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를 울렸던 담뱃값 인상이 시행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담뱃값 인상 효과가 미미하다는 얘기가 들린다. 7월 담배 판매량이 3억5000만갑이었다는데 3년간 월평균 판매량하고 별 차이가 없다. 2천원이나 올렸는데 예년 수준으로 회복됐다. 인상 직후 반토막난 판매량은 이제 찾아보기 쉽지 않다. 이미 금연에 실패했던 흡연자들은 다른 지출을 줄이는 것으로 담배를 사서 핀다.
 
반면 세수 확보에 사활을 거는 정부가 추가로 거둬들인 세금은 막대하다. 상반기에 걷힌 세금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무려 1조2100억원이나 늘었다고 한다. 올해까지 늘어나는 세수는 3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세수 결손 대부분이 담뱃값 인상으로 메워진다. 누구를 위한 담뱃값 인상이었는지, 결국은 증세나 다름없었다는 말이 안 나올 수가 없는 대목이다.
 
당초부터 담뱃값 인상은 이렇게 되서는 안 됐다. 금연을 통한 국민 건강 향상이라는 목표라는 의도를 달성하려면 더 올렸어야 한다. 비흡연자들이 불만을 표했던 이유다. 물론 인상폭 자체가 적은 것은 아니지만 흡연자가 담배의 중독성을 단칼에 끊어내기 위해서는 그만큼 강력한 조치가 수반됐어야 했다. 1만원까지 올렸으면 과연 지금 흡연자들이 이렇게 귀환할 수 있었을까. 현재 담배 가격은 아직도 많은 이들이 즐겨 마시는 브랜드 커피 한 잔 가격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높은 수준이다.
 
국민 건강을 위해서였다면 담뱃갑에 경고 그림과 문구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원안대로 통과됐어야 한다. 경고 그림의 탁월한 효과는 이미 해외에서 검증된 바 있다. 해외 공항의 면세점에서 직접 접한 담배들의 경고 그림들은 그 수준이 상상을 초월했다. 흡연자들이 자신에 대한 경고 때문에는 물론이고 그런 그림이 그려진 담뱃곽을 들고 있는 것을 보는 타인들의 시선에 대한 부담 때문에라도 쉽게 담배에 손을 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마저 들더라는 얘기다.
 
하지만 결과는 어땠나. 지난해 국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될 때 담뱃값 인상안은 통과됐지만 경고 그림 의무화는 촉박한 시간을 이유로 처리에서 제외됐다. 올해 우여곡절 끝에 지난 5월 겨우 국회를 통과했지만 ‘지나치게 혐오감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뭐하러 통과시켰는지 기가 찰 뿐이다. 시민단체들의 반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마저도 유예기간을 18개월이나 줬다.
 
흡연자들은 흡연권을, 비흡연자들은 혐연권을 모두 주장할 권리가 있지만 헌법재판소에 판례에 따르면 또한 흡연권과 혐연권이 충돌할 때는 혐연권이 우선한다고 한다. 금연을 의도하는 목적이라면 정부의 정책은 분명 헌법의 기본권 정신에 부합한다. 하지만 어중간한 인상폭에 효과적인 조치는 쏙 빼놓은 채 세수 확보만 기도하고 있는 행태는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에게서 지지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판매량이 회복되면서 비흡연자들의 불만은 다시 높아져 간다. 막대한 세금을 더 내게 되는 흡연자들이 마음 편히 담배를 필 수 있는 공간을 이용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도 없다.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정말 누구를 위한 담뱃갑 인상이었는지, 국민 건강 증진 목적이 정말 맞는지 말이다. 정부가 서민 증세에 대한 치열한 정치적 논의를 회피하면서도 세수를 쉽게 확보하기 위해 국민 건강을 볼모로 삼았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 것은 지나친 억측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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