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정치적 의도 없어…민생 챙길 때” - 野 “역사쿠데타”

▲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 발표 이후 이를 놓고 여야 격론이 계속되는 가운데 여론 역시 양분되고 있다. 사진 / 원명국 기자
지난 12일 교육부가 ‘올바른 역사 교과서’란 이름으로 교과서 국정화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연일 이를 두고 여야 간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이미 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 시 장외 투쟁까지 불사할 것을 예고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은 광화문 광장 앞 1인 시위부터 국정화 반대 대국민 서명운동까지 즉각 실행에 나서며 정부여당을 압박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를 위시한 당 지도부 전원이 교과서 국정화의 당위성을 역설하는 한편 이를 의제로 의총을 열어 당론으로 채택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여야의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與 ‘교과서 국정화’로 당청관계 강화
 
그간 ‘공천 룰’ 문제로 친박‧비박간 계파 투쟁을 벌여왔던 새누리당은 교과서 국정화 이슈로 외형상 당내 갈등을 추스르고 한 목소리를 내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에 대해 “정부가 국민통합을 위한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기로 한 것은 우리 미래세대에게 올바르고 긍정의 역사관을 심어주기 위한 당연한 결정”이라며 직접 두둔하고 나섰다.
 
김 대표는 “중고교는 건전한 시민양성을 목표로 한 공교육 현장이므로 편향된 교육을 받게 해선 안 된다”며 “학부모들이 (현 검인정)교과서를 한 번이라도 보면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현행 교과서의 편향성을 지적했다.
 
최근까지 김 대표와 이슈마다 이견을 보여온 원유철 원내대표도 교과서 국정화 문제와 관련해선 “올바른 역사교과서 편찬은 이념적 대립이 아닌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과정”이라며 적극 옹호했다.
 
원 원내대표는 국정화에 반발하는 야당에 대해서도 “편향되고 왜곡된 부분을 역사적 사실에 맞게 고치자는 것에 대해 야당과 시민단체가 장외투쟁에 나서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검정교과서의 문제점은 이미 발생한 확실한 과거이며 야당이 지적하는 국정교과서 문제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이제 역사교과서는 국사편찬위에 맡기고 우리 국회는 밀려있는 민생현안 처리에 최선을 다해야 할 때”라며 정기국회 예산과 법안 심사를 앞둔 시점임을 상기시키면서 초점을 민생으로 옮겨 야당을 압박했다.
 
또 무장독립운동가 김좌진 장군의 손녀이자 현재 당 역사교과서개선특별위원장을 역임하는 김을동 최고위원도 야당에서 국정교과서가 친일 행적을 미화할 것을 우려하는 데 대해 “현대는 과거와 비할 수 없는 정보화 시대이고 똑똑한 국민으로 인해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견제가 보장된다”며 일축했다.
 
대표적인 친박계 의원으로 꼽히는 이정현 최고위원도 이날 “왜곡된 교과서를 바로잡자는 걸 극렬히 반대하는 이유가 뭐냐”고 반문하며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기 위한 시도가 이미 작동된 만큼 집단 지성의 지혜를 모으고 역량을 모으는 데 모두가 동참하자”고 호소했다.
 
같은 당 김정훈 정책위의장도 “야당이 올바른 교과서를 친일 교과서, 유신 교과서 등 시대착오적인 단어들로 흠집내기에 집중한다”며 “좌편향된 교과서를 바로잡아 객관적 역사를 사실 그대로 가르치기 위한 것이지 정치적 의도를 담겠단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교과서 국정화에 당 지도부가 일치단결한 모습을 보이면서 일각에선 ‘공천 룰’ 문제로 악화됐던 당청관계가 회복되는 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는데 ‘현 교과서의 편향성 문제’가 과거 박 대통령의 지적이 있었을 만큼 청와대 관심 사항으로 꼽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년 총선 출마를 감안해 당초 ‘교과서 국정화’에 미온적이던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갑자기 학계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반발을 감수하고 국정화 발표를 강행하게 된 것도 이 같은 청와대의 압박 때문이란 해석도 일부 나온 바 있다.
 
이처럼 당청 관계 회복에 조심스런 전망을 확인해주듯 김 대표는 최고중진회의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날 미국 순방길에 나선 박 대통령을 배웅했던 것과 관련해 ‘대통령과 화해 모드라고 보면 되느냐’는 질문을 받자 “언제 나빠진 적이 있었나”라며 “대통령과 저하곤 그런(갈등) 관계가 아니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는 공천 룰을 두고 당청 갈등이 격화됐던 지난달 말 김 대표가 유엔총회 참석차 방미 길에 오른 박 대통령을 환송하지 않았고 귀국 시에도 원유철 원내대표만 영접에 나서며 냉랭한 당청관계를 보여 오다가 전날 박 대통령이 미국 순방에 오를 땐 김 대표가 환담을 나누며 배웅하는 과거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던 점에서 나온 질의라 할 수 있다.
 
아직 ‘공천 룰’ 문제가 완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당청관계가 일시적인 봉합 국면에 접어든 것인지 혹은 ‘공천 룰’과 관련한 이면 합의가 양측 간 있었던 것인지에 대해선 여러 의견이 분분하고 있는 실정이다.
 
◆ ‘교과서 국정화’ 놓고 여당 이견 분분?
 
한편 ‘역사 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여당 내에서 일견 전부 찬성하는 분위기로 흐르는 와중에도 의외로 일부에서 이견이 나오고 있어 당 지도부는 서둘러 15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당론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12일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아직) 새누리당 당론이 아니다”라며 “많은 의원들의 생각을 들을 기회는 없었지만 다양한 의견을 갖고 있다”고 소신 발언을 한 데 이어 김성태 의원도 13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어떤 공론화 과정 없이 나왔다”며 “이를 가지고 의총을 연 적이 없기에 당론이 될 수 없다”고 가세하면서 자칫 ‘교과서 국정화’가 역으로 당내 분열을 일으키는 걸 우려한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다만 15일 의총에서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이견을 가진 의원들이 대체로 불참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교과서 국정화’가 당론으로 채택되더라도 당내 잡음이 완전히 수그러들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 野 ‘교과서 국정화’ 야권연대 초석 되나
 
▲ 13일엔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 등 10여명의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역 앞으로 직접 나가 ‘국정화 반대’ 백만명 대국민 서명운동을 벌이며 여론전에 돌입했다. 사진 / 원명국 기자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12일 황 부총리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에 맞서 발표 직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직접 ‘국정화 반대’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선 데 이어 오후에 의원총회를 열고 “박근혜 정부는 친일교과서 국정화 강행을 중단하라”며 고시 철회와 박 대통령 사과 등을 요구하는 규탄문을 채택하는 등 전방위 공세에 나섰다.
 
또 12일 저녁엔 예고한대로 황 부총리에 대한 교육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한편 다음 날인 13일엔 당 지도부 등 10여명의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역 앞으로 직접 나가 ‘국정화 반대’ 백만명 대국민 서명운동을 벌이며 여론전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가 야당의 서명운동 시행에 강력 반발하면서 일부 충돌이 발생하는 등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양분된 민심을 그대로 보여줬는데 정부가 12일 발표한 예정고시는 국민 의견수렴과정을 거쳐 20일 후 확정되기 때문에 양측의 충돌은 앞으로도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교과서 국정화’ 고시가 국회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 정부의 행정조치이기 때문에 현재 야권이 대대적으로 총공세에 나선다고 해도 직접적으로 이를 막을 방법이 딱히 없으며 국정화 금지 입법이나 국정조사, 황 부총리 해임, 여론전 등의 우회적 방법뿐인데 가장 효과적인 국정화 금지 입법화조차 여대야소인 원내 상황에선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이미 지난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종걸 원내대표가 여당에 촉구했던 ‘검인정 교과서 문제점 개선방안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와 황 부총리 해임안 역시 원내 다수인 새누리당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야당은 사실상 여론전으로 끌어가며 내년 총선을 의식하게끔 여당을 압박하는 것 외엔 현재로선 방법이 마땅찮은 실정이다.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이라면 그간 분열을 거듭해 온 야권이 ‘교과서 국정화’ 이슈로 하나로 뭉치는 모습을 보이며 전화위복으로 삼았단 점인데 지난 11일 신당 준비 중인 천정배 무소속 의원 측의 제안에 의해 13일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정의당 심상정 대표에 이어 천 의원과도 전격 회동해 정부여당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저지하기 위한 ‘연석회의’ 구성에 합의했다.
 
이런 흐름에 따라 새정치민주연합이 ‘국정화 저지’ 장외투쟁에 나선지 3일째인 14일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연 새정치연합을 도와 이날 정의당도 광화문 광장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 중단을 위한 대국민 서명운동에 나서며 본격적인 야권 공조 움직임을 보여줬다.
 
이에 힘을 받은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14일 문재인 대표가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권력은 짧지만 역사는 계속된다. 대통령 입맛대로 만든 1년짜리 정권 교과서”라고 여권의 ‘교과서 국정화’를 질타한 데 이어 이종걸 원내대표도 “21세기 친일파들의 역사 쿠데타가 성공하면 누가 국란에 몸을 던지고 투쟁하겠나”라고 성토하는 등 격한 대응을 이어가고 있어 국정화 행정예고 기간인 내달 초엔 여야 갈등이 정점에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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