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런티어지점 발령 구조조정 용도성 놓고 노사 갈등 증폭

▲ 지난해 NH농협증권이 우리투자증권을 흡수합병하면서 증권계 자산 1위로 우뚝 선 NH투자증권이 인력 재배치 과정에서 한 달여가 넘게 노사 갈등을 겪고 있다. ⓒNH농협은행
지난해 NH농협증권이 우리투자증권을 흡수합병하면서 증권계 자산 1위로 우뚝 선 NH투자증권이 합병 후 1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인력 재배치 과정에서 노사 갈등을 겪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9일 증권계에 따르면 NH농협증권 노조(위원장 윤봉석)의 일부 노조원은 지난달 10일부터 본사 뒷편에 컨테이너를 설치해 한 달여 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의 주장을 담은 현수막에는 “구조조정 상시화 음모! 프런티어지점 즉각 철회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 프런티어지점은 합병 과정에서 만들어진 영업점으로 서울 시내에 총 두 개가 있다.
 
프런티어지점에 근무하는 총 직원은 42명으로 우리투자증권 출신 22명과 NH농협증권 출신 20명으로 구성됐다. 특히 NH농협증권 출신들은 주로 상반기 인사에서 실적 부진자로 분류된 이들이 발령 대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 부진자 대상 중에는 NH농협증권 출신의 노조원들이 적지 않은 비율로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노조 측은 프런티어지점 발령에 항의하고 있다.
 
노조 측은 프런티어지점이 과거 우리투자증권이 퇴직을 압박하기 위해 사용했던 방문판매(ODS·Outdoor Sales) 본부의 전신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5월 NH농협증권과의 합병을 앞두고 있던 우리투자증권은 퇴직을 압박하기 위해 대상자들을 ODS 본부로 발령해 영업을 해본 적이 없는 직원들을 방문 판매 영업으로 내몰았다는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일종의 구조조정 창구로서의 징벌적 수단이라는 얘기다.
 
ODS 방식은 증권사가 태블릿 PC 등의 모바일 기기로 상품을 판매하는 이동식 영업방식으로 증권업계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방문판매업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아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는 않다.
 
이 와중에 증권사들은 ODS부서를 신설해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논란을 수 차례 겪었다. ODS부서는 이동식 영업방식을 택하기 때문에 사무실에 책상이나 컴퓨터가 없는 경우도 종종 있을 정도로 업무 환경 역시 열악하다.
 
이 때문에 ODS 부서 발령으로 퇴직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우리투자증권은 ODS부서를 신설해 구조조정 대상자를 발령내는 방식으로 절반 이상을 퇴직시켰고 대신증권은 설치되지도 않은 ODS조직에 발령을 낼 것이라며 희망퇴직을 종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번 NH투자증권의 프런티어지점 발령에도 적지 않은 노조원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원래 NH농협증권에는 부진자 프로그램이나 ODS본부 같은 징벌적 조직도 없었는데 노조의 동의도 없이 프런티어지점으로 직원을 발령하는 것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위반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사측은 구조조정 목적으로만 프런티어지점을 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는 입장이다. NH투자증권 측은 프런티어지점은 새로운 점포의 유형이며, 실적 향상이 필요한 인원들이 발령이 난 것은 맞지만 그것은 구조조정이 아닌 재교육을 통한 기회라고 해명하고 있다. NH투자증권 측에 따르면 일부 근무자들은 재교육을 통해 성장형 지점으로 발령받아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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