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뮤지컬 "천국과 지옥"

최근, 피터 셰퍼 열풍을 비롯한 외국연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서서히 외국 희곡을 우리 상황과 정서에 맞게 재해석하는 '번안극' 또한 연극팬들 사이에서 '붐'의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STT1986 뮤지컬컴퍼니'에서 이번에 선보이는 퓨전뮤지컬 "천국과 지옥"만큼 야심만만한 프로젝트는 보기 드물 것이다. 연희단거리패 산하 게릴라 극장 전속 뮤지컬 극단인 'STT1986 뮤지컬 컴퍼니'의 "천국과 지옥"은, 19세기에 등장했던 쟈끄 오펜바하의 프랑스 오페레타 "지옥의 오르페오 Orpheus in the Underworld"를 현대 한국으로 무대와 인물을 옮겨와 재창조해낸, 보기 드문 '유럽 오페레타 번안극'인 것. 이른바 '브로드웨이 붐'이 완벽하게 조성되어 있는 현재 한국의 뮤지컬계에서 이런 시도는 확실히 눈에 띄일 수 밖에 없는데,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두 인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의 이야기를 비틀어서 19세기 당시의 상류사회를 풍자했던 원작을 다시 한번 200여년을 건너뛰어 다시 번안했다는, 참 기묘한 입장 자체만으로도 이미 흥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대학 캠퍼스의 뮤지컬 그룹과 대학로의 힙합 그룹 사이에서 펼쳐지는 기묘한 갈등구조와 사랑, 우정, 그리고 젊은이들만이 뿜어낼 수 있는 열정이 쏟아져나오는 "천국과 지옥"의 시놉시스는, 얼핏 가볍고 설교조로 돌아설 수 있는 '청소년 드라마'에 신화적 무게감을 부여함으로써 '청춘군상'에 대한 다채롭고 깊이있는 탐구로서 새롭게 채색되고 있으며, 특히 '퓨전뮤지컬'이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오펜바하의 오페레타 "천국과 지옥"의 원곡은 물론, 클래식, 힙합, 하드록, 재즈에 이르는 수많은 음악 장르를 '뚫고 다니며' 음악의 세계를 펼쳐보여, 지금껏 뮤지컬 팬들이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종류의 즐거움을 선사해 줄 것이다. (장소: 대학로 게릴라극장, 일시: 2004.03.19∼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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