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사랑하며 반항하며"

결혼과 성(性), 그리고 여러 다른 가치관의 대립...얼핏 진부하고 흔해빠진 소재처럼 여겨질 수 있겠지만, 우리 인생사가 결국 이런 종류의 '진부한 것 덩어리'라는 사실을 돌이켜볼 때, 언제라도 되새겨봐야만 할 화두이긴 할 것이다. 새 연극 "사랑하며 반항하며"는 바로 이런 결혼과 사랑, 성(性)에 대한 가치관의 대립을 그려낸 창작극으로서, 주로 세대차에 의해 벌어지는 갈등 상황의 설정을 동세대 - 자매의 이야기이다 - 간에서 펼쳐지는 가치관 차의 대립상황으로 틀어 어지럽고 혼란스런, 무엇이 옳은지 알 수 없는 현대사회의 윤리도덕체계에 대해 흥미롭게 묘사해내고 있다. 이야기를 한번 따라가 보자. 티격태격하는 '전형적인' 신혼의 결혼생활을 꾸려나가고 있는 난영과 동우에게 마침내 임신소식이 찾아오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을 만나 그들의 '행복'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선회해 버리고, 난영의 20살난 동생 난희는 자신보다 두배나 나이가 많은, 거기에 알 수 없는 중병을 앓고 있는 화가와 결혼을 고집해 집안에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만다. 과연 이들이 찾아낼 '결혼'과 '사랑', '성(性)'에 대한 '진실'은 무엇일까? "넌센스", "19 그리고 80", "불 좀 꺼 주세요" 등의 대히트작들을 통해 '화술연극의 대가'라는 칭호를 얻었던 강열걸이 다시 한번 이 '의지의 대립'에 뛰어들었으며, 특히 1975년 '에저또 창고극장'으로부터 시작해 '삼일로 창고극장', 고 추송웅의 전설적인 일인극 "빨간피터의 고백"을 공연했던 '떼아뜨루 추 삼일로', 그리고 1998년부터는 '명동창고극장' 등의 이름을 거치고 거쳐갔던 연극역사의 산 현장과도 같은 무대가 새롭게 '삼일로 창고극장'이라는 이름으로 재개관되어 그 첫 순서로 공연되는 "사랑하며 반항하며"는, 오래된 주제에 대한 깊이있고 재치있는 탐구라는 점과 함께, 우리 연극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클래시컬한 무대를 구경한다는 또다른 재미도 선사해줄 수 있을 듯하다. (장소: 삼일로 창고극장, 일시: 2004.03.01∼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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