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뮤지컬-로맨틱 프로포즈 "줄리에게 박수를!"

영화인에 관한 영화, 음악가에 관한 음악, 소설가에 관한 소설은 모두 색다른 향취를 풍겨낸다. 창작자 자신이 겪는 고통과 번민이 묻어나 있기에 자기고백적 성격이 짙어지는 매력이 있고, 관객들이 느끼는, 단순히 '멀리 있는 인물'의 이야기를 본다는 거리감의 원칙을 가볍게 깨어주며 관객과 공연자들 사이의 관계를 밀착시켜 주는 묘한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번에 '극단 인터'에서 마련한 창작극 "줄리에게 박수를!"은 바로 '연극인에 관한 연극'. '세상풍파를 이해하고 따르기 힘들 정도로 순박하고 어리숙한 이들'이라는 이미지로서 연극인들을 그려내고 있는 "줄리에게 박수를!"은, 어떤 이유에서든 연극 무대를 떠나지 못하는 이들과 연극을 둘러싸고 여러 아픔과 상처를 간직한 이들이 모여 사랑의 복합적 관계와 삶의 갈등 구조에 대해 토로하는 '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셰익스피어극의 네 주인공, 햄릿과 오필리어, 로미오와 줄리엣의 '극중 이름'을 지닌 이 연극의 주인공들은, 각기 꿈과 희망의 좌절, 실연, 보답받지 못하는 사랑을 겪고 있는 '슬픈 이상주의자'들. 그러나 "줄리에게 박수를!"에서 이들의 이야기는 무겁고 어두침침한 종류의 진부한 화법에 의해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얼핏 만화적이라고까지 여겨지는 돌발적인 상상력과 탁탁 튀는 무대적 아이디어, 그리고 이와 맞물리지 않을 듯하면서도 정교하게 조합되어 색다른 무드를 조성해내는 특유의 서정성에 의해 다채롭게 채색된다. 특히 극중 등장하는 셰익스피어의 고풍스럽고 시적인 대사와 빠른 템포로 이어지는 발랄한 대사 뒤얽히는 독창적인 패턴이나 환타스틱한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동원된 '코러스'의 효과 등, 연출상에 주목할 만한 요소들이 넘쳐나, '놀이로서의 연극'이라는 극의 주제를 선명하고 유쾌하게 풀어내 보이고 있다. 캐스팅 역시 극 중 네 주인공을 연기한 인물들 중 셰익스피어극을 소화해본 이들이 많아 눈길을 끌고 있는데, '햄릿' 역의 박희순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오필리어' 역의 김은옥은 "한여름밤의 꿈"을, 그리고 '줄리엣' 역의 연보라는 "십이야"와 그 변형극인 "트랜스 십이야"를 모두 섭렵한 이들이어서, 극 중 등장하는 '셰익스피어극 배우들'과 완벽하게 호흡을 일치시키는 효과를 기대해 볼만하다. (장소: 예술극장 나무와물, 일시: 2004.03.25∼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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