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간 채널명도 합의 안됐는데 개국

▲ 지난 7월 14일 개최된 공영홈쇼핑 개국식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모습. 개국 전부터 낙하산 인사와 중복홈쇼핑 논란이 일었던 공영TV홈쇼핑 ‘아임쇼핑’이 개국 두 달 만에 채널명을 변경한다고 나섰다.ⓒ뉴시스
낙하산 인사와 중복 홈쇼핑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던 공영TV홈쇼핑 ‘아임쇼핑’이 개국 두달만에 채널명을 변경한다고 나섰다. 중소기업 제품과 농‧수‧축산물 제품을 5:5 비율로 방송하고 있지만 현재의 사명은 중기유통센터의 의사만 반영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주주간 상호합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졸속 개국’ 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1일 아임쇼핑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아임쇼핑이라는 채널명이 (홈쇼핑에서)판매되고 있는 제품 전체를 아우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채널명 변경을 위해 용역업체를 선정했고 더 좋은 이름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채널명 변경이 확정된 상태는 아니고 더 좋은 이름이 있으면 바꾼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7월 14일 개국한 아임쇼핑의 주주구성은 중소기업유통센터(50%)와 농협(농협경제지주 45%), 수협(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5%)으로 이뤄져있다. 그런데 채널명은 기존에 중소기업청 산하 중기유통센터의 전국 14개 유통매장에서 통합개념으로 사용하던 브랜드명이다. 이에 농‧수산 제품까지 아우르는 채널명이 아니라는 점에서 농협과 수협이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출범 두 달 만에 채널명을 다시 고민해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아임쇼핑 관계자는 채널명 변경이 거론된 이유에 대해 “아임쇼핑에서 ‘아임’은 ‘아이디어 메이드’의 약자로 중기제품을 대변하는 것”이라며 “이에 전체 주주들 간의 합의가 고루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라고 설명했다.
 
◆ 10월에야 인터넷·모바일 주문 가능
 
▲ 아임쇼핑이 개국된 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에 엉성한 주문체계로 소비자들의 비난을 샀다.ⓒ아임쇼핑
아임쇼핑을 두고 졸속 개국 논란이 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개국된 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에는 엉성한 주문체계로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아임쇼핑은 모바일 쇼핑뿐만 아니라 인터넷 주문시스템도 전혀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콜센터 인력 220명만을 배치해 전화로만 주문을 받는 시스템으로 출범했다. 그런데 전화 주문시스템마저 불안정해 한때 연결이 잘 되지 않는 등 소비자들의 불만이 빗발쳤다. 실제 지난 7월 22일 농협김치를 판매할 때에는 20여분 동안 주문이 되지 않기도 했다.
 
21일 아임쇼핑 관계자는 ‘지금은 전화주문시스템이 개선 됐나’는 질문에 “전화로 회원 가입하고 나서 주문을 받는 시스템이다 보니 개국 초기에 콜이 밀렸던 적 있었다”며 “당시 콜센터 직원들에 대한 교육이 부족했었기 때문”이라고 인정했다. 이어 “하지만 콜센터 직원들을 추가로 많이 채용했고, 교육도 제대로 진행하고 있어 요즘에는 그런 문제없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 및 모바일 주문시스템 갖췄나’라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10월 중 오픈예정”이라고 답변했다. 아임쇼핑에서 물건을 구입하고자 하는 고객들은 홈쇼핑이 개국한지 3개월이 지난 후에야 인터넷과 모바일 주문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 ‘홈앤쇼핑’ 있는데 또?
 
아임쇼핑은 중기유통센터와 농협경제지주,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총 800억 원을 투자해 설립한 곳이다. 홈쇼핑 판매 여건이 열악한 중기제품과 농‧축산물의 특성을 감안해 기존 홈쇼핑 채널에서 제공하지 못한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출범했다. 이에 중기제품과 농‧축‧수산 제품을 각각 5:5 비율로 판매한다고 결정했고, 공익성을 생각해 판매수수료도 기존 홈쇼핑들의 통상적인 수준인 34% 보다 약 10%p 낮은 23%로 정했다.
 
하지만 개국 전부터 불거져 나왔던 ‘중복 홈쇼핑 채널’이라는 지적과 낙하산 인사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다.
 
아임쇼핑은 수수료율을 낮춰 당장의 수익보다는 중소기업과 농‧어민들의 판로 확대에 집중하겠다는 정부 측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 하지만 이미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 채널로 ‘홈앤쇼핑’이 있는 상황. 지난 2011년 설립된 홈앤쇼핑은 중소기업중앙회가 33%, 기업은행중기유통센터‧농협중앙회가 각각 지분 15%씩을 가지고 있다. 아임쇼핑과 홈앤쇼핑의 주주구성을 살펴보면 중기유통센터와 농협이 중복된다. 지분 참여율이 다르긴 하지만 구성은 비슷하다.
 
또한 아임쇼핑 사업부는 크게 식품과 비식품 상품군으로 나눠져 있고 작게는 패션 상품군, 리빙 상품군, 농산물 상품군, 수산물 상품군, 축산물 상품군 등 총 4개로 구성돼있다. 사업부만 놓고 봐도 홈앤쇼핑과의 차이가 없다. 다만 아임쇼핑이 상품 제조업체를 중소기업으로 한정하고 있다는 것만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아임쇼핑이 과연 비슷한 성격의 홈앤쇼핑 보다 큰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 정치권 ‘낙하산 인사’ 논란도

홈쇼핑을 정부에서 직접 만들고 운영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 거의 없다. 국가가 홈쇼핑을 운영하게 되면 ‘낙하산 인사논란’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임쇼핑 또한 개국 직전 낙하산 인사 의혹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당시 한 신문은 “제7홈쇼핑 대외협력실장에 청와대 연설기록비관실 행정관 출신의 왕 모씨가 선임됐다”며 “박근혜 정부가 관피아의 적폐를 바로잡겠다며 낙하산 근절을 약속했지만 공영 홈쇼핑에도 청와대 출신 인사가 채워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왕 실장은 KBS방송작가 출신으로 2013년 3월 청와대에 입사해 지난 2월까지 2년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실에서 근무했다. 이전에는 2006년과 2010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김문수 전 도지사를 도왔고, 경기문화재단에서도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대외협력실은 대내외 홍보업무 등 각종 행사를 총괄하는 곳으로 기업 내 핵심부서로 통한다. 이에 왕씨의 정치권 이력이 대외협력실장으로 선임된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왕씨 이외에도 또 다른 청와대 출신 행정관과 국회 등에서 대관업무를 했던 인사들도 아임쇼핑에 대거 포진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당초 정치권에서 약속했던 ‘관피아’ 근절 노력에 대치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아임쇼핑 관계자는 “성격이 전혀 다른 부서에서 근무했던 사람을 채용한 것 아니고, 비슷한 성격의 분야에서 일했던 사람을 채용한 것”이라며 “정식적인 채용절차도 거쳤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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