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모델 기존모델과 차이 없다 대립각

▲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이번에는 초고화질 TV를 두고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지난해 발발했던 ‘세탁기 분쟁’으로 이미 한 차례 감정이 상한 적이 있는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이번에는 초고화질 TV를 두고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LG전자와 삼성전자는 각각 RGB와 UHD의 업그레이드 버전 TV를 출시했다. 하지만 양측은 새롭게 출시된 모델이 기존 버전과 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못하다는 내용을 골자로 맞서고 있다.
 
▲ 삼성전자는 LG전자의 RGBW 방식 TV에 대해 “세계시장에서도 많이 인정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LG전자
◆ 삼성 “LG전자 RGBW 방식, 초고화질 부합 안 돼”
 
LG전자는 RGB방식에 W를 추가한 방식을 선택했다. 기존에는 TV디스플레이를 구성하는 한 화소에 R(레드), G(그린), B(블루) 세 가지 부분화소를 담았었지만 여기에다 W(화이트를) 추가했다.
 
이를 두고 지난 26일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사장은 ‘LG전자의 영상 구현 기술인 RGBW UHD TV가 4K(초고해상도‧3840x2160)급이 맞느냐’는 질문에 “팩트는 변하지 않는다. 아닌걸 아니라고 하는 것일 뿐”이라면서 “세계시장에서도 많이 인정하지 않는다”고 전면 반박했다.
 
삼성전자는 LG전자의 RGBW 방식은 화소 4개 가운데 3개 화소 R,G,B 중 하나가 빠지기 때문에 해상도가 떨어지고, 따라서 초고화질 TV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RGB 방식 배열은 ‘RGB-RGB-RGB-RGB’이고, RGBW 방식은 ‘RGB-WRG-BWR-GBW’다.
 
하지만 LG전자는 RGBW방식의 올레드 TV의 장점을 강조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W역시 색을 구현하는 유효화소로 볼 수 있는 데다가 RGBW방식은 원가와 전력소모 절감으로 상용화에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W화소가 자체적으로 빛을 내기 때문에 동일한 전력을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RGB방식에 비해 밝기가 60% 개선되고, 결과적으로 LCD패널 뒤에 있는 백라이트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LG전자는 실제 이 같은 장점 때문에 세계적인 인증기관도 RGBW 방식을 인정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LG전자는 인터텍과, UL, TUV라인란트, CESI, JEITA 등 인증기구로부터 LG전자의 RGBW 방식의 UHD TV가 ‘4K’ 인증을 받았다.
 
하지만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사장은 이에 대해서도 “그런 건 돈 주고 살 수 있지 않는가”라면서 대립각을 세웠다.
 
▲ LG전자는 삼성전자의 SUHD TV가 오히려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삼성전자
◆ LG “삼성전자 SUHD, 소비자 현혹용어”
 
삼성전자의 ‘흠집 내기’에 LG전자 측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RGBW방식의 TV에 대한 삼성전자 측 비판이 잇따르자 LG전자는 삼성전자의 SUHD TV가 오히려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UHD TV의 신제품 버전으로 SUHD TV를 출시했다. 퀀텀닷(QD) 필름을 LCD(액정표시장치) 패널에 입혀 밝기, 명함, 색 표현력을 개선한 제품이다.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올해 첫 선을 보인 SUHD TV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며 “SUHD TV는 기존 디스플레이의 한계를 뛰어넘은 새로운 종의 TV”라고 말한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삼성전자의 SUHD TV는 제조사로부터 QD필름만 사면 언제든지 만들 수 있는 것인데 SUHD라는 이름을 명명해 새로운 기술이 접목된 것처럼 마케팅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세탁기 분쟁 종료, 일시적 화해?
 
앞서 조성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 부문 사장이 지난해 9월 3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 가전 전시회 IFA2014 행사 도중 삼성전자 크리스탈블루 세탁기 힌지(연결부분)를 파손하고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한 혐의(재물손괴‧업무방해‧명예훼손)로 기소되면서 ‘영원한 경쟁자’인 LG전자-삼성전자 간 갈등이 가시화 됐었다.
 
당시 삼성전자 측의 주장에 따라 LG전자 측에서는 4대의 가격을 변상했고 고의성을 부인했으나 CCTV를 추가로 확인한 삼성전자 측이 조 사장의 충격 영상을 확인했다며 고소해 갈등이 확산됐다.
 
이후 검찰은 조 사장에게 조사를 위해 검찰에 출석해줄 것을 계속해서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자 결국 출국금지 명령을 내렸고 그해 12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 전시회 CES 2015에 참석 예정이던 조 사장은 어쩔 수 없이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당시 검찰은 ‘세계 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두 가전 회사의 대표들이 고작 재물손괴 사건으로 법정에 서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여론을 감안해 기소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과 LG 측은 유감 표명 수위와 방법을 놓고 한 차례 협의했지만 끝내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후 지난 3월 31일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상호 진행 중인 법적 분쟁을 모두 끝내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또 앞으로 사업수행 과정에서 갈등과 분쟁이 생길 경우 법적 조치를 지양하고, 대화와 협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하기로 했다. 당시 양측은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합의는 엄중한 국가경제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데 힘을 모으고, 소비자들을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향상시키는데 주력하자는 최고경영진의 대승적인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신제품 출시에 대한 양측의 자존심 싸움이 세탁기 분쟁처럼 법적 갈등으로 비화될 리는 없겠지만 업계 1,2위를 다투는 기업들의 ‘흠집 내기’ 마케팅이 과연 실제 자사 수익률에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될 지는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과 제품으로 승부를 내는 것이 아닌 상대방 깎아내리기로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공고히 하고자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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