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사시 안보리 협의…北도발 예단 안 해”

▲ 북한이 연일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암시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어 그 저의가 무엇인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조선노동당 창건 70년 기념일(내달 10일)을 앞두고 연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을 시사하는 발언을 이어가면서 남북 고위급 접촉 이후 개선 여지가 보이던 남북관계에 다시금 이상 기류가 흐를 조짐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이나 핵과 관련한 어떤 도발도 명백한 UN결의 위반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도 아직 북한이 도발을 실행하지 않은 만큼 섣불리 강경대응에 나서기보단 일단 신중한 자세로 예의주시하고 있다.
 
◆ 北 위협 ‘우회적 대미협상 타진’?
 
북한 국가우주개발국 국장은 지난 14일 조선중앙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세계는 앞으로 선군조선의 위성들이 우리 당 중앙이 결심한 시간과 장소에서 대지를 박차고 창공높이 계속 날아오르는 것을 똑똑히 보게 될 것”이라며 미사일 발사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북한은 지난 2012년 광명성 3호 2호기를 발사했을 때도 인공위성을 발사한 것이라 주장한 만큼 이날 북한의 발표는 장거리 로켓 발사 시험을 재개하겠단 것으로 비쳐졌다.
 
이런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해선지 북한은 “현 시기 우주개발은 세계적 추세로 되고 있으며 많은 나라들이 통신 및 위치측정, 농작물 수확고 판정, 기상관측, 자원탐사 등 여러 가지 목적으로 위성들을 제작·발사하고 있다”며 “우리의 위성발사 역시 경제 강국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국가과학기술발전계획에 따르는 평화적인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북측은 ‘발사체’보다 주로 ‘위성’에 대해 언급했는데 “우리 국가우주개발국은 나라의 경제발전에 적극 이바지하기 위해 기상예보 등을 위한 새로운 지구관측위성 개발을 마감단계에서 다그치고 있으며 이와 함께 위성개발의 새로운 높은 단계인 정지위성에 대한 연구 사업에서도 커다란 전진을 이룩했다”며 ‘무기실험’이 아니라 ‘위성’ 발사를 목표로 한 것임을 누차 강조했다.
 
또 발사동기와 시점을 추측케 하는 언급도 했는데 “우리 과학자·기술자들은 지금 조선 노동당 창건 70돌을 더 높은 과학기술성과로 빛내기 위해 힘찬 투쟁을 벌이고 있다”며 내달 10월 10일로 예정된 당 창건기념일을 기점으로 발사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 같은 북한의 갑작스런 발표에 대해 15일 국제사회의 성토가 이어지자 이날 북한은 한 발 더 나아가 핵실험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놨다.
 
북한 원자력연구원 원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과의 질의응답에서 “우리는 미국과 적대세력들이 무분별한 적대시정책에 계속 매달리면서 못되게 나온다면 언제든지 핵뇌성으로 대답할 만단의 준비가 돼있다”고 폭탄발언을 했다.
 
전날 있었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암시하는 발언에선 ‘인공위성’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겉으로나마 명분을 내세우며 군사적 측면을 완화시키려는 유화적 태도를 보였던 것과 달리 이날 발표는 핵위협을 노골적으로 가하며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불만을 원인으로 내놔 전날보다 더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를 증명하듯 북한 원자력연구원 원장은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전문기관들과 언론들은 위성자료에 의하면 영변 핵시설에서 새로운 활동이 포착됐다느니, 영변지구에서의 핵 활동이 우려된다느니 하고 떠들어대고 있다”며 “세상이 다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우리의 핵보유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동안 우리를 핵 보유로 떠민 미국의 시대착오적인 대조선 적대시정책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으며 오히려 우리의 제도전복을 내놓고 추구하는 보다 노골적이고 비열한 수법들로 심화되고 있다”며 “(핵은) 미국의 극단적인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위협에 대처한 자위적 조치”라는 논리를 폈다.
 
또 전날 ‘인공위성’ 기술 수준을 과시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날 핵 관련 연구성과에 대해서도 “우리 원자력부문의 과학자·기술자들과 노동계급은 조성된 정세의 요구에 맞게 각종 핵무기들의 질량적 수준을 끊임없이 높여 핵 억제력의 신뢰성을 백방으로 담보하기 위한 연구와 생산에서 연일 혁신을 창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비롯한 모든 핵폭탄 연료 생산공장들을 개조, 재가동하기 시작했다고 밝히며 위협수위를 높였는데 일각에선 노동당 창건일을 전후로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하기 위한 사전예고라는 해석을 내놓는 반면 다른 쪽에선 남북관계 개선 이후 국제 제재 완화를 위한 대미협상을 노리고 압박에 나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날도 북한은 우리 측과 추석계기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생사확인의뢰서를 교환하는 등 지난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사항을 이행할 의사를 보인 점에 비쳐 돌연 남북관계를 파탄 내려는 의도보단 박 대통령의 방중 등으로 추후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진 6자회담에 앞서 미국과 직접 담판에 나서고자 미국을 일대일 협상으로 끌어내기 위한 압박이란 분석도 있다.
 
이는 곧 있을 미중정상회담과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가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자 남북관계개선이 이뤄진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이처럼 급하게 ‘미사일’, ‘핵’ 발언을 내놓는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니냐고 보고 있다.
 
또 한편으론 지난 대남 지뢰도발과 서부전선 포격전에서 우리 측과의 기 싸움에서 밀려 본래 의도한 ‘대남 압박 및 대내 결속’ 목적에 실패하고 위축된 북한이 노동당 창건일을 앞두고 대미 압박을 통해 자존심을 회복하고 내부결속을 강화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내놓은 발언이란 시각도 있다.
 
이 같은 주장은 조선중앙통신의 영문 기사에선 이날 발표한 내용 중 ‘핵뇌성’을 핵무기(nuclear weapons)로 번역하고 있어 실제 핵실험 이행을 암시했다기보다 그간 서방을 상대로 해왔던 통상적인 핵위협이란 분석을 토대로 나왔다.

◆ 정부 “안보리와 긴밀 협의…도발 예단 안 해”
 
▲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북한의 도발에도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예정대로 치를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이산가족 상봉이 진행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시사포커스DB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북한의 이같은 위협은 군사적 측면에서의 실험 목적보다도 정치적 협상 카드로서 내놓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우리 정부에서도 당장 확성기방송 재개 등 8.25합의 폐기로 맞대응하기보단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예단하진 않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5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전날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시사한 발언을 두고 도발로 판단하는지에 대해 “예단할 필요는 없다”며 “(로켓 발사같은) 그런 행위가 북한에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민 대변인은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전략에 대해서도 최근 극적으로 개선된 남북관계를 의식한 듯 “아직 발사하거나 한 게 아니고 예단이 되기 때문에 특별히 드릴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통일부 관계자 역시 이날 비슷한 입장을 보였는데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중대한 도발 행위이자 군사적 위협이다.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행위”라고 경고하면서도 “전체적으로 볼 때 시기도 그렇고 예단할 상황은 아니다. 미래 상황이 결정적이지 않은데 예단해서 여러가지 준비하는 건 맞지 않다. 발사를 기정사실화해준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말했다.
 
또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북한의 도발에도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예정대로 치를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이산가족 상봉이 진행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한 바 있어 추후 도발 여부보다도 당장의 남북 합의사항 이행에 방점을 두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방부도 이날 모두와 입을 맞춘 듯 신중한 자세를 견지했는데 김민석 대변인은 북한 인공위성 발사시 대북확성기방송을 재개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 문제는 국방부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다만 외교부는 이보단 실질적인 조치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는데 이날 노광일 대변인은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정례브리핑을 통해 “안보리(UN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안보리 이사국을 포함한 관련국들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이것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우리의 안보리 관련 대응”이라고 전했다.
 
노 대변인은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떠한 발사도 UN안보리 관련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라며 “황준국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UN을 거쳐서 미국에 가서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UN에서 활동이 UN 안보리 이사국들 대사들과 단체 또는 개별적으로 만나 여러 가지 사안을 얘기하는 것”이라며 “그중 북측의 미사일 전략도발 관련한 문제도 협의 대상으로 포함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14일(현지시간) 뉴욕을 방문 중인 황준국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총 11개국 안보리 이사국 대사들과 만나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문제와 8·25 남북합의 이후 동북아 정세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는데 만남 직전 북한이 ‘위성’ 발사를 시사한 발언을 내놔 북한의 전략적 도발 억지 및 발사 감행 시 안보리 차원의 대응을 주제로 대화가 이어지게 돼 이 자리에서 안보리 이사국들은 북한의 ‘위성’ 발사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는 한편 이런 행위를 하지 않도록 설득해 나가는 노력이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또 노 대변인은 북한의 도발 징후와 관련해선 “현재까지 북측의 특이한 동향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미사일 발사가 이뤄지게 되면 이것은 안보리에 관련된 사항이기 때문에 우리가 취해야 할 조치 같은 것은 아마 정해져 있을 것이며 거기에 따라 우리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답변해 만일의 사태가 발생해도 안보리 차원에서 다뤄질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그도 “현시점에서 모 월, 모 일, 모 시에 북측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를 시도할 것이라고 예단하지 않고 있다”고 다른 부처와 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한편 UN 한국대표부도 북한의 도발 우려와 관련, “이번 안보리 이사국 대상 활동은 북한의 가시화된 전략적 도발 가능성을 적극 예방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도발 시 안보리가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 美‧日 “北도발, UN 결의 위반” 경고
 
전날 북한의 사실상 장거리 로켓 실험을 암시하는 ‘위성’ 발사 발언과 관련해 미국과 일본은 15일 “UN결의 위반사항”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14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 정례브리핑에서 존 커비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시사한 것과 관련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떤 위성발사도 UN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한 모든 행위를 중단하고, 미사일 발사실험을 유예하며,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떤 발사도 중지하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법으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포기를 촉구하는 UN 안보리 결의가 여러 개”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이에 발맞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도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 한국과 연계해 북한에 발사자제를 요구해야 한다”며 “(UN안보리 대북결의에서)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떤 발사도 금지하고 있다. (북한은) 위성 발사라고 말하고 있지만 결의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교도통신은 보도했다.
 
이처럼 실제적인 도발이 일어나기 전까진 유사시 대북 제재를 위한 국제 공조를 확인하는 정도에 그치고 북한에 UN결의를 강조해 자제할 것을 촉구하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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