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인(姿人)"전

요즘 '얼짱'이다 '몸짱'이다 해서 인간의 '외모'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게' 고평가되어 여러 사회문화적 갈등을 야기시키고 있는데, 이런 미묘한 시점에 '미인'에 관한 우리 민족의 기준점과 시각의 차이를 제시해 주는 전시가 열려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해 11월, 서울 신사동에 문을 연 '스페이스 씨'의 "자인(姿人)"전은 한국의 근현대미술사에서 펼쳐졌던 '미인도'를 총집합시킨 듯한 전시로서, 그간 우리 미술계에서 특히나 미인도에 많은 관심을 열정을 쏟아왔던 화가 10여명의 작품 50여점을 모아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은근히 변하고 있는 '우리의 미인상'을 다시 한번 되짚어주고 있다. 전통적인 인물화에 '채색'의 개념을 입힌 '인물 채색화'의 중심인물 이당 김은호로부터 시작해, 그의 '라인'이라 할 수 있는 운보 김기창, 월전 장우성, 숙당 배정례, 목불 장운상의 여러 미인화들은 동양화적 묘미가 한껏 살아있는 미인의 모습을 단아하고 정교하게 표현해내고 있으며, 서양화적 영향을 크게 받은 박영선, 최영림, 권옥연 등의 유화와 사진 등은 이보다 현대화된 개념에서의 '미인' - 물론 각 시대인들의 '취향'에 구애받은 것이 아닌, 시대문화적 '사상'에 근거한 '미인'의 개념'이다 - 을 표현해내고 있다. 이 밖에 박영선의 누드 연작과 권옥연의 이국적 향취의 미인화 등 역시 주목해야 할 미술사적 흐름으로서 색다른 감흥을 불러 일으킨다. 이런 종류의 '쟝르'전은 화제성을 노린 이벤트 기획이 아닌가하는 삐딱한 시선도 물론 있을 수 있겠지만, 인간의 본성인 '아름다움에의 추구'를 바로 인간의 신체, 그 자체로서 읽어내려 한 미술가들의 노력은 분명 인정해야 할 것이며, 어찌보면 이런 '인간의 아름다움'이야말로 가장 오래된 종류의, 가장 근원적인 종류의 미술적 영감과 욕구를 담아냈다 볼 수도 있기에, 이번 "자인(姿人)"전의 의미는 남다르다 할 수 있겠다. (장소: 스페이스 씨, 일시: ∼200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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