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에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제품 구입한 것”

▲ 서울우유가 일부 직원들의 월급 중 10~40%를 유제품으로 지급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서울우유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기 어렵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생산과잉으로 우유를 포함한 유제품의 재고가 넘쳐나면서 모든 유제품 업계가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우유가 일부 직원들의 월급 중 10~40%를 유제품으로 지급했다는 지적이 나와 이목이 쏠렸다.
 
19일 서울우유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월급을 안주고 우유를 준 것은 아니고, 미리 직원들로부터 신청을 받아 신청한 제품에 해당하는 액수를 월급에서 제하고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반강제’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서울우유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기 어렵다.
 
직원들에게 유제품으로 지급된 월급의 비율은 직급별로 사원 10%, 팀장 20%, 부장 30%, 임원 4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직원은 월급 중 200~250여 만원을 유제품으로 대신했다.
 
◆ 서울우유 “노조 있는데 어떻게”
 
서울우유 관계자는 “노조도 있는데 어떻게 월급을 우유로 주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우유소비 촉진을 낙농업계에서 해오고 있고, 우리도 그런 취지에서 직원들에게 미리 신청을 받아 일정만큼의 제품을 사도록 한 것”이라며 “노조도 있고 하는데 월급을 우유로 준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해명했다.
 
이어 “원유수급 불균형에다 FTA로 외국산 유제품 수입이 대폭늘면서 사실 오랫동안 어려웠다”며 “상반기 큰 적자폭을 봤다”고 토로했다.
 
또 이 관계자는 “200~250만원을 제품 구입으로 쓰셨다는 분들은 직급이 높으신 분들인데 책임자 입장에서 그렇게 하신 것 같고, 일반 직원들은 10~20만원 한도에서 제품을 구입했다”며 “흰 우유가 아니고 주로 보관성이 좋은 피자치즈 제품이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우유 측에 따르면 서울우유 직원들이 지난 6월 우유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한 상징적인 차원에서 사측에 제품구입을 신청했다. 이후 부피가 크고 유통기한 문제가 있어 한꺼번에 제품을 다 가져가지 않고 7~9월에 거쳐 직원들이 가져가고 싶을 때 물건들을 가져갔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강제성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자율적으로 산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 악재 겹쳐...
 
‘우유월급’이라는 말까지 나오며 서울우유가 경영난이 악화된 이유는 뭘까. 바로 우유 공급 과잉에다 소비 감소로 인한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농림축산식품부와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국산 우유 재고가 23만 2000여톤을 기록했다. 전년 9만2000여톤이었던 것 보다 150%나 증가한 수준이다. 2002년 말의 재고 수준이 16만 1000톤으로 역대최고치였었지만, 이와 비교해도 40%이상을 웃돈다.
 
국산 우유 재고가 증가한 것은 지난해 젖소 집유량이 많아진데다 사료값 하락으로 원유 생산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원유 총 생산량은 219만8000여톤으로 2013년 209만 3000여톤이었던 것과 비교해 10여만 톤이나 늘었다.
 
◆ 원유가격연동제가 뭐길래
 
여기에다 국산 우유가 수입산 우유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도 소비감소에 한몫했다.
 
지난해 국산 우유 소비는 199만5000톤에서 2만9000톤 줄어든 수준을 기록했다. 이와 비교해 같은 기간 수입산 우유에 대한 소비는 전년 대비 오히려 9만6000톤이 늘어난 168만3000톤으로 집계됐다.
 
국산 탈지분유(1kg) 당 생산원가는 1만2000원 수준이지만, 수입산의 원가는 3800원 정도다. 일정 정도 관세가 부과된다고 하더라도 5000원을 넘지 않기 때문에 당초 경쟁이 안 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국산 우유의 가격을 다운시킬 수 없는 것은 원유가격연동제 때문이다. 원유가격 연동제는 원유 가격을 수요와 공급에 따라 유동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닌, 원유 생산비용과 물가상승률에 기반해 기계적으로 책정되도록 공식화한 것이다.
 
당초 3~5년 주기로 낙농가와 유업체간의 협상을 통해 원유가가 결정됐었지만, 협상 과정에서 생산자 측의 집회와 단식, 납유 거부 등으로 인해 양측 간 갈등이 심해지자 2013년부터 이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우유가격을 철저히 생산원가에 따라 결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는 고려되지 않는다. 우유 소비가 침체돼 원유가 남아도 생산비가 오르면 원유가격은 오르는 구조다. 더 큰 공급과잉을 낳을 수 있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우유 소비는 줄고 있는데 연동제로 원유가격이 묶여있으니, 제품 가격을 낮추면 업체 입장에서는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원유가격이 우유값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기 때문에 실질적인 가격이 어렵다”며 “대신 대형마트에서의 1+1 행사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할인 혜택을 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방송통신대 김상수 교수는 “이 제도의 약점은 시장원리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라며 “지금처럼 우유 소비가 침체되고 원유가 남아돌면 가격을 인하해 소비가 늘도록 해야 하는데, 현재 원유 시장은 수급과 무관하게 가격이 기계적으로 오르고 있으며 이는 생산비와 물가상승률이 하방경직성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한국낙농육우협회 조석진 낙농정책연구소장은 “전국의 원유 생산을 통제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를 세우고 탄력적으로 원유 쿼터를 조정할 수 있게 제도를 수정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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