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경제운용에 커다란 부담이 초래될 전망

중동위기로 국제유가가 폭등세를 나타냄에 따라 향후 경제운용에 커다란 부담이 초래될 전망이다. 정부당국과 한국은행은 경제성장률과 물가, 내수, 경상수지 등에 미치는 주요 변수 가운데 그동안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쳤던 환율과 국제유가가 올해 하반기 이후에는 어느 정도 안정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기대와 달리 국제유가가 급등함에 따라 거시경제 전망 자체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은행은 최근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할 때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5.0%로 예측하고 전망의 주요 전제 가운데 하나로 원유도입 단가를 배럴당 63달러로 책정했다. 작년말 전망했던 배럴당 55달러보다 무려 8달러나 높게 수정 전망한 것이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에 평균 원유도입단가는 배럴당 61.1달러에 달했으며 7월들어서는 이 수준을 훌쩍 넘어선 상태다. 국내 도입원유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가격이 되는 두바이유가 14일 중동전 발발 위기가 고조되면서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했다. 두바이유가 배럴당 70달러 수준이라면 운임.보험료 등 제반 수입비용을 합친 원유의 도입단가는 이보다 배럴당 2달러 정도 더 올라가게 된다. 전체 도입물량의 80%를 차지하는 중동산 원유 이외에 나머지 20%는 중동산보다 더 비싼 브렌트유 등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두바이유의 현물가격보다 국내 원유도입가격은 더 높게 형성된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두바이유의 현물가격이 지금처럼 배럴당 70달러선이 계속 유지된다면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 등의 전제로 잡은 원유도입단가 예측치는 배럴당 63달러를 훌쩍 넘어설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성장률은 물론 물가, 내수, 경상수지 등 거시경제지표 전반이 암울한 상황으로 돌변하게 된다. 연간 원유도입물량이 대략 8억배럴에 달하기 때문에 당초 예측치보다 원유도입단가가 배럴당 1달러 상승하면 연간 8억달러의 수입비용이 증가한다. 만약 5달러가 오르면 연간 40억달러의 비용이 추가되며 이는 한은이 예측한 올해 경상수지 흑자규모와 맞먹는다. 한마디로 경상수지가 적자로 반전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원유도입액은 순전히 해외로 빠져나가는 돈이기 때문에 국내총생산(GDP) 계정에서는 고스란히 마이너스 효과만 가져온다. 유가상승분 만큼 GDP 증가율이 하락하게 되는 셈이다. 한은의 자체 모형에 의하면 국제유가가 10% 상승하면 GDP는 0.2% 하락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또 물가상승을 유발, 소비지출을 억제하는 부정적 효과도 생긴다. 가장 큰 문제는 수출단가지수가 하락하는 가운데 수입단가지수 상승을 가져와 교역조건 악화에 따른 무역손실을 누증시키고 그에 따라 실질국민소득을 떨어뜨려 내수위축을 초래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지난해의 경우 원유가격 급등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로 실질 무역손실규모가 사상 최고치인 46조3천76억원에 달했다. 작년 GDP성장률이 4.0%였으나 실질국민총소득(GNI)은 고작 0.5% 증가하는데 그쳐, 체감경기는 바닥수준이었다. 올해 1.4분기에도 교역조건악화로 인한 실질무역손실은 16조3천879억원으로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에 달했으며 GNI증가율은 -0.1%를 기록했다. 이러한 현상의 배후에는 수입원자재, 특히 원유의 가격폭등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 관계자는 "국제유가의 정확한 예측은 힘들지만 만약 연간 평균 도입단가 예측수준인 배럴당 63달러를 크게 벗어날 경우 올해 5.0% 성장률 달성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유가급등이 추세적으로 굳어질 경우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대로 올라서는 시점도 한은이 예측하는 것처럼 연말이나 내년초가 아니라 좀 더 앞당겨질 가능성도 없지 않으며 경상수지 적자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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