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수면 위…보상액 축소 위해 증거 은폐 의혹

▲ 남양유업 사태를 두고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물량 밀어내기’로 불매운동 역풍을 맞았던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대한 피해보상 규모를 축소시키기 위해 증거자료를 은폐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남양유업 사태를 두고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남양유업 사태는 지난 2013년 5월 유투브에 ‘남양유업 싸가지 없는 직원’이라는 제목의 대화녹취 파일이 게재되면서 촉발됐다.
 
해당 파일은 2010년 녹음됐고 남양유업 영업직원이 대리점주에게 “죽기 싫으면 받으라고요” “물건 못 받겠다는 그 따위 소리 하지 말라” “차라리 망해라 ” “죽여 버리겠다” “개XX야” “맞장 뜨자” 등의 폭언을 퍼붓는 내용이 담겼다. 녹취파일이 인터넷상에서 퍼지기 시작하면서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났고 매출은 급격히 떨어졌다. 이에 공정위는 남양유업의 불공정 행위와 관련해 전현직 임직원을 고발하고 과징금을 부과했다.
 
남양유업은 대리점에 갑질을 일삼는 정황이 폭로되면서 실적 폭락이라는 역풍을 맞았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 일부를 환급받을 수 있는 소송을 진행하면서, 공정위의 과징금 산정방식이 잘 못 됐다는 취지의 법적 판결을 받아냈지만 일부에서는 남양유업이 아직 반성하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이 16일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보상증거 은폐’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민병두 의원실
◆ 물량밀어내기 ‘로그기록’ 은폐 의혹
 
이 같이 남양유업을 둘러싼 여론이 최악인 시점에 이번에는 판매점에 대한 보상액을 줄이기 위해 보상증거를 폐기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은 남양유업 대리점협의회 김대형 실장, 이송영 실장을 비롯해 점주 3명과 함께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보상증거 은폐’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남양유업 사건이 올해 1월 고등법원에서 패소하고, 6월 대법원에서 최송 패소하면서 밀어내기에 대한 과징금 중 119억 6000만원이 취소됐다”며 “이는 과징금을 다시 산정하라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법원이 과징금 일부 취소 판결에서 남양유업의 손을 들어준 것은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남양유업이 대리점에게 구입하도록 강제한 상품과 수량, 기간 등을 특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과거 대리점주들이 입은 피해를 증명하기 위한 자료인 과거 주문 물량과 상품 주문시간 등의 정보가 담긴 로그(LOG) 기록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민 의원은 “남양유업은 과징금 산정 증거자료가 될 수 있는 ‘로그’ 기록을 3차례에 걸쳐 삭제했다”며 “전산 발주 프로그램을 업데이트 한다는 명목으로 2009년과 2014년, 2015년 세 차례에 거쳐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어 “2009년에는 PC화면을 삭제 했고 2014년에는 발주기록이 있는 로그 기록을 삭제했으며 2015년에는 복구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기존과 다른 프로그램을 가동시켰다”며 “결과적으로 대리점주들은 피해 보상을 받기 더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또한 민 의원은 공정위에 대해 “2013년 조사 당시 증거자료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지만 전수 조사 조차 하지 않고 부실조사를 진행했고, 심지어 2015년 전까지 로그기록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 공정위 부실조사론도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물량을 밀어낸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부과 받은 과징금 124억원 중 119억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을 판결을 받아내자 공정위의 ‘주먹구구’식 조사가 이 같은 법원 판결을 자초했다는 비난 여론이 일었다.
 
대법원은 지난 7월 남양유업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124억원 중 5억원을 초과하는 부분을 취소하라”며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지었다. 앞서 공정위는 2013년 7월 남양유업에 과징금 124억원을 부과하며 “전국 1800여개 대리점에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이나 주문하지 않은 제품을 강제로 할당해 구입하도록 하고 판촉사원 임금을 대리점이 절반 이상 부담하게 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당시 갑을 논란이 촉발되자 남양유업은 17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후 남양유업은 공정위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구입 강제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까지 과징금을 매겼다’는 취지로 소송을 냈다. 이에 서울고법은 남양유업이 판촉사원의 임금을 대리점에 전가한 것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것으로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구입 강제 혐의에 대해서는 “남양유업은 유통기한이 임박하거나 회전율이 낮은 일부 제품에 대해 구입을 강제했을 뿐 전체 품목을 구입하도록 강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애초 공정위는 남양유업의 ‘강제’ 혐의에 이용됐던 관련 품목 26개의 4년치 매출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했지만, 법원은 대리점을 상대로 강매를 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대리점 전체를 기준으로 과징금을 매긴 것은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피해 대리점들은 법원판결에 따라 확정되어진 과징금 5억원이 피해금액 대비 지나치게 적을 뿐 아니라 애초 공정위 조사 과정도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피해 대리점주들이 직접 참고인으로 참석하지 않았고, 실제 주문내역 파일을 제출하라는 요청도 없어 법원 판결에서 증거자료로 활용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공정위는 수많은 대리점들을 모두 전수 조사해서 강매 물량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는 입장으로 일관했고,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부실조사’를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많았다.
 
◆ 사업보고서에 과징금 미기재 꼼수 논란
 
남양유업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과 받은 과징금 총 198억원을 사업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것이 밝혀지면서 회사에 유리해 보이도록 ‘꼼수’를 썼다는 지적도 받았다.
 
금감원 기업공시국은 남양유업이 2011~2013년 까지 공정위로부터 2차례에 걸쳐 부과 받은 과징금 총 198억원을 사업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것을 적발하고, 지난 5월11일 오전 수정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남양유업은 공정위 제재사실 2건을 곧 바로 2011년 2분기부터 지난해 말까지 12개의 분기보고서와 3개 사업보고서에 ‘그 밖에 투자자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사항’란에 일시에 추가해 넣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통법)’에 따르면 상장사는 기업공시 작성기준에 근거해 당국으로부터 제재 받은 사실이 있을 경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이를 사업보고서에 기재해야 한다. 투자자 입장에서 기업이 과거 공정위 제재를 받은 사실은 추가 투자여부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은 2011년 매일유업과의 ‘커피값 담합혐의’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74억원을 부과 받았고, 이후 지난 2013년 7월 ‘물량 밀어내기’ 불공정행위로 124억원을 부과 받았다. 이에 따라 공정위로부터 부과 받은 과징금은 총 198억원이었다. 하지만 남양유업은 2011~2014년 회계연도 사업보고서에 담합건과 불공정행위건으로 공정위로부터 부과 받은 과징금 내역을 하나도 기재하지 않았다.
 
대신 남양유업은 사업보고서에 공정위를 상대로 진행한 과징금취소소송 내역을 기재했다. 2014년 회계연도 사업보고서를 보면 ‘우발채무 등’ 현황에 “당기말 현재 당사가 원고로 계류 중인 소송사건은 2건으로 소송가액은 198억원”이라고 적고 있다. 이에 회사에 유리해 보이도록 ‘꼼수’를 썼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 홍원식 회장이 ‘탈루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것과 관련해 오너리스크가 회사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 탈루혐의 홍원식 회장, 오너리스크 작용?
 
한편,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의 오너리스크가 회사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홍 회장은 지난 2월6일 73억여원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홍 회장에 대해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 벌금 20억원을 선고했다. 홍 회장과 함께 기소된 김웅(62) 전 남양유업 대표에게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홍 회장은 대주주로서의 영향력을 이용, 직원들에게 자신의 차명 주식계좌를 관리하도록 하고, 차명 주식을 양도해 양도소득을 얻었음에도 양도소득세를 포탈했다”면서 “증여세를 포탈하기 위해 미술품 거래 명의를 차명 주식계좌 명의인으로 가장하기도 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홍 회장의 포탈세액은 26억5000만원에 달한다”면서 “다만 차명주식을 실명으로 전환하고 그에 따른 세금 및 가산세까지 395억원을 모두 납부한 점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2013년 ‘물량 밀어주기’ 갑질 논란이 나온 해 최초로 적자로 돌아선 뒤 현재까지 남양유업의 실적은 계속해서 내리막길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270억원이었고 매출액은 전년도 대비 6.4% 줄어든 1조1517억600만원을 기록했다.
 
업황 악화가 실적하향세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대리점 밀어내기로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역풍을 맞은 영향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홍 회장의 ‘탈루’ 혐의는 오너리스크로써 남양유업의 실적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 실적악화에도 신사옥은 올려야
 
더불어 홍 회장의 숙원사업인 강남사옥 신축을 두고 그룹의 재무건전성에 위협을 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올해 1월 남양유업은 자회사 금양흥업에서 14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강남 사옥 신축 자금으로 부어넣었다. 부동산임대업을 하는 금양흥업은 남양유업의 사옥 발주처로 강남 사옥을 위해 이미 2013년 100억원과 2012년 60억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한 바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이 무리해서 사옥 신축에 몰두하는 것을 두고 향후 회사 재무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양흥업의 경우 남양유업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오너일가의 ‘일감몰아주기’규제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회사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회사 유상증자를 통해 사옥 신축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는 다는 의견이 많다. 남양유업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011년, 2249억원→2012년, 1376억원→2013년, 615억원→ 2014년 586억원으로 3년 만에 4분의 1토막 났다.
 
남양유업 신축 사옥은 연면적 1만5293㎡규모로 지하 4층부터 시작해 지상 16층에 이른다. 완공은 내년으로 예상되고 있고, 이후 본사 이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남양유업은 2013년부터 강남 사옥 신축을 진행해왔지만 실적 악화 때문에 계속해서 공사 중단과 개재를 반복해왔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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