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은 ‘잡부모임?’

▲ 한국타이어가 지난 7월 각 팀에서 직원을 임의로 차출해 40여명 규모의 Cross Fuctional Team(CFT팀)을 신설한 가운데, 인력 감축을 위한 초석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한국타이어가 지난 7월 각 팀에서 직원을 임의로 차출해 40여명 규모의 Cross Fuctional Team(CFT팀)을 신설했다. CFT팀의 업무는 중국 사업 경쟁력 강화와 회의 문화 개선 등 7가지로 알려졌다.
 
한국타이어에서 말하는 CFT팀 신설 이유는 고착화된 업무방식에서 벗어나 거시적인 관점에서 전사 적인 당면과제에 대한 해결점을 찾기 위함이다. 그러나 과거 KT가 동명의 팀을 인력퇴출 프로그램의 연장선으로 활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한국타이어에도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실적 악화
 본래 CFT팀은 1999년 닛산에서 시작했다. 여러 부서에서 선발된 젊은 사원을 주축으로 구성된 이 조직은 구매와 재무비용 등의 테마를 중심으로 9개 팀, 200여명으로 구성됐다.

이 개혁팀은 대기업의 불합리한 구조와 관료적인 체질, 파벌주의와 같은 개혁을 저해하는 여러 가지 병폐의 원인과 해결책이 회사 내부에 있다고 판단했다. 외압과 선입견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을 모토로 닛산의 문제점을 해결했다. 실제로 CFT팀에서 2000여건의 아이디어가 검증되었으며 그 가운데 400건이 제안되어 이사회에서 정식으로 논의된 바 있다.

우리나라로 전해진 CFT팀은 닛산 CFT팀과 완전히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다. 거창한 이름과는 달리 보통 기업의 구조조정 때 갑자기 등장해 퇴직 거부자들의 유배지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실제로 KT는 지난해부터 8300여명의 명예퇴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CFT팀을 신설, 인력퇴출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명예퇴직을 거부하는 일부 직원들을 배치시켜 명확한 업무를 주지 않고 사실상 내쫓으려 한다는 얘기다.

 
▲ KT도 한국타이어와 같은 CFT를 만들어 운영중이다.사진/시사포커스DB
KT CFT팀은 현장 마케팅과 고객서비스 활동지원, 그룹사 상품 판매 대행, 네트워크 직영공사 및 시설 관리 업무, 기타 현장 지원 업무를 담당한다. 그러나 해당 팀원들은 “사실상 명확한 업무는 없 다”고 입을 모은다.  KT CFT팀에 소속된 한 직원은 “상품을 팔고 그룹사 상품에 대한 전단지를 뿌리고 무선통신 품질 측정 등의 업무를 부여받고 있다”며 “KT에서는 회사 매출의 중대한 역할을 하는 일이라고 하지만, 이러한 업무는 이미 용역업체로 넘어간 지 오래된 업무일 뿐”이라고 말했다.
 
KT새노조 대변인은 “CFT팀에 배치된 인원들은 대부분 명예퇴직을 거부한 잔류자들로 구성됐다”며 “정식 조직 편제에 없는 비편제 조직으로 일반 지역조직 노동자들과 완전히 격리된 조직”이라고 주장했다.

KT의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CFT팀 직원 22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86.3%가 지난 4월 명예퇴직 요구를 받았다. CFT팀 구성원 대다수가 명예퇴직 요구를 받은 셈이다. 명예퇴직 요구 수준의 경우 56%가 불이익 우려 수준, 17.4%가 강압적이라고 응답했다. 명예퇴직 요구에 불응했을 때 ‘기존 업무에서 배제’하거나 ‘계속적 면담 요구’, 조직구성원들로부터 집단 따돌림 등의 조치가 행해졌다는 의혹도 나왔다. 제대로 된 직무를 부여하지 않고 역량보다 낮은 수준의 임무를 지시해 업무 만족도를 낮추고 스스로 회사를 나가게끔 조장한다는 것이다.
 
이어 “현재 당사자들은 CF팀을 자조적 표현으로 ‘KT아우슈비츠’ 내지 ‘잡부모임’이라 부른다”며 “제대로 된 업무가 주어지지 않고 있으며, 이에 CFT팀 노동자들은 자존감 상실을 호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타이어에서 신설한 CFT팀도 마찬가지다. 한국타이어는 실적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의 올해 상반기(1~6월) 영업이익은 4042억원으로 전년동기(5114억원) 대비 20.9%(1072억원) 급락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3150억원으로 같은기간(3530억원) 대비 10.8% 감소했고, 매출도 3조3360억원에서 3조1064억원으로 6.9% 줄었다. 이에 영업이익률도 15.33%에서 2.32%포인트 떨어진 13.01%에 머물렀다.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산 저가 타이어의 공습이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원자재가격의 하락으로 중국산 타이어의 가격은 더욱 내려갔고, 이에 한국타이어도 10%가량 가격 인하를 실시했다. 또한 중국 내 회사가 저가 정책을 펼치고 있는 탓에 한국타이어의 중국 판매물량도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타이어의 주요 판매 지역인 유럽의 경우에도 유로 환율 하락은 물론, 러시아 루블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가치까지 급락하면서 한국타이어의 실적 부진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한국타이어의 CFT팀 신설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잡부모임”
 
한 한국타이어 CFT 팀원은 “전문가들에게 외주를 맡겨도 어려운 과제들을 대리, 과장급 직원들에게 맡긴 데다 성과를 측정하기 애매한 과제도 적잖다”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CFT팀원은 “일부러 어려운 과제를 주고, 성과를 못 내면 KT처럼 CFT팀 해체 후 한직으로 보내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각 팀에서 차출한 중장기적인 프로젝트 해결 그룹이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구조조정 의혹에 대해서 “사실무근”이라 답했다. [ 시사포커스 / 이신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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