도 조사 안 하고 나만 조사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 그리고 대통령 임기가 끝나서 노 대통령에 대해 조사할 때까지 내 사건도 그대로 놔둬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야 형평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 내 주장이다. 대법원에서도 이런 형평성을 감안하고, 정치적 판단을 감안해서 내 사건을 파기하든지 노 대통령을 조사해서 대법에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판결하든지 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차떼기까지 해도 손 하나 안대면서 내 사건만 유독 손을 대는 것을 보면 모두가 정치적 표적수사임을 확인시켜준다. 이런 정치자금법이면 어떤 대통령이라도 감옥에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내가 어떻게 되든지 간에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내가 나서서 노 대통령을 고발할 것이다. 반드시 노 대통령을 내가 고발할 것이다. ▲기자 : 앞서 정동영 전 의장을 거론했었는데 정 전 의장은 무엇이 문제인가? ◎한 대표 : 내가 누구를 잘못되게 만들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을 말하려고 하는 것이다. 정동영 전 의장은 원외 인사이기 때문에 정치 자금법에 의해 당장 국회의원처럼 후원금을 못 받게 돼 있다. 그런데 지난 2월 열린우리당 경선 때 정 전 의장이 16개 시도를 돌아다니며 그렇게 선거유세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어디서인가 돈을 받았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나는 그 돈이 어디서 다 나왔겠느냐 하는 것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정 전 의장은 조사 안 하는지 의문이지 않는가. ▲기자 : 국민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 대표 : 한화갑이는 대법이 내린 판결에는 무조건 승복하겠다. 권위 있는 판결인데 어떻게 그것을 거부하겠는가. 국민의 입장에서 내 입장이 정당하든 말든 그것을 떠나서 정치인으로서 정치활동 하는데 돈 문제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것은 국민들께 대단히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다. 정말로 용서를 빈다. 그러나 국민들께서 한화갑이에게 이러한 억울함이 있다는 것은 알아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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