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회복한 文, 강경 발언 이어…文-安 지지도 동반 상승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1일 당 연석회의의 결의를 존중한다며 재신임 투표 의사를 전면 철회하면서 일부 비노 인사들의 반발은 있더라도 일단 ‘재신임’에 대한 당장의 논란은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1일 당 연석회의의 결의를 존중한다며 재신임 투표 의사를 전면 철회하면서 일부 비노 인사들의 반발은 있더라도 일단 ‘재신임’에 대한 당장의 논란은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신감을 회복한 문 대표가 이날 안 의원이 내놓은 부패척결 쇄신안 중 친노 인사를 우회적으로 겨냥한 부분에 대해선 직접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히는 등 갈등의 불씨는 아직 남아있는 모양새다.
 
또 연석회의에서 결의된 ‘문 대표 흔들기 중단’이란 총의와 관련해 회의에 불참했던 일부 비노측 의원들이 ‘셀프 재신임’이라며 여전히 불복하고 있어 이들을 설득시켜 포용하는 것도 앞으로 문 대표에게 남은 큰 과제로 꼽히고 있다.
 
◆ 野 ‘재신임 철회’ 결의에 文 화답
 
지난 19일 문 대표가 “20일 열리는 당무위원회-국회의원 합동총회에서 분명한 결의가 이뤄지면 그에 따르겠다”며 재신임 투표냐, 아니면 대표 흔들기 중단을 결의하겠느냐는 사실상 양자택일을 강요하면서 20일 회의 결정이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이렇게 20일 열린 당무위원회‧의원총회 연석회의에선 참석대상 160명 중 과반인 93명이 참석해 비공개 논의를 진행한 끝에 당 지도부 흔들기를 중단하고 계파갈등을 청산하자는 결의문을 채택했는데 이는 사실상 문 대표가 ‘재신임’ 발언을 번복할 퇴로이자 명분을 마련해줬다고 할 수 있다.
 
이날 회의 결과를 전해 듣고 ‘재신임 투표’를 철회해달라는 데 대해 “아주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입장을 밝힌 문 대표는 다음 날인 21일 김성수 대변인을 통해 “모두의 충정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자신의 재신임 투표 의사를 철회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문 대표는 김 대변인을 통해 “진통 끝에 총의가 모아진 만큼 당 구성원 모두가 같이 존중하고 승복해 이번 일이 단결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완벽한 철회 의사로, 다시는 재신임을 묻는 일이 없을 것이라 재확인했다.

 ◆ 입지 축소된 비노 “결의안 인정 못해” 반발

하지만 이 같은 문 대표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 시기 비서실장을 지냈던 비노측 인사인 민집모의 문병호 의원은 21일 YTN 라디오 인터뷰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연석회의의) 재신임 추인이라는 건 일종의 재신임 투표”라며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셀프 재신임’이기 때문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혹평해 결의문에 개의치 않겠단 입장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문 의원은 문 대표 비판에 대해 “문 대표님이 미워서 그런 게 아니다. 당 대표로서 총선 승리를 할 수 있는 비전을, 대안을 내놓으라고 비판하는 것”이라며 “핵심은 총선 승리에 대한 비전을 얼마나 잘 제시하고 실천하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재신임 하고 말고는 중요치 않다. 저희가 문제제기하는 것도 공천 때문에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역설해 향후 문 대표가 내놓는 비전에 따라 승복하겠단 가능성도 내비쳤다.
 
다만 그는 “지금 비노 의원들은 안철수 전 대표께서 비노 대표 격이 돼 주십사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오히려 안 전 대표께서 그걸 좀 부담스러워 한다”며 “어느 한 쪽에 속해있단 것이 대선주자로서 부담스러우니까 친노, 비노를 뛰어넘는 제 3의 길을 가겠단 입장인 것 같다”고 덧붙여 문 대표가 재신임됐다고 해도 비노측에선 큰 변화가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지 않고 오히려 안 전 대표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 안 전 대표도 지난 20일 연석회의에 앞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재신임은 그들만의 싸움”이라며 문 대표 재신임 문제에 대해 일찍이 거리를 둔 이래 연석회의 뒤에도 “(재신임 투표 철회 결정 관련해) 대표가 스스로 결심해 내려야지, 의원들이 형식을 갖춰 건의하는 식은 더 안 맞다”라며 비노 의원들과 함께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한편 안 전 대표도 지난 20일 연석회의에 앞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재신임은 그들만의 싸움”이라며 문 대표 재신임 문제에 대해 일찍이 거리를 둔 이래 연석회의 뒤에도 “(재신임 투표 철회 결정 관련해) 대표가 스스로 결심해 내려야지, 의원들이 형식을 갖춰 건의하는 식은 더 안 맞다”라며 비노 의원들과 함께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 文 자신감 회복, 목소리 커지나
 
이에 문 대표는 지난 20일 연석회의 이후 인터뷰해 21일 오전 방송됐던 CBS라디오와의 대담에서 “(연석회의에) 참석하신 분들 가운데 이른바 비주류에 속하신다는 분들 , 친노라고 분류되지 않는 분들도 ‘일단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는 점에 다 공감이 있었다. 그 진정성을 인정해야 된다”며 결의안에 승복하라고 맞받아쳤다.
 
또 안 전 대표가 지난 20일 ‘부패 척결’을 내세우며 당 지도부에서 온정주의를 타파해야 한다고 사실상 친노 거물인 한명숙 전 총리를 표적삼는 데 대해서도 문 대표는 “섣불리 온정주의라고 말하는 건 당치않은 얘기”라고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는 “야권 인사들을 정치적으로 탄압하기 위한 목적의 수사, 기소 등이 비일비재하다”며 “지난 총선 때 임종석 당시 사무총장(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하급심에서 유죄 판결 받았단 이유로 공천에서 배제됐는데 그 뒤에 무죄 확정되지 않았나. 과거 야당 역사에 옥중에서 당선된 분들도 여럿”이라고 사례를 들어 안 전 대표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 문 대표는 안 전 대표가 한 전 총리를 겨냥한 데 대해 “그걸 왜 온정주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비록 유죄 확정 판결을 받긴 했지만 정말 정치적으로 억울한 사건이었단 건 우리 당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것”이라며 “안 전 대표님은 (당에) 들어오신 시기가 그 뒤이니 잘 모르실 수 있다. 아마 저간의 사정을 모르시고 한 말씀이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문 대표는 또 지난 20일 신당 창당을 선언한 천정배 의원에 대해서도 “천 의원이 크게 착각하고 있다. 우리가 천 의원을 이렇게 대접하는 것은 ‘천정배이기 때문’이 아니라 호남 민심 앞에서 몸을 낮추는 것”이라며 천 의원의 ‘(문 대표는) 싱거운 분…너나 잘 해라’라는 발언에 대해선 “무례한 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천 의원이 호남 민심을 다 대표한다고 생각지도 않고, 호남 민심이 요구하는 바는 통합이고 분열하지 않는 것”이라며 “천 의원이 신당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은 호남 민심에 역행하는 것이고 호남 민심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아울러 문 대표는 “천 의원이 말씀하시는 신당이 박준영 전 전남지사가 말씀하시는 신당하고 뭐가 다른지 모르겠고, 왜 두 분이 같이하지 않고 따로따로 당을 만든다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꼬집은 뒤 이들을 모두 “분열적인 흐름”이라고 규정했다.
 
이처럼 이전보다 문 대표의 발언 수위가 훨씬 높아지고 주변에서의 비판에 대해 유례없이 즉각적인 강공을 펼치는 한편 신당에 대해서도 포용하려 하기 보단 끝까지 결판을 짓자는 행보를 보이는 건 그만큼 이번 연석회의 결의를 통해 문 대표가 자신감을 확실히 되찾았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강경한 모습이 당을 통합으로 이끌어나가려는 그의 목적과는 상치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어 오히려 탈당 가속화로 이어지는 건 아닐지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4일부터 3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00명에 대해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를 분석한 결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주 대비 2.1% 하락한 20%로 여전히 1위를 고수하는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전주보다 4% 상승한 17.9%로 박원순 서울시장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서 야권 대선주자 1위가 됐다.
 
또 안철수 전 대표도 지난주 대비 1.9% 상승한 9.6%로 4위에 자리하게 돼 이번 당 내홍 과정에서 이슈화된 문재인-안철수 양측의 충돌이 오히려 상승효과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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