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SC은행 등 계약서 위조 확인 없었나

▲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서울 여의도 에스트레뉴 오피스텔(사진)의 담보대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부당 대출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SK네트웍스

최근 시중은행 등이 한 오피스텔의 담보대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부당 대출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출 심사 과정에서 계약서를 임의로 수정해 분양가보다 높은 대출을 받았다는 게 의혹의 주된 내용이다. 해당 대출을 받은 정모씨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불법 선거 사무실을 무상으로 제공했다’고 주장한 인물로 알려지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SC은행 등은 지난 2011년 정모씨가 소유한 오피스텔을 담보로 정씨에게 수백억원을 대출해줬다.
 
해당 오피스텔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에스트레뉴’다. 지하 7층~지상 36층 규모로, 28개의 상업시설과 오피스텔 118실로 이뤄져 있다. 이 오피스텔의 시행사인 SK네트웍스는 지난 2009년 준공을 완료하고 공급에 나섰다.
 
에스트레뉴는 서울 지하철 여의도역 인근 업무중심지구에 위치해 높은 접근성은 물론, 유명 건축가가 직접 설계한 뛰어난 외관으로 ‘하나의 거대한 예술품’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같은 찬사와는 달리 분양 실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2011년 상반기까지 호실 과반수가 분양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부동산 경기가 불황인데다 임대 수익률이 저조한 탓에 분양이 녹록지 않았다는 게 부동산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씨가 오피스텔을 사들인 건 이 시기다. 정씨는 2011년 6월 SK네트웍스로부터 에스트레뉴 60실을 통으로 매입했다. 이 가운데 13실은 정씨의 딸 명의로 취득했다. 당시 60실 매입가는 490억원으로, 1실당 8억1600만원 꼴로 취득한 셈이다. 이밖에 2실은 개별 매입했다.
  
◆매입가보다 높은 담보 대출
 
정씨는 해당 오피스텔 매입을 위해 매입대금 대부분을 은행권에서 끌어왔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이 과정에서 매입가보다 높은 수준의 대출을 받았다는 점이다.

 
▲ <시사포커스>가 입수한 ‘에스트레뉴빌딩 소유현황’에 따르면, 정씨는 자신과 딸 명의의 오피스텔 26실(각 13실)을 공동담보로 SC은행 강동점에서 118억400만원씩 총 236억800만원을 대출받았다. 1실당 9억800만원을 받은 셈이다. 사진/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가 입수한 ‘에스트레뉴빌딩 소유현황’에 따르면, 정씨는 자신과 딸 명의의 오피스텔 26실(각 13실)을 공동담보로 SC은행 강동점에서 118억400만원씩 총 236억800만원을 대출받았다. 1실당 9억800만원을 받은 셈이다.
 
또 신한은행 시화점에서는 자신 소유의 오피스텔 28실을 담보로 230억원 가량을 끌어당겼다. 아울러 하나은행 등 일부 은행에서 95억원 가량을, 제2금융권에서도 42억원 가량을 대출 받았다.
 
정씨가 은행 등에서 대출받은 금액을 합하면 600억원에 달한다. 이를 산술적으로 계산해보면 1실당 9억원 수준의 자금을 차입한 셈이다.
 
이에 대해 에스트레뉴의 다른 소유주들은 부당 대출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제1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최대 60% 수준이었다는 점에 비춰 정씨에게 과다한 대출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들은 금융위원회에 해당 내용의 진정서를 내밀었다. 조사에 나선 금융위원회는 계약서가 위조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해당 은행들에게 계약서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SC은행은 즉시 SK네트웍스 측에 해당 내용을 문의 했고, SK네트웍스는 “계약서가 다르다”는 답변을 내놨다. 대출금을 높이기 위해 이른바 ‘업계약서(분양가를 높여 쓴 계약서)’가 오간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8~9월 경 SC은행에 정씨가 제출한 계약서와 당사에 보관된 계약서를 비교해 봤더니 도장 등이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은행 측에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은행들은 이같은 논란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시사포커스>는 관련 의혹 등에 대해 SC은행에 문의하기 위해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이후 홍보실 관계자들의 휴대전화로 해당 내용에 대한 답변을 요청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현재까지 아무도 답을 주지 않았다.

신한은행 홍보실 역시 다르지 않았다. 당시 계약서 진위 여부를 확인했는지와 이후 상황 등을 묻기 위해 수차례 전화했지만 자리를 비웠다는 말만 돌아왔다. 이후 관계자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봤지만 전화는 받지 않았고, 답변을 요청하는 문자에는 답이 없었다.
 
▲ 금융위원회는 계약서가 위조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해당 은행들에게 계약서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SC은행은 즉시 SK네트웍스 측에 해당 내용을 문의 했고, SK네트웍스는 “계약서가 다르다”는 답변을 내놨다. 대출금을 높이기 위해 이른바 ‘업계약서(분양가를 높여 쓴 계약서)’가 오고간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사진/시사포커스DB

◆정씨 인맥에 시선 집중
 
일각에선 이같은 의혹에 일자 정씨의 배경을 주목하고 있다. 수백억원대의 대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은행들이 아무런 의심 없이 대출 승인을 해준 데 대해 관심이 쏠리면서다. 
 
정씨는 폭넓은 정치권 인맥을 구축해온 인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불법 선거 사무실을 무상으로 제공했다고 주장하며 세간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씨는 지난해 11월 말 청와대, 새누리당,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탄원서를 냈다. 탄원서의 내용은 지난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선거운동’을 위해 10여 곳 이상의 자기 소유 오피스텔을 무상으로 제공해 큰 피해를 입었다는 게 골자다.
 
정씨는 이 탄원서에서 ‘18대 대선 당시 새누리당 당명 로고작업, 유세단 연습장, SNS 활동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선거지지 활동을 한 서강바른포럼과 포럼동서남북 등이 무상으로 탄원인의 건물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짧게는 2~3달부터 길게는 2년 여 이상까지 아무런 보상 없이 제공해 자신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정씨가 불법 선거 캠프 의혹을 폭로한 배경에 대해 정씨가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을 꼽기도 한다. 정씨는 자신 소유의 오피스텔 상당수가 공실로 남아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씨는 대출금은 물론 이자도 납부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전언이다. 더구나 오피스텔 관리비까지 내지 못하고 있어 에스트레뉴 다른 소유주들의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사포커스 / 신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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