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강원도 양양군의 유명 휴양지인 낙산해수욕장을 다녀온 일이 있다. 긴 여정을 넘어 양양군에 진입할 즈음 무더기로 걸려 있는 현수막들이 눈길을 끌었다. 수 십여 개의 현수막에는 “설악산 양양 오색 케이블카 설치를 촉구한다”는 내용이 일제히 걸려 있었다. 주민들의 오색 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염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미 남산의 명물이 된 지 오래인 남산 케이블카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산자락에 설치되는 케이블카는 해당 지역의 대표적인 관광코스로 자리잡기 마련이다. 주요 관광 상품이 자리잡으면 해당 지역의 경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도입을 원하길 바랄 테고, 관광객 입장에서는 레저 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 속에서 보고 즐길 거리가 또 하나 늘어난다는 점에서 반길 것이다. 등산로 훼손을 막는 부수적인 효과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오색 케이블카 문제는 단순히 이 같은 ‘윈-윈’으로 설명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설치 지역이 전 국토의 6.6%에 해당하는 산악국립공원 중에서도 매우 보전가치가 뛰어나 자연공원법으로 규정한 ‘절대보존지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삼수 끝에 승인권을 얻어낸 강원도와 양양군 역시 앞서 두 차례의 시도에서 각각 해당 지역이 보전가치가 높고 대청봉 스카이라인이 훼손된다는 이유와 멸종위기종인 산양 서식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부결되는 아픔을 맛봤다.
 
이처럼 공존과 보존의 시대에 접어든 21세기에 환경적인 이슈가 겹치면서 시민단체와 환경단체들의 반대도 거세다. 이를 추진했던 강원도 최문순 도지사에 대해 낙선운동까지 거론된다. 이번에는 운행 노선을 달리 하기는 했지만 환경 파괴 우려는 여전하다. 국립공원 개발의 빗장이 풀렸다는 탄식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 승인을 계기로 전 국토의 다른 국립공원들에서도 케이블카 도입 러시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환경단체와 타 지역 시민들의 우려 역시 당연하다.
 
찬반이 명확히 갈리고 있지만 결국 해당 사업은 승인됐다. 문제는 첨예한 대립 속에서 일사천리로 승인이 추진된 과정이다. 당초 두 차례나 부결됐던 오색 케이블카 승인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서 비롯됐다. 애당초 정부가 찬반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조율하거나 쌍방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정치 논리로 접근한 사업 승인으로 읽히기 쉽다. 오랜 기간 보류되던 사업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모습이다.
 
심의 과정 곳곳에서도 잡음이 감지된다. 일각에서는 ‘퇴짜’를 맞았던 사업을 재추진하기 위해 정부가 경제 효과를 부풀려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가 하면 부적절 의견이 무시됐다거나 자격이 없는 심의위원이 참여해 표결에 참가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지난 6월에는 산림청이 환경부에 산사태와 낙석 위험을 경고했지만 심의 과정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얘기도 있다. 설악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이전인 1971년부터 운행되기 시작한 설악산 케이블카를 운영하고 있는 업체 대표를 박근혜 대통령의 조카가 맡고 있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급속한 경제 발전 속에서 우리는 이미 정치 논리로 개발 사업을 진행했다가 환경이 파괴되고 부작용이 속출하는 아픔을 너무나도 많이 겪었다. 관광 한국을 모토로 내걸고 있는 현 정부의 뜻은 마땅히 지지할 만하다. 하지만 국립공원의 케이블카 설치는 단순히 정치 논리로 접근할 성질의 것은 아닌 듯싶다. 전 국립공원의 케이블카 도입으로 이어질 이번 결정으로 보호 가치가 높은 환경들이 파괴되는 일이 속출한다면 다음 세대에 우리는 어떻게 얼굴을 들 수 있을 것인가. 정부가 해야할 일은 ‘밀어붙이기’가 아닌 ‘감싸안기’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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