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매각 위한 움직임 감지…차익만 1조 넘을 듯

▲ 미국 AIG가 소유하고 있는 서울 여의도의 랜드마크 국제금융센터(IFC) 매각 작업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벌써부터 먹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IFC SEOUL
미국계 금융기관 AIG가 소유하고 있는 서울 여의도의 랜드마크 국제금융센터(International Financial Center·이하 IFC) 매각 작업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식 밖의 특혜로 얼룩졌던 IFC 사업으로 AIG가 최대 1조원 이상을 챙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IFC 건물 소유주인 미국의 AIG 본사는 최근 미국의 투자은행 업계에 의뢰해 매각 전략 컨설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사 차원에서 매각 방법과 가격·시기 등에 대한 검토를 시작한 셈이다.
 
AIG는 서울시와의 계약 내용에 따라 오는 2016년 1월 1일부터 IFC의 다섯 개 동을 매각할 수 있다. 따라서 AIG가 미리 IFC 건물 매각에 나섰다는 얘기는 매각 가능 시점이 도래한 직후부터 매각 절차를 공식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문제는 AIG가 IFC를 건설하고 서울시와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특혜를 제공받았다는 점이다. IFC 개발에 1조5140억원이 조금 넘는 금액을 투자했던 AIG가 이번 매각으로 거둬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수입은 2조원에서 많게는 3조원까지도 거론된다.
 
시세 차익만으로 최대 1조원 이상을 거둬들이게 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당초 특혜 제공의 목적이었던 국제 금융 허브 구축의 성과는 미미해 AIG가 ‘먹튀’ 논란을 빚었던 론스타의 뒤를 잇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임대 기간이 99년?…특혜로 얼룩졌던 IFC
당초 IFC는 동북아 금융허브라는 야심찬 목표 하에 추진되기 시작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시장을 맡고 있던 2005년 서울시는 참여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 계획에 발맞춰 여의도에 아시아 국제금융 중심지를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AIG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어 2006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계약 내용이 알려지면서 특혜 시비가 거세게 일었다. 서울시는 계약 개시일인 2006년 1월부터 2010년까지 AIG가 공사를 진행하는 동안 토지 임대료를 아예 면제해줬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는 토지임대료를 공시지가의 1%만 내도록 하고 2018년 이후 나머지 임대료를 정산토록 했다.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여의도 한복판의 토지 임대료를 사실상 면제해 준 셈이다. 2012년 처음으로 징수한 2011년분의 임대료는 30억원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당시 IFC 부지의 공시지가는 2970억원 정도였던 것으로 추산된다.
 
더 기가 막힌 부분은 임대 보장 기간으로, 서울시가 AIG와 맺은 계약에 따르면 임대 및 운영을 보장한 기간이 무려 99년이다. 건물들의 수명을 감안하면 ‘99년 뒤에 땅과 건물을 기부채납’한다는 조항은 왜 넣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쏟아져 나왔다. 100년이 된 건물을 기부채납받더라도 리모델링 비용이 막대하게 들어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파격적인 특혜를 오랜 기간 부여했음에도 동북아 금융허브라는 목표에는 거의 진척이 없다. 서울시가 목표로 했던 주요 외국계 금융기관의 아시아 본부는 2012년 공식적으로 개장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 단 한 곳도 없다.
 
기존에 도심이나 타 지역에 있던 외국계 금융사의 한국지사 몇 곳이 옮겨온 것이 전부로, 외국에 있는 금융사를 유치하겠다는 계획에 비하면 사실상 실적이 전무한 상황이다. 운영사인 AIG조차 아시아태평양본부를 이전하지 않았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세 개의 사무실동 중 오피스III 동의 공실률은 70%가 넘는다. ‘금융허브’가 아닌 ‘쇼핑몰’에 불과하다는 조롱마저 나온다.
 
막대한 특혜를 받고도 별다른 실적이 없는 AIG는 심지어 입점 상인들에게 과도한 임대료와 위약금을 요구했다는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계약서에는 AIG가 매년 임대료를 최소 5% 이상씩 올리고 연매출이 2년 연속 기준치에 미달하면 해당 점포를 퇴출시킬 수 있으며 폐점할 경우 수 억원이 넘는 남은 계약기간의 임대료를 모두 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 막대한 특혜를 받고도 별다른 실적이 없는 AIG는 심지어 IFC몰 입점 상인들에게 과도한 임대료와 위약금을 요구했다는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IFC몰
◆AIG, “현재가 최고점” 판단에 엑시트 움직임
따라서 AIG가 동북아 금융허브 조성을 목적으로 특혜를 제공받고도 관련 실적은커녕 과도한 임대료 장사만 하다가 최대 1조원 이상의 차익을 거두고 떠나는 ‘먹튀’ 논란이 조만간 들끓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갖은 특혜를 받은 AIG가 오히려 적극적으로 외국계 금융기관 유치에 나설 동력을 잃게 되는 부작용 탓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처럼 앞서 ‘단군 이래 최대의 먹튀’로 꼽히는 론스타에 대한 국민감정을 지켜봤을 AIG가 굳이 매각 가능 시점이 되자마자 매각을 추진하는 배경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우선 임박한 것으로 전망되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경기 회복에 따라 양적 완화를 종료한 미국은 현재 금리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데 빨리는 9월, 늦어도 내년 초에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경우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우리 나라를 비롯한 신흥국들의 금리도 따라서 올라갈 확률이 높고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는 효과가 전망된다. 따라서 AIG 입장에서는 한시라도 빨리 파는 것이 가장 비싸게 파는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최근 각국 중앙은행들의 저금리 정책과 경기부양책들로 인해 부동산 시장에서 상업용 부동산의 인기가 크게 높아진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2분기 런던과 시카고, 오사카 등 세계 주요 도시의 오피스텔 빌딩들은 역대 최고가에 거래됐다는 점은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분양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해 있음을 방증한다는 얘기다. AIG 내부적으로 현재 매각가가 최고점에 이르렀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도 높은 공실률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여의도 지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장기적 전망이 어둡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세빌스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여의도 지역의 공실률이 17.3%에 달하는 상황에서 향후 여의도빌딩이나 교직원공제회빌딩, 사학연금빌딩 등 새롭게 나올 오피스 물량도 많은 상황이다.
 
▲ 서울시는 “외국계 금융기관의 유치는 최소 2년 이상이 걸리는 등 단기간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며 현재도 기업설명회(IR)를 꾸준히 여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아직 실패로 단정짓기 쉽지 않다고 항변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제2의 론스타’ 막자”…특혜 이익 회수 목소리 높아져
물론 AIG 측과 서울시는 먹튀 논란을 부정하고 있다.
 
AIG 측은 “시장 경제에서 투자를 회수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AIG 측은 이 근거로 최근 국민연금의 영국 런던의 HSBC본사 빌딩을 매각해 1조원 가까운 차익을 거둔 것을 들면서 매각을 고려한 투자는 당연하다는 생각을 밝힌 바 있다. 자금회수(엑시트) 차원이라는 얘기다. 매각 가능 시기에 대한 계약에 충실한 만큼 법적인 문제도 없다는 점도 항변의 이유 중 하나다.
 
서울시 역시 아직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의 성과를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항변하고 있다. 서울시는 “외국계 금융기관의 유치는 최소 2년 이상이 걸리는 등 단기간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며 현재도 기업설명회(IR)를 꾸준히 여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아직 실패로 단정짓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적어도 개장한 지 3년이나 지났는데도 별다른 유치 움직임도 없는 상황에서 AIG가 1조원이 넘는 금액을 차익으로 챙겨서 떠난다면 이 같은 항변도 무위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천문학적인 차익을 거두고도 ISD소송까지 제기해 추가 수익을 노리고 있는 외국계 론스타의 그늘이 그만큼 크기 때문에 국민감정상 용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이에 일각에서는 AIG가 IFC 건물의 매각에 나설 경우 적어도 그간 받았던 특혜에 대해 일정 부분은 회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 측은 국제적인 신인도 추락을 우려해 함부로 계약을 변경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매각 작업이 본격화될 경우 여론의 압박 역시 상당할 것으로 보여 향후 서울시의 행보가 주목된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결과적으로 정부와 서울시의 금융허브 정책이 실패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특혜에 대한 회수가 필요하며 임대료를 비롯해 그간 AIG에 준 과도한 혜택을 정상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매각이 성사된 후에 과거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하철 9호선을 운영하던 맥쿼리 측과 MRG(최소수입보장) 조항을 손질한 것처럼 계약 조건을 변경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서울시는 과거 AIG 측이 IFC의 콘래드호텔 건물의 매각을 추진하던 당시 “매각이 성사되도 계약은 그대로 승계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AIG가 손을 털고 나갈 경우 99년이라는 초장기 계약이나 2017년까지의 임대료 관련 특혜는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따라서 매각이 성사되고 나면 새로운 주인에 대해서는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서울시가 임대 기간 재설정이나 외국계 기관 유치와 관련된 조항을 넣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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