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공기관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E등급)을 받은 한국가스공사가 잇단 논란의 중심에 서며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오늘(21일) 불거진 논란과 관련된 뉴스를 정리하기만도 벅찰 정도다.
 
종류도 다양하다. ‘운영관리 부실’, ‘협력사에 갑질’, ‘자회사 재취업 창구 악용’ 등이다. 포털사이트 뉴스 페이지에는 가스공사가 저지른 부정행위들로 수 페이지가 도배돼 있다.
 
그간 가스공사는 기관운영에 대해서 안쓰러울 정도로 무능함을 보였다.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내용을 들여다보면, 가스공사의 한 태권도 선수단 코치는 선수 부모로부터 200만원을 본인계좌로 입금 받아 선수단 회식비 등으로 사용했다.
 
성과보상팀 복리후생 담당자는 본인 및 배우자 명의로 2주택 이상 소유 시 전세지원자금 및 주택마련자금 대출을 받을 수 없음에도, 이를 비웃듯 전세지원자금 7000만원과 주택마련자금 3000만원을 부정하게 대출받아 사용하다 적발됐다.
 
공사 A기지본부는 발생사고 피해금액에 대한 배상처리를 보상 및 배상심의위원회 등을 거쳐 처리해야 함에도, 사업소 인사위원회 개최 후 자체 처리하기도 했다. 내부직원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가스공사는 또 자회사 등을 재취업창구로 이용하고 있었다. 최근 5년간 가스공사를 퇴직한 본부장, 1~2급 간부 20명이 기술자문자라는 명목으로 가스공사가 발주한 건설공사를 시행하는 시공업체에 재취업했다.
 
부정행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협력사에 ‘갑질’을 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되기도 했다. 지위남용으로 각종 비용의 미지급, 공사대금의 부당삭감 등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총 33건의 지적을 받았다. 금액으로는 총 12억7886만원이다.
 
‘곪을 대로 곪은’ 심각성을 인식했는지 가스공사는 지난 17일 대구본사에서 新윤리·청렴경영 선포식을 열고 새로운 도약을 다짐했다. 이 선포식에는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가스공사 본사 및 전국 생산·지역본부 전 임직원이 참여했다.
 
가스공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기존에 추진해온 관행적, 일상적인 윤리경영 정책을 초월하는 실천과 의지 표명을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해당 선포식이 실효성 없는 공염불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직원들은 ‘관행적, 일상적인 윤리경영 정책’은 무엇이고 ‘이를 초월하는 실천과 의지’는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알지도 못했다.
 
기자는 구체적으로 가스공사가 ‘새로운 윤리·청렴경영은 어떻게 이룰 것인지’, ‘각오 등은 어떻게 실천할 계획인지’, ‘이를 위한 로드맵은 있는지’ 등이 궁금해 공사 측에 문의했다.
 
가스공사 홍보실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내려 받은 것은 없다”고 한 뒤, 경영공시팀에 직접 알아보라며 한 관계자의 내선번호를 알려줬다.
 
경영공시팀 관계자는 관행적, 일상적인 윤리경영 정책을 초월하는 실천에 대해 “명절에 받은 선물을 다시 반송하는 등의 실천”이라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그렇다면 일상적인 윤리경영 정책은 받은 선물을 반송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건 아니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직원 행동강령을 강화하는 등 향후 비전을 수립 중인 상태라는 답변을 내놨다.
 
이승훈 가스공사 사장은 이 자리에서 “뼈를 깎는 반성의 각오를 담아 행사를 열었다”며 행사의 의미를 강조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다. 공염불 전락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임직원들은 이 자리에서 새로운 변화의 각오를 다지기 위해 자체 제작한 ‘청렴 비누’로 손을 씻으면서 왜 자신이 손을 씻고 있는지 알고는 있었을까. 계획 없이 이뤄지는 실천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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