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가 이견에 당장 팔기 어려운 곳도

▲ 대우조선해양이 부동산을 매각하고 계열사에 운영자금을 빌리고 있지만, 이 같은 노력 실제 큰 효과를 가져 올지는 의문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올해 2분기 3조원의 영업 손실을 낸 대우조선해양이 부동산을 매각하고 계열사에 운영자금을 빌리는 방식으로 구멍 난 재무 상태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이 실제 큰 효과를 가져 올지는 의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1일 대우조선해양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계열사 (주)웰리브에 서울시 종로구 신문로2가에 위치한 2층짜리 건물 및 토지를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거래 목적은 “비업무용 부동산 매각”이라고 설명됐고, 거래금액은 57억 5000만원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대우조선 해양의 첫 비 핵심 자산 매각이 진행된다.
 
더불어 대우조선해양은 계열사인 대우조선해양 건설(주)로부터 지난달 31일과 이달 중 한 날 총 두 차례에 걸쳐 각각 250억, 150억 등 총 400억원의 운영자금을 대여한다고 공시했다. 대여금에 대한 이자율은 연 6% 수준으로, 거래 목적은 “운영자금 대여”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줄일 수 있는건 다 줄이고, 팔 수 있는 건 다 판다”는 말이 실행되고 있다는 것이 증면된 셈이다. 그러나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는 자산들의 가격이 대우조선의 기대치보다 낮게 평가되고 있거나 당장 매각하기 힘든 곳도 있어 향후 매각 진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재 대우조선의 매각 가능 자산으로 청계천 본사 사옥, 당산동 사옥, 골프장‧연수원, 마곡 연구개발센터 부지가 거론된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31일 대우조선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조선하고 관련 없는 자산이나 사업 분야 매각을 추진할 계획인 것 맞다”면서 “그래도 자세한 규모나 가격을 오픈할 경우 인수하려는 쪽에서 (가격을)깎으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청계천본사, 세일앤리스백하면 매각 ‘하나마나’
 
청계천 본사사옥의 경우 예상 매각가가 1600~1800억 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최근 매각된 주변 빌딩들이 3.3㎡당 2400만원 내외에서 총 매각가가 산정된 것을 고려하면 연면적 2만4854㎡ 규모인 청계천 본사사옥의 경우 1600~1800억 원 선에서 거래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이 곳을 팔더라도, 다시 본사 사옥을 마련하기는 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우조선은 세일앤리스백 형태로 본사 건물 매각을 고려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매각이 진행될 경우 매년 건물 매입가 기준 최소 5~6%의 임차료 및 관리비를 지불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실제 청계천 본사사옥 매각이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당산동 사옥, 용도변경 쉽지 않아 ‘변수’
 
당산동 사옥의 경우 예상 매각가로 400억 원대가 거론된다. 하지만 당초 해당건물이 옥포조선소로 출장을 오는 인력들의 기숙사로 이용됐던 곳임을 생각하면 다른 업체에서 이 건물을 사간다고 하더라도 용도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용도 변경을 신청하고 리모델링 까지 진행할 만큼 당산동 사옥 자체에 메리트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에 만약 매각을 진행할 경우 이 건물을 원래 용도이던 기숙사용으로 사용할 인수자를 물색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 에프엘씨, 장부가보다 높게 팔기 어려울 듯
 
대우조선이 보유한 써닝포인트CC(골프장)‧퓨처리더십센터(연수원)의 매각가가 18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두 곳을 소유하고 있는 곳은 대우조선 해양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주)에프엘씨다.
 
대우조선은 이미 지난달 말 에프엘씨 통째로 매각 본입찰을 진행했다. 앞서 지난 2011년 웰리브로부터 인적 분할돼 설립된 에프엘씨는 써닝포인트CC와 퓨처리더십센터 등을 가지고 있다. 에프엘씨는 매각설이 돌때부터 다수의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져온 곳이다. 에프엘씨를 사오게 되면 수도권 지역의 대중골프장과 연수원을 보유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퓨처리더십센터는 옛 대우그룹 연수원으로 현재도 대기업들의 교육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다만 이번 매각이 흥행할 수 있을지를 두고 인수후보자들과 대우조선 간 희망가격에 대한 의견 차가 변수로 거론된다.
 
지난해 연수원까지 포함된 에프엘씨의 총 매출은 157억 원, 영업이익은 42억 원이었다. 현금창출력을 의미하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72억 원을 냈다. 이에 대우조선 측에서는 높은 수익을 내는 사업과 부동산이 포함된 만큼 지난해 에프엘씨 매각가로 소유 토지, 건물, 장비 등의 장부 자산가액 기준 1800억원대를 제시했다가 불발됐다. 당시 인수 후보자들은 대우해양이 제시한 매각가가 지나치게 높은 밸류에이션이라는데 입을 모았다.
 
▲ 마곡 산업단지 부지 매각이 특히 까다로운 이유는 서울시 주최의 산업단지 개발 사업에 포함됐기 때문이다.ⓒ서울시
◆ 마곡 연구개발센터 부지, 매각과정 복잡
 
마곡 연구개발센터 부지는 대우조선이 오는 2020년 완공을 복표로 총 6000억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힌 곳이다. 현재 서울시로부터 6만1232㎡ 해당하는 부지를 분양받고 대금 2000억원을 지불한 상태다.
 
만약 매각을 진행하고자 한다면 산업단지 목적에 적합한 개발계획을 가지고 있는 인수자를 찾은 다음 서울시와 협의해야 한다. 마곡 산업단지 부지 매각이 까다로운 이유는 서울시 주최의 산업단지 개발 사업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당초 서울시에서 대우조선의 개발계획을 검토한 뒤 분양을 승인해준 곳이기 때문에 일반 부동산 매각처럼 절차가 간단하지 않다. 이에 부동산 업계에서는 마곡 연구개발센터 부지가 빠른 시일 내에 매각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매각 후보로 거론되는 건물 및 부동산의 매각가가 예상보다 낮게 산정될 가능성이 많고, 당장 매각하기도 어려운 곳이 있다는 점에서 대우조선의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큰 효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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