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부 차원에서 판이 키워진 일명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경험한 소비자들이 ‘빛좋은 개살구’라는 비아냥 섞인 푸념을 늘어놓고 있다.
 
‘최대 50~70%까지 할인’이라는 문구가 대문에 걸린 광고지를 받아보고 그동안 버킷리스트에 정리해 놓은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백화점을 찾았지만, 도무지 살 게 없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중론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실속은 없고 변죽만 울리고 있는 꼴이다.
 
유명 명품브랜드는 이번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에 나서지도 않는데다 세일 상품들은 이월제품이 대부분이었다. 아웃렛 제품을 구입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기대가 컸던 만큼 소비자들의 불만이 크지만, ‘소문난 잔치’인 블랙프라이데이 소식에 백화점은 여전히 북새통이다. 실제 백화점들의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20%넘게 올랐다. 정부가 소비 진작을 위해 기획한 대형 이벤트가 일말의 소득은 거두고 있는 셈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내년, 내후년의 성과까지 고려했을 때 유통업체들이 이번과 같이 일반 정기세일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의 블랙프라이데이에 안주할 경우 올해 또는 길게는 내년까지의 반짝 인기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내 소비자들의 ‘외제’에 대한 선망이 점점 스마트한 소비형태로 이어지고 있는 추세다. 예전에는 외국산 제품하면, 예쁘지만 비싼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 직구를 통해 국내 판매가보다 더 저렴한 값에 물건을 업어(?) 오는 것이 유행이다. 외국산 빅 이벤트인 블랙프라이데이를 대하는 소비자들의 자세도 다르지 않다. 좀 더 다양한 물품을 저렴한 값에 살 수 있기를 희망한다.
 
사실 애초부터 한국산 블랙프라이드의 성공가능성은 제한적이었는지도 모른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의 경우 유통업체들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지만 한국의 경우 주체가 바뀌었다. 그렇기 때문에 할인 폭과 대상 품목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한편에서는 가계부채가 1100조원을 돌파한 시점에 정부가 소비를 조장하라며 사정하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소비촉진책 중요하지만, 가벼운 소비자들의 지갑만 털어간다는 인식이 생기지 않도록 고심해야 한다.
 
‘저렴한 값에 질 좋은 물건’은 현명한 소비비법이자, 유능한 마케팅비법이다. 외국산 이벤트에 요란을 떨 필요는 없다. 엄청난 득템을 기대했다가 ‘건진 것도 없는데 돈만 썼다’는 허무감을 안고 돌아가기보다는 적정선의 할인혜택에 질 좋은 상품을 골라간다는 마음가짐이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대하는 현명한 자세가 아닐까.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