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의 무법자 황소개구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1973년 일본에서 식용으로 수입돼 전국으로 확산, 토종 개구리 등을 마구 잡아먹어 생태계의 먹이사슬 구조를 위협하던 황소개구리가 최대 번성기였던 1997년을 고비로 최근 1/3 수준까지 감소한 사실이 확인됐다. 1997년 한국자연보존협회가 실태조사를 벌였을 당시 전국 61개 주요지역에서 황소개구리를 다수 발견했으나, 최근 민간환경연구기관 등이 벌인 표본 조사결과 20여 개 지역으로 서식지역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 심재한 박사는 "천적 역할을 하는 조류의 등장과 과포화된 황소개구리의 유전적 악순환 등 자연생태계 스스로의 복원력이 황소개구리 개체수를 감소시킨 주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박희천 경북대 생물학과 교수는 "수달과 왜가리, 청둥오리 등의 공격을 받아 알과 올챙이가 많이 희생돼 숫자가 감소하고, 이를 피해 큰놈들은 깊은 계곡이나 대형저수지로 서식처를 옮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의 양재천과 용산 가족공원, 경기도 팔당과 광주 등 수도권 지역도 최근 들어 황소개구리가 거의 출몰하지 않아 사실상 소멸상태에 까지 이른 것으로 환경전문가들은 추정했다. 또 대표적인 황소개구리 양식지역인 낙동강 유역의 문경과 안동, 영천지역 역시 서식밀도가 급격히 감소했고, 충청지방도 황소개구리의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학계에 보고됐다. 그러나 황소개구리의 발원지라고 할 수 있는 전북 나주시, 장성군과 우포늪을 제외한 경남 창녕군 일대는 여전히 황소개구리 밀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가평의 김모씨(41)는 "얼마 전까지는 밤에 간간이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요즘은 그마저 끊겼다"고 말했다. 고양시 박모씨(59)는 "예전에는 행주대교 남단 한강에서 황소개구리가 밤마다 4∼5마리씩 걸렸는데 요즘은 거의 모습을 감췄다"고 설명했다. 환경전문가들은 그러나 황소개구리 같은 외래어종의 경우 또 다른 돌연변이를 통해 급속히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차원에서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편 환경부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아직까지 실태조사를 안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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