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10개 은행 총 6천억 몰아줘…IBK기업은행 최다

 
▲ IBK기업은행은 1124억원에 달하는 일감을 행우회가 설립한 IBK서비스에 몰아줘 가장 많은 금액으로 불명예를 안았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중 11개 은행이 자사의 현직 또는 퇴직 임직원들의 모임인 행우회가 설립한 회사에 적게는 수 십억원에서 많게는 수 천억원까지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국회에 따르면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은행의 행우회 운영 실태자료’를 분석한 결과 11개 은행(하나·외환은행 별도 처리)이 2010년부터 지난 6월까지 5년간 행우회가 설립한 회사들에 몰아준 일감 규모가 6049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중 신한은행과 하나·외환은행, 스탠다드차타드은행, 기업은행, 산업은행, 우리은행 등 7개 대형은행은 5639억원을, 경남은행, 광주은행, 대구은행, 전북은행 등 4개 지방은행은 410억원을 행우회가 설립한 회사에 몰아줬다.
 
가장 많은 일감을 몰아준 곳은 IBK기업은행이었다. IBK기업은행은 1124억원에 달하는 일감을 행우회가 설립한 IBK서비스에 몰아줘 가장 많은 금액으로 불명예를 안았다. 이어 이달 초 통합법인으로 출범한 KEB하나은행의 전신인 양 은행이 나란히 2·3위를 차지했다. 외환은행이 944억원을 외향산업에 몰아줘 2위에 올랐고 하나은행이 700억원을 두레시닝에 몰아줘 3위를 차지했다.
 
산업은행이 640억원, 우리은행이 519억원으로 뒤를 이었고 신한은행이 349억원을,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50억원을 몰아줬다. 지방은행은 대구은행 222억원, 광주은행 107억원, 전북은행 56억원, 경남은행 29억원 순이었다.
 
은행별로는 대부분 적게는 9건에서 많게는 109건까지 수의계약을 통해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확인돼 심각성을 더했다. 민병두 의원은 “행우회 출자회사 거래는 대부분 수의계약이라 특혜성 지원의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하고 감독당국의 전면적인 조사와 관리 감독 방안의 마련을 촉구했다.
 
민병두 의원은 “자사 행우회가 설립한 출자회사와 은행이 거래하는 것은 부당한 내부 거래를 할 위험이 있고 숨은 낙하산 자리가 된다”고 덧붙였다.
 
◆IBK기업은행, IBK서비스에 5년간 1124억 몰아줘
행우회는 일반적으로 은행의 현직 정규직 임직원들이 강제적으로 가입하는 조합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시중은행은 물론 산업은행이나 한국은행 같은 국책은행들에도 존재한다. 금융권에서는 이 행우회가 일감 몰아주기의 온상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행우회가 설립한 대부분의 출자사들은 경비나 건물 관리 및 청소 용역 등은 물론 콜센터나 사무보조원 파견 등 온갖 보조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매출의 대부분은 당연히 해당 출자사가 속한 은행으로부터 발생하며 대표나 임원들도 은행의 퇴직 임원 출신이라는 점에서 일자리 챙겨주기 논란도 잦다. 여기에 맡기는 일감들 또한 대부분 중소기업들이 맡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골목상권 파괴 논란까지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가장 많은 금액을 몰아 받은 것으로 확인된 IBK기업은행의 IBK서비스는 지난 1986년 설립된 업체로 도·소매업, 용역 및 기타서비스업, 인력 파견업, 용역 경비업, 부동산 관리, 부동산 임대 및 매매업 등을 주요 사업으로 수행하고 있다. IBK기업은행 행우회의 지분율은 100%(3만주)다.
 
IBK서비스의 5년간 매출 추이는 2010년 209억원, 2011년 267억원, 2012년 315억원, 2013년 332억원, 2014년 285억원으로 200~300억원대의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5년간 총 매출이 1408억원인데 IBK기업은행으로부터 1124억원의 일감을 몰아받았다는 사실은 그만큼 내부거래 비율이 크다는 점을 방증한다는 평가다.
 
매출의 70% 가량은 용역 수익에서 발생한다. IBK서비스는 경비원이나 운전원, 청소원 등의 인력 파견업을 영위하고 있다. 또한 고객용 사은품이나 명절 선물, 체육행사 용품 등도 팔고 있다. 현 배영훈 대표 역시 IBK기업은행의 지역본부장 출신으로 알려졌고, 강지현 전 대표 역시 IBK기업은행 출신이다.
 
◆KEB하나은행, 부가업무 1644억원 어치 몰아주기
 
▲ 하나금융지주의 경우는 하나은행 행우외가 100%를 출자해 설립했던 ‘두레시닝’이, 구 외환은행의 경우에는 외향산업이라는 업체가 논란에 휩싸였던 바 있다. 사진 / 김종백 기자
나란히 2·3위를 차지한 KEB하나은행의 전신인 구 외환은행과 구 하나은행은 이미 유사한 논란을 겪은 바 있다.
 
하나금융지주의 경우는 하나은행 행우외가 100%를 출자해 설립했던 ‘두레시닝’이 그 주인공이다. 현재는 하나대투증권도 소수 지분을 함께 갖고 있다. 1994년 설립된 두레시닝은 하나금융 계열사들의 판촉 사은품을 만들어주고 문구와 커피 등의 집기류를 납품하는 소모성 물품 구매사업(MRO)을 영위한다. 이벤트 진행이나 근로자 파견, 물류배송 등까지 그룹에서 필요하는 모든 물품을 전문적으로 납품한다.
 
주로 하나은행의 부행장급들이 퇴직 후 거쳐갔던 자리로 인식되고 있다. 이장규 전 하나은행 부행장보, 조병제 전 하나은행 부행장, 장기용 부행장보 등이 대표로 취임한 바 있다. 현 대표인 이영준 대표 역시 지난해 퇴직한 하나은행 부행장 출신이다.
 
연 5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안정적으로 올리고 있으며 매출의 90% 이상은 하나금융에서 발생한다. 자회사로는 청소용역업체 두레크린과 보안경비 전문업체 두레굿맨, 광고물 전문 제작사인 두레드, 하나은행의 외부대출판매업체인 하나지엠지가 있다. 이들 자회사들은 각각 하나은행 사옥과 하나은행 지점들의 정기 클리닉을 맞거나 보안업무 담당, 광고물 제작 등을 맡는다.
 
구 외환은행 역시 외향산업이라는 업체가 있다. 외향산업은 외환은행의 본점 행사관리는 물론 콜센터나 론센터의 도급 운영, 본점과 지점의 청원경찰 및 기사·사무보조원 파견 등 부수적인 많은 업무를 담당한다. 매출은 역시 외환은행의 매출이 대부분이었고, 현 강승구 대표 역시 외환은행의 지역 본부장 출신으로 알려졌다.
 
◆산은, 수의계약으로 키워 직원들 배당까지
4위를 차지한 산업은행 역시 이미 유사한 논란을 겪은 바 있다. 특히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이라는 특수성이 있기에 더욱 논란이 됐다.
 
산업은행 행우회는 지난 2005년 100%를 출자해 두레비즈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건물관리와 시설 경비에 꽃배달 서비스, 보험서비스, 상품판매, 인재파견 등 타 은행 행우회의 출자사들과 유사한 업무를 맡고 있다.
 
두레비즈는 산업은행의 서울 여의도 본점을 비롯해 다수 지방 영업점의 시설 관리와 인력 파견, 경비 등의 용역 일감을 독점적으로 수주했으며 KDB금융대학의 시설·건물 관리도 맡고 있다. 초대 대표이사는 산업은행에서 기업금융4실장을 지냈고 현 손경석 대표 역시 기업금융3실장 출신이다.
 
특히 두레비즈는 2013년 산업은행이 맺은 외부업체 계약 222건 중 90건을 수의계약으로 따냈고 자회사인 두레파트너스와 함께 총 207억6600만원의 용역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지난 6월 민병두 의원에 따르면 두레비즈와 두레파트너스가 2008년부터 7년간 산업은행으로부터 수주한 계약은 총 123건으로 630억원 규모였으며 이중 94.3%인 116건은 수의계약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설립 직후인 2006년부터 산업은행이 일감을 몰아주면서 매출이 2백억원대로 80배 가까이 뛰었다. 행우회가 출자해 일감 몰아주기로 키운 회사에서 전 직원들에게 배당을 하면서 최근 전 직원들이 받은 배당금은 90만원씩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책은행인 한국은행 역시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유사한 내용을 지적받은 바 있어 행우회 출자사의 일감 몰아주기 행태는 민간은행과 국책은행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 산업은행 역시 이미 유사한 논란을 겪은 바 있다. 특히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이라는 특수성이 있기에 더욱 논란이 됐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일부 은행은 중소기업 영역 침범 논란까지
이밖에 우리은행 행우회가 설립한 ‘우리P&S’(구 우리기업) 역시 500억원이 넘는 일감을 몰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우리은행은 정부가 대주주인 공기업이다.
 
우리P&S는 우리은행 행우회가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청원경찰 아웃소싱과 빌딩관리 등 시설물 유지관리업 등을 맡고 있다. 전 대표였던 백국종 대표는 우리은행 기업고객본부 부행장 출신이었고 현 대표인 이용권 대표 역시 중소기업고객본부 부행장 출신이다.
 
우리P&S는 95% 가량을 출자한 우리모기지나 우리휴먼서비스, 우리아이에스, 우리서비스네트워크 등에 투자하고 있다. 강원랜드나 인천공항공사 등의 건물 관리까지 맡으면서 중소기업 영역을 침범했다는 비판에 휩싸이기도 했다.
 
신한은행 역시 5년간 행우회가 출자한 회사에 총 349억원어치를 수의계약으로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신한은행 동우회가 설립한 신우리가 24억원을 거래했고 TheBank가 설립한 신한서브가 325억원어치를 거래했다.
 
이중 신한금융의 부사장 출신이 만든 신한서브는 2001년부터 신한금융 계열사의 콜센터 업무를 대신해오고 있으며 고객상담이나 상품가입 및 안내, 프로모션과 홍보 등을 주된 업무로 한다. 장표와 전표 등의 서식류나 현금자동 입출금용 명세표 등의 전산품의 인쇄 사업은 물론 사내 문서와 안내장, 포스터, 캘린터에 쇼핑백까지 납품한다.
 
경비와 운전원, 파트타이머 등의 인력을 파견·관리하는 사업과 신한금융 소유의 부동산을 관리하는 사업도 벌이고 있다. 한 마디로 대부분의 부가적인 사업을 도맡다시피 하고 있다. 2011년 연 매출 460억원 중 대부분을 신한금융과의 거래를 통해서 올렸다.
 
신한서브 대표로는 신한은행의 부행장보와 신한금융의 부사장을 지냈던 진찬희 씨가 대표를 거쳐 갔고, 현 최영수 대표 역시 부행장보 출신이다.
 
신우리는 신한은행에서 부지점장으로 퇴직한 인사가 설립한 여행사업체로 여행상품권을 발행한다. 안식휴가나 포상휴가를 받은 신한금융 직원들은 이 회사에서 발행하는 여행상품권으로 여행을 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 행우회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우행TMS 역시 50억원의 일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주로 제조업과 인쇄업을 겸하고 있으며 목재가구, 부동산 임대, 인력제공 및 기술용역, 서비스업 등을 영위한다. 현 백준현 대표는 구 제일은행 지점장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택동 전 대표 역시 SC제일은행 시절 상무를 지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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