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시즌 최대이슈 ‘먹튀 논란’ 피할 수 있나

▲ 이번 홈플러스 인수에 사용되어지는 인수금액 7조2000억 원은 국내 인수‧합병 역사상 최고가 수준이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국내 대형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7조2000억 원에 사들이기로 결정하면서, 국민연금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홈플러스가 소비자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유상 판매하고, 영국 테스코 본사에 매년 수백억 원에 달하는 로열티로 지급한 일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된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투기자본 성격의 MBK에 1조원을 투자하기로 약속하고 공동 컨소시엄을 구축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반발여론에 先배당 철회
 
7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MBK는 홍콩에서 7조2000억 원에 홈플러스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분 전량을 5조8000억 원에 매입하고 차입금 1조4000억 원을 떠안는 방식이다. 이로써 MBK는 국민연금과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 캐나다공무원연금, 테마섹 등과 함께 홈플러스를 품에 안았다.
 
이번 홈플러스 인수에 사용되어지는 인수금액은 지난 2007년 신한금융지주가 신한카드(옛 LG카드)를 인수하면서 제시한 6조 7000억 원을 넘어서며 국내 인수‧합병 역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매각가 책정에는 지난 2월 말 기준 홈플러스가 보유한 부동산 등 자산가치와 지분가치 등이 반영됐다.
 
MBK는 논란이 됐던 테스코 추진의 ‘선 배당 지급’과 관련해서는 철회됐다고 전했다. 테스코는 지난달 본입찰 당시 인수 후보자들에게 “매각 전 1조3000억 원 규모의 배당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이를 번복했다. 선배당을 하게 되면 인수자 입장에서는 배당금 만큼 인수금액을 낮게 제시할 수 있어 자금 부담을 덜 수 있다. 또 테스코 측은 매각 금액이 낮아지면서 세금(양도차익)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세금회피 꼼수 논란과 홈플럿 재무구조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홈플러스 노조는 현재 회사가 지난 2월 말 기준 보유 현금이 264억 원에 불과한 상황에서 1조가 넘는 배당금을 테스코에 지급하고 나면 자금 사정이 악화돼 결국 매각이 끝난 뒤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테스코 측은 반대여론을 감안해 선배당 계획을 접은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 직원들에 대한 위로금 지급과 관련해서는 이번 매각 계약서상에는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향후 홈플러스 경영진이 결정해야 할 문제로 남았다.
▲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7조2000억 원에 사들이기로 결정하면서, MBK에 최대 1조원 투자를 약속한 국민연금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 국민연금, 사모펀드에 먼저 손
 
이번 인수전이 치러지면서 나온 여러 관전 포인트 중 한 가지는 MBK와 손잡은 국민연금의 공동인수 성공 가능성이었다. 국민연금이 MBK에 최대 1조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공동 컨소시엄을 구축하면서 이를 지켜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국민연금이 MBK와 손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ING생명과 코웨이 등 다수의 거래에 함께 참여했다. 특히 MBK는 최근 코웨이의 주가 상승으로 체면을 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홈플러스 공동 투자를 두고 유독 비판적인 지적이 많은 이유는 공공기금인 국민연금이 먼저 앞장서 사모펀드 MBK에 손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그간 외풍만 불면 흔들리던 국민연금이 외부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수익성을 우선했다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역시나 본입찰 시작 후 예민한 시기에 특정 펀드에 투자를 결정한 것은 ‘편’을 들어준 행동이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었다.
 
앞서 2008년 대우조선해양 매각 당시에도 국민연금은 형평성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다. 당시 매각에 참여했던 여러 기업에서 국민연금을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물밑작업에 들어갔고 국민연금은 기다렸다는 듯이 까다로운 투자 조건을 제시했다. 이에 몇몇 인수 후보들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발했다.
 
◆ 공공성 고려했나
 
국내 투자업계에서의 국민연금의 입지는 상상 이상이다. 수천억 원에서 조 단위에 이르는 딜도 국민연금이 나서준다고 하면 쉽게 해결될 정도다. 자금력과 공신력, 안정성을 다 갖췄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국민연금은 많은 투자자들로부터 공공투자 제안을 받는다.
 
가지고 있는 돈을 잘 굴려서 수익성을 늘리는 즉,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증대시키는 것이 국민연금의 역할 중 하나라고 볼 때 이번 홈플러스 투자는 그리 나쁜 선택이 아닐 수 있다. 만약 MBK가 향후 이번 인수가보다 더 비싼 가격에 홈플러스를 매각하게 되면 이에 따른 차익실현도 가능하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이번 거래에서 수익성과 함께 ‘공공성’도 고려했냐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운용원칙에 따르면 수익성, 안정성, 유동성, 운용독립성과 함께 공공성도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이고, 적립규모가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므로 국가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감안해 운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그간 국민연금은 이 같은 운용원칙을 잘 준수해온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09년 세계 1위 벨기에 맥주회사인 AB인베브가 OB맥주를 매물로 내놓고 국민연금도 투자제안을 받았지만, “술이나 담배 같은 사행산업에 투자하는 것은 공공성에 어긋난다”는 입장과 함께 제안을 거절했다. 이에 국민연금이 최소한의 윤리적인 가이드라인을 지키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홈플러스 투자 참여에도 이 같은 공공성이 고려됐는지는 의문이다. 고객 개인정보 유상판매 논란에 이어 비싼 로열티로 국부유출 논란까지 있었던 곳에 투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반박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국정감사 피할 수 있을까
 
2주 뒤면 시작 될 국정감사 이슈로 거론되는 것이 공교롭게도 ‘먹튀’ 논란이다. 홈플러스 매각 시기가 국정감사와 겹친 데다 노조 측 반발도 거센 상황에서 국민연금도 같이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홈플러스 매각과 관련해 먹튀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것을 두고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과 데이브 루이스 테스코 회장, 김병주 MBK 회장을 내달 8일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만약 여당이 야당의 증인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홈플러스 건으로 총 3명의 증인이 국감에 서는 셈이다. 다만 데이브 루이스 사장의 경우 증인으로 채택된다고 하더라도 실제 출석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그간 국민연금이 투자처를 선정하고 거액을 부어넣는 과정이 숱하게 감사원과 주무부처, 국회, 시민단체 등 외부기관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보다는 비판의 대상이 됐던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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