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한달…경영정상화에 초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출소 후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진/시사포커스DB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다양한 대외활동으로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 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 최전선에 나서지는 않고 있지만 대규모 투자 등 그룹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업계의 전언이다. 지난달 14일 광복절특사 이후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는 최 회장은 최근 SK그룹 사보를 통해 적극적인 사업구조 재편에 대한 의향을 나타냈다. 2년7개월 간의 총수 공백으로 지지부진했던 신규투자에 집중하는 등 속도를 내내면서 경영정상화에 앞장서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SK는 지난 11일 발간된 사보에서 ‘빅 챌린지’이라는 주제로 석유화학 업체 JX, 제약업체 타케다, 자동차 업체 도요타, 실리콘 업체 신에츠 등 일본 업체들의 사업 재편을 ‘위기 극복 위한 혁신 사례’로 자세히 다뤘다.
 
SK 계열사의 혁신 사례 7개를 열거, 세계 경제의 저성장 장기화를 진단하는 글을 싣기도 했다. JX홀딩스와 다케다제약·캐논은 M&A를 통해 규모 확대와 사업 다변화에 성공한 경우라고 전해진다. 도요타는 원가 경쟁력을 강화해 장기 침체를 이겨낸 사례로, 신에쓰화학은 꾸준한 연구개발(R&D)을 통해 제품의 전문화에 집중한 사례로 조명을 받았다.
 
2010년 출범한 일본 1위 석유화학 기업 JX는 5개 회사가 1992년부터 3차례 합쳐지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JX에 대해 “M&A(인수·합병)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며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의 결과”라며 “정유, 석유개발, 금속, 광물 부문으로 사업 분야를 다각화해 경쟁력을 높였다” 고 평가했다.
 
이어 타케타제약에 대해 2005년 이후 잇따른 미국, 유럽 제약업체 인수를 통해 세계 10위 제약 업체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광학기기 업체 캐논은 경쟁력 없는 사업을 과감히 정리한 사례로 소개됐다.
 
정혜인 SK경영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이 사보에서 “장기 침체 상황에서도 꾸준히 성장한 일본 기업들은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프로세스 혁신을 통한 원가 경쟁력 확보, R&D(연구개발) 투자에 기반한 전문화 전략 등 다양한 전략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전략을 펼쳤다”고 분석했다. 또 “위기 상황에서 단순히 비용만 줄일 경우 결국 피인수, 매각, 또는 축소된 규모로 생존을 유지하거나 퇴출, 폐업으로 이어진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SK는 최태원 회장 석방 이후 처음 발간된 그룹 사보에서 최 회장의 국내외 현장 경영을 다룬 2쪽 분량의 기사를 게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기사는 최 회장이 지난달 국내외 사업장을 방문하고 주요 사업 파트너를 만나는 장면을 찍은 9장의 사진 위주로 구성됐다.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최 회장이 올해 말부터 SK의 사업구조 재편을 적극적으로 끌고 나갈 의향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그룹은 최 회장 구속 후 대형 인수·합병(M&A)이나 투자에 제동이 걸렸다”며 “그룹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해오던 태양전지 및 연료전지 개발 사업 투자도 중단되고 계열사들의 경영 실적도 뒷걸음쳤다. 최 회장이 ‘하루 빨리 경영정상화를 이뤄야 한다’는 압박이 없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최태원 회장은 최근 SK그룹 사보를 통해 적극적인 사업구조 재편에 대한 의향을 나타냈다. 사진/시사포커스DB
◆경영복귀 한달…그룹 정상화 위한 ‘강행군’
최 회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처음으로 특별사면을 받은 총수이자, 비리로 수감된 재벌 수장들 가운데 가장 오래 수감생활을 한 총수로 기록됐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비리 기업인 ‘불관용 원칙’을 고수한 데 따른 결과다.
 
최 회장은 지난달 14일 광복절을 하루 앞두고 특별 사면으로 풀려났다. 이후 최 회장은 심신을 달래기보다는 SK그룹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경영 복귀를 택했다.
 
그는 사면 직후 곧바로 SK사옥을 찾아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한 그룹 경영진과 만났다. 다음날인 15일과 16일에도 본사로 출근해 경영진과 경제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17일에는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등 17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어 18일에는 SK그룹이 후원하는 대전과 세종 창조경제혁신센터를, 19일에는 SK이노베이션 글로벌테크놀로지센터와 이천 SK하이닉스 반도체 사업장을 순방했다.
 
광폭행보는 국내에서 그치지 않았다. 최 회장은 지난달 26일 장쑤성에 있는 SK하이닉스 우시공장을 찾아 현장을 둘러봤다. 이 공장은 SK하이닉스 전체 D램 생산량의 50%가량을 담당할 만큼 중요한 생산기지로 알려졌다. 이후 28일에는 후베이성 우한시 우한 에틸렌 공장을 방문, 이후 대만에 들러 SK의 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인 홍하이그룹 측과 회담을 가졌다.
 
청년 일자리 창출 및 경제활성화 등 국가경제를 지원하기 위한 대책들도 내놨다. SK는 최 회장의 지시로 향후 2년간 2만4000명의 청년 일자리를 마련, 채용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고용 디딤돌’과 ‘청년 비상’ 프로그램을 통해 4000명의 인재를 육성하고 2만명의 창업교육을 지원해 미국 실리콘밸리까지 진출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 공채에서도 SK는 지난해 하반기에 채용한 1300명보다 15%가 증가한 1500명을 채용한다. 당초 경영상황 악화를 이유로 연간 신입·경력직원 등 총 7000여명을 뽑기로 했던 채용계획도 8000여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SK 측은 “전반적으로 기업 환경이 크게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이 채용 규모를 늘린 것은 최태원 회장과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그룹 최고경영진의 일자리 확대를 통한 경제활성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SK이노베이션은 MB 정부 당시 성공불융자 제도를 통해 특혜를 입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뉴시스
◆SK이노베이션 로비 의혹 등 부담도
SK그룹은 최 회장 복귀에 한껏 고조된 분위기다. 그러나 좋아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게 업계 일각의 시각이다. 향후 최 회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변수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SK그룹은 이명박(MB) 정부 당시 벌어진 이른바 ‘사자방’ 비리에 모두 연루돼 있다. SK건설은 4대강 사업 담합, SKC&C는 방산 비리, SK이노베이션은 자원외교 비리 등과 관련해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MB 정부 당시 성공불융자 제도를 통해 특혜를 입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성공불융자 제도는 정부가 해외 자원개발에 나선 기업에 자금을 빌려준 후 해당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일부 융자금을 감면하고, 성공하면 원리금과 특별 부담금을 징수하는 제도다.
 
SK이노베이션은 2000년 브라질 유전광구를 매입하면서 정부로부터 성공불융자를 지원받았고, 2010년 광구 지분을 매각해 3배가 넘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SK이노베이션은 1300억원대의 융자금을 감면받았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지식경제부와 석유공사 고위 관계자들이 SK이노베이션의 로비를 받고 불법적으로 1300억원대의 상환액을 깎아줬다는 제보가 접수됐다”며 “이를 바탕으로 감사원이 감사를 벌인 결과 비리 정황이 포착돼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시사포커스 / 신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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