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의 ‘호갱’화를 막겠다며 야심차게 시행에 들어간 단통법이 2년차에 접어들었다.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 이용자별로 천차만별인 불법 보조금을 뿌리뽑고 누구에게나 똑같은 지원금을 지급하겠다던 취지는 얼마나 먹혔을까. 정부는 자화자찬하기 바쁘지만 실상은 그리 녹록치 않다.
 
우선 전국민의 ‘호갱’화를 막기는커녕 오히려 부채질했다는 것부터 실패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시행 초기 많은 국민들은 “스마트폰을 모두 비싸게 사게 될 것”이라고 아우성을 쳤다. 공시 지원금의 상한선이 정해졌기 때문이다. 전략 스마트폰의 출고가가 80만원에서 100만원을 오가는 상황에서 기껏해야 30만원 안팎의 지원금 상한은 최신 스마트폰의 평균 구매가를 크게 올려 놓았다.
 
전략 스마트폰의 실구입가가 전체적으로 올라가다보니 브랜드 밸류가 떨어지는 LG전자는 고사 위기에 처했다. 상대적으로 브랜드 밸류가 뛰어난 애플은 점유율이 큰 폭으로 상승했고 대항마 삼성전자는 요란했던 홍보에 비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물론 중저가 모델로 범위를 넓히면 평균 구매가는 내려간다. 하지만 단통법 이전에 최신 스마트폰을 값싸게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많았던 것에 비하면 만족도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번호이동 고객과 기기변경 고객간의 차별을 철폐하겠다던 거창한 목표는 ‘기기변경 비율 50%’라는 수치를 통해 일정 부분 달성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이 같은 수치는 공시지원금의 획일화로 번호이동의 메리트가 줄어들면서 반강제적으로 통신사를 옮기는 비율이 줄어든 결과에 불과하다.
 
또한 판매점들이 몰려 있는 곳에서는 여전히 불법 보조금 지급이 횡행, 번호이동과 기기변경간의 차이가 수 십만원에 달한다. 최근 있었던 ‘G프로2’ 대란에서 보여지듯이 판매점들은 기기변경을 원하는 사용자들에게 수 만원에 달하는 추가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고가의 요금제를 강요하고 아예 접수조차 거부하는 등 교묘하게 법망을 회피하면서 차별을 유지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통신사들의 번호이동·기기변경 리베이트 차별화가 도사리고 있음은 물론이다. 방통위는 이에 대해 제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말 차별이 철폐됐는지 의문스럽다.
 
정부가 줄기차게 외쳐온 가계통신비 인하는 과연 실현됐을까? 알뜰폰 점유율은 상승했고, 고가 요금제 선택 비율은 줄었다. 6만원대 이상 요금제 가입 비율이 지난해 33%에서 3%로 급락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가계 통신비 인하라는 토끼만큼은 정부가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통계에도 함정이 숨어 있다. 일단 스마트폰 교체 주기 자체가 크게 늘어났고 중고폰이나 공짜폰, 중저가폰을 이용하는 비율이 크게 늘었다. 즉 스마트폰을 바꾸는 것이 부담돼 국민들이 전반적으로 절약 모드에 들어간 것이라는 얘기다. 가계 통신비 인하를 논하려면 적어도 기본료 폐지안처럼 서비스나 만족도가 일정 수준에서 유지돼야 논의의 실익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핸드폰을 안 사거나 저렴한 기종을 사고 요금제를 낮춰서 가계 통신비가 줄어들었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결국 정부는 차별도 제대로 철폐하지 못하고 있고 소비자들의 선택권은 크게 제한됐다. 가계 통신비가 내려갔다지만 만족도는 시행 이전과 비할 바가 아니다.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를 둘 씩이나 보유한 국가에서 사회주의적인 정책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요절내고서도 단통법 1년에 대한 소회를 남겨달라는 이벤트를 진행하다가 융단 폭격을 맞는 장면은 실소마저 자아내게 한다.
 
이 와중에 공시지원금의 획일화로 과거 막대한 보조금으로 대변됐던 마케팅비를 크게 아끼게 된 이통사들만 웃는다. 3분기 이통사들의 영업이익이 총 1조원이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하니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인가 하는 의문이 머릿속을 맴돈다. 허리띠를 졸라매게 해 놓고 가계 통신비를 낮추고 차별을 없앴다는 자화자찬을 보고 있노라니 당분간 단통법은 우리를 변함 없이 옥죌 것 같아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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