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인디앤씨 자금조달능력 증명 못해

▲ 강남 노른자 땅 ‘파이시티’의 매각이 또 무산됐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10년간 9차례나 진행된 강남 노른자 땅 ‘파이시티’의 매각이 또 무산됐다.
 
3일 업계에 다르면 우리은행 등 파이시티 채권단은 지난 2일 대주단 회의를 통해 파이시티 매각 우선협상자를 선정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당초 건인디앤씨가 지난달 20일 본입찰 당시 최고가인 4700억 원을 써내면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외 본입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던 호반건설과 KCC, 이랜드,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은 인허가 부담 등으로 이유로 아예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건인디앤씨가 본입찰 당시 종교단체 ‘월드미션’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던 내용을 증명하지 못했다. 이에 대주단은 건인디앤씨 다음으로 높은 매각가를 써낸 STS개발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재 선정할 것인지를 논의했지만, 최종적으로 선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 파이시티 사업은 추진 초기 많은 부동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시공사와 시행사가 차례로 쓰러진데다 이명박 정부 시절 정권 실세가 개입한 인허가 로비사건까지 더해져 끝내 지난해 10월 파산선고를 받았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 파이시티 사업, 어떻게 좌초 됐나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복합유통단지를 건립하는 ‘파이시티’ 사업은 2005년 추진 초기 총 사업비만 2조4000억 원으로 예상되면서 많은 부동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시공사와 시행사가 차례로 쓰러진데다 이명박 정부 시절 정권 실세가 개입한 인허가 로비사건까지 더해져 끝내 지난해 10월 파산선고를 받았다.
 
이후 채권단이 파이시티 프로젝트 사업의 부지였던 양재동 화물터미널을 공개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다시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이번 본입찰도 결국 무산되면서 매각소식을 기다리는 채권단과 개인투자자들의 마음이 무겁다.
 
‘파이시티 프로젝트’의 애초 시행사였던 파이시티(옛 경부종합유통)는 원래 부지 소유주였던 진로그룹이 외환위기로 쓰러지자 경매에 나온 9만6000㎡ 규모의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를 2004년 1월 매입했다.
 
이후 이 부지에 파이시티는 백화점과 쇼핑몰, 오피스빌딩, 물류시설 등을 포함한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유통 단지를 세우는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예상 사업비가 총 2조4000억 원으로 추산됐지만, 부지가 강남의 금싸라기 땅인 점이 감안돼 금융권에서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으로 파이시티에 1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융통해줬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란 자금을 빌리는 사람의 신용도나 다른 담보 대신 사업계획 즉, 프로젝트의 수익성을 보고 자금을 제공하는 금융기법이다.
 
그러나 인허가가 초기 예상보다 지연됐고,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갚아야 하는 금융권 비용이 급속도로 불어났다. 이에 시공사였던 성우종합건설이 2010년 4월, 대우차판매가 그해 6월 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다. 계속된 자금난으로 결국 파이시티도 2011년 1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채권단은 2012년 포스코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사업을 재추진했지만, 당시 정권 실세가 파이시티 인허가에 개입됐다는 의혹이 불거져 나오면서 파이시티 프로젝트는 또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않았다. 사업 인허가와 관련해 청탁을 받은 혐의로 이명박 정부 시절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이 기소돼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후 서울중앙지법 제3판사부(재판장 윤준 수석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22일 파이시티 사업의 시행사 (주)파이시티와 (주)파이랜드에 파산을 선고했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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