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평 “과중한 재무부담, 신용도 위협”

▲ 이랜드의 경영전략과 관련해 빚에 의존한 인수합병(M&A)이 향후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랜드가 잇따라 내놓은 SPA브랜드가 중국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고속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빚에 의존한 인수합병(M&A)이 향후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랜드는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만 2조800억원의 매출을 냈다. ‘티니위니’의 경우 중국 사장에서만 연간 매출 5000억원을 올리고 있고, ‘스파오’, ‘후아유’, ‘로엠’, ‘케이스위스’도 인기다.
 
다만 한국신용평가가 최근 보고한 Rating Report를 살펴보면, 이랜드그룹의 실질적 지주사 이랜드월드의 M&A 행보가 신용도를 위협하는 요소로 꼽히고 있다. 한신평은 보고서를 통해 “M&A와 신규 출점을 통한 사업확장으로 인해 과중한 재무부담을 안고 있다”며 “그룹 M&A를 지원하기 위한 지분투자와 자체 투자자금소요 등으로 인해 2015년 6월말 순차입금이 1조1000억원에 이르고 있으며 지급보증도 과도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랜드월드의 올해 6월 말 별도기준 순차입금이 1조 1000억원에 달하는 이유는 2010년 이후 해외 브랜드인 라리오, 펠페, 피터스콧, 만다리나덕, 코치넬레, 케이스위스 등을 인수한데다 SPA브랜드를 출점하기 위해 과도한 투자금을 끌어왔기 때문이다.
 
한신평은 “공격적인 사업확장 전략에 따른 과중한 재무부담과 신규 사업에서 성과부진은 신인도에 부정적”이라고 지적한다.
 
문제는 대규모 투자를 끌어들여 M&A는 늘렸는데, 아직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중국법인 3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법인은 영업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불어나는 차입금, 담보여력 바닥?
 
이렇듯 과도한 차입금 규모는 이랜드월드의 신용도를 위협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이랜드월드는 일찍이 1조가 넘는 차입금에 대한 상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규모 자산을 담보로 제공해왔다. 현재 신촌사옥을 포함해 곤지암과 부평, 익산 등 물류창고 대부분이 차입금에 대한 담보로 잡혀있다.
 
이외에도 장단기금융상품과, 계열사 지분, 임차보증금, 부동산담보신탁수익금, 임차보증금, 분양대금반환청구권 등 사용 가능한 자산이 차입금 담보에 대부분 동원된 상황이다.
 
사실상 담보여력이 바닥난 상황이다. 중국 법인의 지분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고는 해도 비상장 주식인 점을 감안하면 즉시 현금으로 끌어오기는 어렵다.
 
◆ 리테일‧중국3社, 현금창출 견인차
 
그나마 이랜드리테일과 중국법인 3사의 현금창출력은 양호한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이랜드리테일은 상대적으로 마진이 괜찮은 의류 및 패션 위주의 상품구성을 통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중국 3사인 의념, 의련, 위시도 각각 여성복, 남성복, 유아복 사업을 하면서 양호한 영업이익률을 내는 중이다.
 
지난해 기준 이랜드리테일과 중국법인 3사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각각 27조405억원, 21조667억원이었다.
 
다만 한신평은 “중국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법인 3사의 수익창출력이 2012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있어 중국법인들의 영업실적은 중요한 모니터링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 중화권사업에 등골 휜다
 

중국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홍콩과 대만 등 중화권 패션시장 전반 공략에 박차를 가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이랜드지만, 현지 차입을 늘리고 있는 점이 리스크로 지적된다.
 
지난 9월말 이랜드패션홍콩은 SC은행 홍콩법인으로부터 1187억원 상당을 조달했다. 앞서 지난 7월에도 이랜드패션홍콩은 830억원을 HSBC등에서 차입했다. 이랜드패션차이나홀딩스 또한 2496억원을 조달했다. 즉 최근 3개월만에 이랜드가 중화권 금융시장에서 조달한 것만 4500억원 수준이다.
 
이 같은 대규모 차입금 융통이 가능했던 것은 이랜드월드의 채무보증과 담보제공 덕이다. 실제 이랜드월드의 해외법인 채무보증 현황을 보면 연초보다 2배나 늘어난 8772억 2770만원에 달한다.
 
◆ 재무개선에 신경써야
 
이랜드 내에서 레저사업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이랜드파크의 자금지원 SOS에 대한 응답도 재무부담 확대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랜드그룹은 최근 몇 년간 이랜드파크를 필두로 레저사업에서의 몸집을 키우기 위해 공격적인 M&A를 벌여왔다. 투어몰과 이월드, 사이판리조트 PIC와 COP, 전주 코아호텔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실적부진을 겪고 있어 이랜드파크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투어몰의 2011년 기준 매출과 영업손실은 각각 32억원, 14억원이었고 순손실은 15억원으로 자본총계가 -27억원이었다. 인수 첫해인 2012년에는 매출 23억원, 영업손실 17억원, 순손실 17억원을 기록하며 전 해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자본총계가 -23억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투어몰은 이랜드파크에 끊임없이 자금조달 요청을 했다. 2013년 기준 이랜드파크는 투어몰에 총 23억2000만원을 빌려줬다.
 
투어몰 외에도 2010년 3월 이랜드그룹에 인수된 테마파크 운영업체 이월드의 경우 인수된 직후 이랜드로부터 169억원을 빌려왔다. 그럼에도 이월드 실적은 인수 이전보다 크게 나아지지 않은 모양새다. 이랜드가 2011~2012년 사이판 내 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사들인 리조트들도 2012년 기준 매출 4600만원, 순손실 23억원을 내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왕성한 M&A를 통해 몸집을 불려온 이랜드는 한때 업계 내에서 ‘공룡’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이제는 내실을 다져야 할 때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이랜드가 조달한 대부분의 차입금이 1~2년내에 만기 도래하는 단기 차입금인 점을 감안하면 재무구조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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